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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남자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2
스와 데쓰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들녘 / 2009년 1월
평점 :
'안드로메다'란 본래 에티오피아 왕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의 딸로
그녀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 제물로 바위에 묶이지만 페르세우스에게 구출되어
그의 아내가 되었고, 나중에 별자리가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책 <안드로메다 남자>에서 말하는 '안드로메다'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무라카미 류 이후 30년 만에 제50회 군조 신인문학상과 제137회 아쿠타가와상을 동시 수상한
화제의 작품 <안드로메다 남자>는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특이하고 어려운 작품이였다.
한장을 제대로 넘기기도 어려울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과 이해력을
책을 읽는 내내 발휘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게 읽은 작품이여서인지 더욱 큰 애착이 가는 작품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자신만의 세계 안드로메다로 빠져든 남자,
그는 정상적인 언어로는 세상과 소통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정상적인 기준에서 봤을때 충분히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했던 숙부의 모습에서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먼 거리감이 느껴졌다.
자신만의 언어가 있고 그 언어가 만들어낸 안드로메다 속에서 그는 충분히 행복했다.
언어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언어라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낸것에 불과하다.
세계적 민간 연구기관인 '월드워치'는 세계 언어중 50∼90%가량이 금세기말쯤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언젠가는 결국 전세계 공통어로 영어만이 살아남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안드로메다 남자>에서 숙부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도 우리의 역사속에서 사라져갔던
이름없는 언어중 하나는 아니였을까.
어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안드로메다는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평소에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아무일 없다는 듯이 생활하고
있다가 가끔씩 자신의 안드로메다를 꺼내 열어보곤 한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평소에는 안드로메다에서 살아가고 있다가
가끔씩 사람들이 정해놓은 정상의 범주에 들어오는 숙부와 같은 사람들을 이상하다고
말 할 자격이 있을까.
정상과 비정상, 언어와 비언어라는 규정 자체도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틀이 아닌가.
책을 다 읽고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나는, 순간 숙부의 '안드로메다'가 부러워졌다.
처음엔 너무 비정상적으로 보였던 그가 이제는 세상 모든것을 다 가진 사람처럼 보이니
나도 어느 순간 그의 '안드로메다'에 동화가 된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