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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ㅣ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후 다섯시 이 책을 받고 읽기 시작해서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있었다. 이 책을 무슨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 입 밖으로 무슨 말이 나올려다 사그러져 갔다. 정체 불명의 감정들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기쁨, 슬픔, 안타까움 등등등. 이런 복잡 미묘한 점이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난 책을 읽기 전 늘 제목이나 표지를 유심히 살펴본다. 작가의 의도나 책의 주제가 가장 요약적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분이다. 이 책의 제목은 '밀레니엄', '밀레니엄'은 책의 주인공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편집주간 겸 주요주주로 있는 월간지의 이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부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그래서 일까 난 주요 사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앞으로 전개 될 책의 내용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미스터리도 하나 알아맞쳤다. 그렇다고 이 책이 한때 유행처럼 번진 "알고 보면 귀신"류나 "다중인격"류의 영화들처럼 반전이랄것도 없는 그렇고 그런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책의 주인공 미카엘은 뛰어난 기자이자 기자로서의 사명과 윤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몇 안되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게다가 이혼남이자 오는 여자 안막고 가는 여자 안붙잡는, 여자 좋아하는 남자. 왠지 이 책을 읽으면서 미카엘의 모습 위에 이 책의 저자 스티그 라르손의 모습이 덧입혀져서 보였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개성적인 인물인 리스베트 살란데르. 가슴아픈 과거를 가진 미스터리한 여인. 160도 안되는 키에 거식증 환자처럼 비쩍마른 몸매를 가졌지만 보호본능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워낙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어서. 두 매력적인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반예르가의 비밀이 책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 책을 다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이 세상엔 여자를 증오하는 또는 증오하고 있는 남자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매 장의 초반에 적혀있는 남성들에의해 고통받는 스웨덴 여성들의 통계들과 우리나라를 비교해보면 비슷하지 않을까.
왜 남성들은 여성들을 증오할까. 자신들을 세상에 낳아주는 존재가 모두 여자들인데. 어쩌면 여자들에 대한 편견은 '성서'에서부터 시작된게 아닐까. 태초의 여자 '이브', 하느님과의 약속을 어기고 뱀의 꼬임에 넘어가 아담과 함께 사과를 따먹고 지상으로 떨어진 죄많은 여인. 그에 대한 복수로 아담의 후예들이 이브의 후예들을 증오하는 것일까.
너무 철학적인 문제로 들어온 것 같다. 이 해결할 수 없는 의문은 저편으로 밀어버리고 다시 밀레니엄으로 돌아가면 저자인 스티그 라르손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천재적 작가. 이게 그의 첫 작품이라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물론 그의 약력들을 훑어보면 충분히 그의 재능을 알 수 있지만 그래도 첫 소설인데, 너무 잘 쓴거 아니야!
훌륭한 작가이자 훌륭한 남자(이 책을 읽어보면 그가 패미니스트라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너무 아까운 남자야)를 너무 일찍 잃은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만 어쩌면 그의 이런 드라마틱한 삶때문에 밀레니엄이 더 부각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나라에까지 출간되었으니 나에게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영미권 작품이라면 짧은 영어 실력이지만 원서로라도 읽어 볼 용기를 낼 수 있었을텐데. 이젠 아르테 출판사에서 하루빨리 2,3권을 출간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