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여, 안녕! 오에 겐자부로 장편 3부작 3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이여, 안녕!>늘 접했을때는 귀여운 하늘색의 표지때문에 

가벼운 소설일것이라고 상상했었다. 제목도 너무 상큼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네임벨류를 알게 되었을때는 쉬운 소설이 아니라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정확히 적중했다.

처음 한 열장정도를 읽었는데 도저히 책 내용이 이해가 안되서 더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살펴보니  <책이여, 안녕!>은 그가 스스로 ‘마지막 장편 3부작’이라 

명명했던 시리즈의 완결판이였다. 

일본에서 2005년에 완간된 책이니 그의 나이 70에 완성한 대작인 것이다.

자신의 삶과 문학을 반추하며 써내려간 ‘인생의 총결산’에 해당하는 작품<책이여, 안녕!>

그래서 난 <책이여, 안녕!>을 잘 읽어보기 위해서 1, 2부를 빌리러 도서관으로 

뛰어가도 말았다.

도서관에 1부에 해당하는 책 <체인지링>은 있었지만 아쉽게도 

2부 <우울한 얼굴의 아이>는 없었다.

한 남자의 자살과 남은 가족이 겪는 고통, 커다란 상처를 남겼던 성장기의 기억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면서도, 절망과 체념으로 끝나지 않고 

비극을 기대와 희망으로 승화시킨 감동적인 휴먼스토리 <체인지링>도 

그렇게 잘 읽히는 책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어려운 책이였다. 

하지만 오에 겐자부로의 책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게 되었다.

<체인지링>의 서문에서 그가 언급했듯이 <체인지링>은 

그 자신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반영된 소설이였다. 일명 ’모델소설’.

오에 겐자부로에게는 고등학교 2학년때 만난 절친한 친구가 있었다.

오에 겐자부로는 그 친구의 격려를 받고 소설가가 되었으며 

그의 누이동생과 결혼도 했다.

훗날 그 친구는 자살을 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일본의 천재감독 이타미 주조이다.

친구이자 가족을 잃은 아픔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소설이 바로 <체인지링>인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일본 작가의 책은 

되도록이면 보지 않는 편이다.

일본에 지배당한 아픔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느끼는 후유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의 양심’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 사회의 우경화 경향에 대해

거침없이 사회적 발언을 하는 실천적 지식인으로도 잘 알려져있는 인물이다.

그 때문에 우익단체가 쏜 총에 맞아서 다리에 부상을 입기도 하였다.

그래도 그의 정신만은 꺾을 수는 없었으니까

<책이여, 안녕!>이라는 책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소설가 고기토로 그가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장면에서부터 내용이 시작된다.

건축가이자 누구나 쉽게 실행할 수 있는 폭파장치의 고안자 시게루와 고기토는

처음부터 친한 사이는 아니였다. 

고기토의 어머니가 시게루집에서 일하는 유모였기 때문이다.

친구들 앞에서 고기토의 어머니가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유모라고 하며 

’형’이라고 불렀다가는 가만 안둔다는 시게루의 말에 

고기토는 살의를 느끼며 돌맹이로 그의 머리를 내리친다.

다행히 시게루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그들의 인연도 그렇게 끝나는듯 보였다.

그들이 다시 재회하게 된 것은 고기토가 소설가로 데뷔하고 

아카리가 태어난 그 이듬해였다.

핵을 포함한 국가의 거대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작은 폭력에 의한 봉기를 꿈꾸는

’이상한 2인조’가 그렇게 결성된 것이다.

그들의 저항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꼭 책에서 확인해 보길 권한다.

’노인의 어리석은 짓’에 대한 이야기라는 오에 겐자부로의 말처럼

두 노인이 벌이는 어리석은 짓은 세상을 변하시킬 수 있을까.

하루하루 죽음의 문턱에 더 빨리 다가서고 있는 노인 고기토는

써지지 않는 소설을 붙잡으며 자신의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코맥 매카시의 책 제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말처럼 고기토가 겪는

죽음에 대한 혼란과 두려움은 결국 인간이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숙명일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무기 중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핵이 아닐까.

이 핵 하나때문에 지금도 지구 어느 곳에서는 여전히 전쟁의 불씨가 꺼지지않고 남아있다.

핵전쟁이 가지고 오는 공포와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아픔을 경험한 일본이라는 나라에 있어서 핵이라는 존재는

더 큰 아픔으로 다가 올 것이다.

그래서 오에 겐자부로의 눈으로 봐라본 비폭력에 대한 희망가   <책이여, 안녕!>이

더 가슴깊이 와 닿는지도 모른다.

 

"안녕, 나의 책이여! 죽어 마땅한 자의 눈처럼, 상상했던 눈도 언젠가 감겨야만 하리니."

그가 작별을 고하는 것은 자신의 소설일까, 자신의 인생일까.

"나의 처음에 내 끝이 있다. 내 마지막에 나의 처음이 있다"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마지막 끝에는 다시 처음이 시작된다.

인생의 순환이 바로 이렇지 않은가.

 

책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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