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질주하는 법
가스 스타인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빗속을 질주하는 법>은  '엔조'라는 개가 나레이터로 등장하는 아주 독특한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 엔조는 어머니 래브라도와 아버지 테리어 사이에서 태어난 개로
(이버지는 엔조의 추측이므로 확실하지는 않다) 
워싱턴 주 동부, 스팽글 타운 인근 농장에서 태어나서 데니와 처음 만나게 된다.
엔조의 눈을 통해서 바라본 인간들의 세상과
카레이서 데니, 그의 아내 이브, 그리고 그들의 귀여운 딸 조위와의
사랑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엔조는 늙고 병든 개로 데니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때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겉모습은 비록 개일지라도 그 속에는 들어있는 것은 인간의 영혼임을 확신하고 있는
개 엔조는 어느날 몽고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는 개로서의 생을 마치면
인간으로 환생하리라고 생각한다.
난 이제 인간이 될 준비가 다 됐다. 죽음으로 나의 모든 걸 잃게 된다는 것을 안다.
기억 전부를, 경험 전부를 잃겠지.
내가 아는 걸 영혼에 - 위도 옆도 없고, 페이지도 없고,
아무 형태도 없는 영혼에 - 새기려 애쓸 수밖에.
내 존재의 주머니 속 깊이 박혀서, 새로 눈을 떴을 때 물건을 쥘 수 있는 손을 보면 알리라.
이미 알고 있으리라.
엔조의 주인, 아니 친구 데니는 빗속을 질주하는 법, 날씨가 않좋을때 잘 달리는 법을 알고 있는
현명한 카레이서이다.
데니가 엔조와 텔레비전 앞에서 카레이싱 비디오를 보면서 가르쳐주는 카레이싱의 세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면서 이 책의 양념으로 작용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몇번 봤던 전설적인 카레이서 '미하엘 슈마허'의
카레이싱 장면이 생각나서 가슴이 설레이기도 했다.
카레이싱을 이 세상의 이치에 빗대어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저절로 무릎을 탁 치게 할만큼
좋은 글들이 많았다.
레이서라면 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포옹해야 한다.
차가 딱 타이어만큼만 작동된다는 점을 명심하는게 중요하다.
차는 눈이 가는 곳으로 간다.
카레이싱 세계는 인생의 축소판인것만 같다.
사소한 실수가 때론 생과 사의 기로에 놓이게 만들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간의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 등등.
이런 점들 때문에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F1이나 나스카 등의 레이싱 대회에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데니가 이브와 결혼을 해서 귀여운 딸 조위가 태어나고
그들 네식구는 마당이 있는 아름다운 집으로 이사를 가게된다.
그리고 이맘때에 데니의 카레이서 인생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이브에게는 병마가 찾아오고 어떨때는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를 수없이 반복하다가
결국 이브는 그들의 곁을 떠나가고 만다.
이때 엔조는 이브의 머리에 나타난 나쁜 병의 냄새를 맡는다.
그는 개이기에 아무에게 그 사실을 알릴 수는 없었지만,,,
암을 진단하는 개가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엔조가 그런 개가 아니였을까.
이브가 떠나고 장인과 장모, 그리고 데니는 조위의 양육권 문제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된다.
엔조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모습은 너무나 이기적이고 교활하다.
그래서 부끄러웠고 슬펐다.
데니는 결국 자신의 인생 속에서 내리고 있는 비를 잘 헤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 결과는 꼭 책속에서 확인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개 엔조가 그리워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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