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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선과 악' 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묻는 듯한 작품 <악인>을 통해서
난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착하다는 '성선설'과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악하다는 '성악설'이
철학사에서 끊임없이 다투어지는 명제이듯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런 물음에 대해서 진지한 고찰을 나누고 있는 책이 바로 <악인>이였다.
<악인>으로 '일본 신문·잡지 서평담당자가 뽑은 2007 최고의 책' 1위에 오르기도 한 작가
요시다 슈이치는 신간 <사랑을 말해줘>에서 두 남녀의 일과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랑을 말해줘>는 연애소설이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달콤하게만 그리고 있지는 않다.
'도쿄'라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두 사람 사이에 흐르고 있는 감정의 미묘함을 너무나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이런 분위기야 말로 요시다 슈이치스러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슌페이는 도쿄라는 대도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남자이다.
어느날 슌페이는 메이지 신궁의 외원에서 귀가 들리지않는 교코와 만나게 된다.
정반대의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된다.
귀가 들리지 않는 여자와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어떻게 보면 통속적인 멜로를 가지고
요시다 슈이치는 '소리와 사랑' 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 소재를 연관시켜
색다른 사랑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말로 늘 끝을 맺는 동화속 사랑 이야기의
뒤에는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슌페이와 교코처럼 사랑으로도 이겨낼 수 없는
어려움이나 벽이 있었을 것이다.
수첩에 서로 글을 적으며 조심스럽게 사랑을 시작한 슌페이와 교코.
대도시의 소음속에서도 유일하게 고요하고 안정된 느낌을 줬던 교코와의 관계는
결국 소리의 단절이라는 현실적인 한계 앞에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말 없는 그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녀.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에 있어서, 두 남녀가 사랑 이라는 감정을 나누는데 있어서
소리의 부제는 너무나 큰 벽이 된다.
사람이란 시끄러운 소음속에서는 고요함을 그리워하지만 정작 정적 속에서는
다시 소음을 그리워하는 이중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안타까움 속에서 두 사람은 함께 있어도 고독함을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랑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 <사랑을 말해줘>는 어떻게 보면 참 아이러니한 제목이다.
누군가 사랑은 표현을 해야 한다고 했던가.
하지만 귀가 들리지 않는 교코는 슌페이가 사랑한다고 말을 해도 듣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은 꼭 말을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일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라는 어떤 노랫말에서 처럼 두 사람의 사랑도 그렇게 전해질 순 없을까.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난 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늦기 전에 사랑을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