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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길을 가다가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웃으며 걸어가는 중고등학생들을 볼때면
'저때가 좋을 때다'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정도로 나도 이제는
어른이 되어 버린것 같다.
이젠 동화를 읽어도 성인을 위한 잔혹동화를 읽어야 할때가 온것 일까.
어느 순간부터 신데렐라, 콩쥐팥쥐 등의 동화들도 순수한 마음으로 느껴지지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비채에서 출간된 '길 위의 작가' 김주영님의 첫 그림소설 <똥친 막대기>는
나에게 잊어버렸던 동심과 아련한 시골집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준 고마운 작품이다.
물론 스타일리시한 화풍으로 잘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강산의 그림도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내 인생이 그랬던 것처럼 천재성이 아니라 근면성으로 문학을 했다'고 말하는
저자 김주영님은 여러 편의 대하소설을 통해 그만의 떠돌이 의식을 본격적으로 형상화했으며
2007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하시기도 한 우리나라 문학계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되는
대단한 거성이시다.
초라하고 버림받고 잊혀진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저자의 마음이 <똥친 막대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데 너무나 보잘것 없고 외로운 막대기의 이야기가
그래서 더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것 같다.
<똥친 막대기>의 주인공 '막대기'는 백양나무의 곁가지로 자라나다가 어느날
소치는 농부에 의해서 잘려나가 그냥 그저그런 '막대기'가 되고 만다.
여기저기로 흘러가다 결국 '똥친 막대기'라는 운명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막대기는 절대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꿈을 버리지 않는 막대기,
이 막대기야 말로 우리들이 본받아야 할 진정한 자아가 아닌가 싶다.
조그만 어려움만 닥쳐도 시작도 하기 전부터 겁을 먹고 망설이는 나에게 있어서
<똥친 막대기>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회와 현실과 적당히 타협을 하면서 살아왔던
지난날들을 뒤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작품이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용기와 희망, 꿈과 사랑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책 <똥친 막대기>.
많은 분들과 이 책의 따스함을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