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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의 붐이 온다
H. 기타쿠스 지음 / 월간싱클레어 / 2009년 2월
평점 :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였던것 같은데,
우리집 바로 옆집에는 마음씨 좋은 총각이 살았었다^^
몇 년째 고시 공시를 하던 아저씨였는데 인상은 좀 험악해보여도
마음씨는 정말 비단결 같았던 분이셨다.
난 그집에 아저씨의 기타 연주를 들을려고 거의 매일 찾아갔었다.
물론 아저씨는 너무 착해서 어린 내가 귀찮고 공부에도 방해가 되었을 텐데도
싫은 내색을 한번도 보인적이 없으셨다.
난 그집에서 과자도 얻어 먹고 기타 연주도 듣다가 집에 와서 낮잠을 자곤 했었다.
이십년 이상 시간이 흘렀지만 요즘도 가끔씩 아저씨가 들려주시던
아름다운 기타 연주가 생각나곤 한다.
내가 초등학교에 진학할때쯤 아저씨가 다른 곳으로 이사가셔서 어떻게 지내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어딘가에서 좋은 일을 하시며 행복하게 사실것 같다.
난 그분을 통해서 기타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다.
그 영향때문인지 중학교때는 기타를 배우러 교습소에 다니기도 했는데
음악적으로는 재능이 영 없는것인지 몇 달을 배워도 실력은 전혀 늘지 않고,
좌절만 하다가 그만두고 말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타 연주는 CD나 테이프를 통해서
다른 분들이 연주하신 음악만을 즐기고 있다.
H. 기타쿠스의 첫 번째 EP북 <기타의 붐이 온다>는 내가 생각했던,
그리고 즐겨보던 책들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H. 기타쿠스는 피터와 킴벌리(물론 한국분들이시다) 두 사람이 결성한 밴드 이름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들어낸 첫 번째 EP북 <기타의 붐이 온다>는
싱글앨범과 정규앨범의 중간 형태인 EP와,
수록된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 결합된 작품이다.
EP북이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본 나에게 <기타의 붐이 온다>는 정말 색다르고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이였다.
어떤 책을 읽다보면 왠지 어떤 노래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 작품은 나의 이런 환상을 백퍼센트 충족시켜 주었다.
어쿠스틱 기타와 클래식 기타의 환상적인 조화,
그리고 H. 기타쿠스의 때론 재미있고, 때론 감동적인 이야기와 사진들.
들으면 들을수록 더 중독되는 그들의 음악을 공연장에서 직접 들어보고 싶다.
벌써 나에게는 기타의 붐이 다시 불어 닥친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