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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1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7
쉘 요한손 지음, 원성철 옮김 / 들녘 / 2008년 4월
평점 :
스웨덴 언론이 격찬한 '국민작가' 쉘 요한손의 감동적인 자전소설
이 책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자주 소개되지 않은 스웨덴 작가 쉘 요한손의 작품이다.
주인공의 이름이 요한손인것을 보고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임을 알 수 있었다.
무너져 가는 집 그리고 이야기꾼
이야기꾼의 원제는 [댐 위의 집], 책 속에서 주인공들이 사는 집은 '무너져가는 집'
'보통 사람들'이 보면서 위안을 삼는 집이 바로 주인공이 살고 있는 집이다.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비천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곳. 누더기 같은 옷을 선심 쓰듯이 건네주면서 동물원의 우리처럼 구경하고 싶은 집.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여사는 집들 중에서도 가장 못사는 집. 그것이 바로 '무너져 가는 집'이다.
이 무너져 가는 집으로 일곱 개의 거대한 바다를 건너 방랑을 마치고 아버지가 돌아온다. 처음엔 이상했지만 그는 다정한 '나'의 아버지.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가족에게 아버지는 활력과 기쁨을 선사한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였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꿈처럼 가족들을 파고든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도 아버지는 좌절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이야기가 있으니까.
힘들고 고통받는 식구들에게 이야기는 미래를 열어주는 문과 같았다.
이야기의 이면에 감추어진 가족의 진실
이 책은 현실적이다.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스웨덴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대화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에서, 어머니가 줄기차게 읽어대는 그 수많은 책들에서 사회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노동자들, 그리고 복지국가로의 변화 까지. 그 시대의 세계 경제가 그러했듯이 스웨덴 역시 순무죽과 족발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비참한 가족들이 있었다.
이 책은 환상적이다. 이 책은 상당히 복잡한 책이다. 이야기가 시간의 순서대로 착착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뒤죽박죽이다. 그리고 확실하지가 않다. 주인공인 '나'가 기억하는 현실에는 많은 굴곡이 있다. 사람의 기억이란 때론 날조되기도 하고 상실되버리기도 하니까. 그 예로 주인공인 '나'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폭군에 난봉꾼이다. 하지만 누나인 에바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불쌍하고 나약한 사랑하는 아버지일 뿐이다. 이 책의 말미에 그려지는 할머니의 죽음 이후 다른 가족들, 즉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실히 나와 있지않다.
괴팍하고 더러운 할아버지와 구부정한 몸을 하고는 사회주의에 대한 놀라운 지성을 가진 할머니, 가난한 형편에도 언제나 책을 읽는 어머니, 그리고 알콜 중독자 아버지까지. 이 책에는 무엇하나 정상적이지 못하는 가족이 등장한다. 그리고 수많은 암시들이 거미줄처럼 나열되어 있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미 지나간 시간들을 고칠 수는 없다
아버지의 폭력과 욕설 앞에 가족들은 안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늘 눈물로 용서를 구하는 아버지를 사랑으로 깜싸주는 어머니. 그것이 이 가족의 행복이자 불행이였다. 이미 지나간 시간들을 고칠 수는 없다. '나'의 기억 속에 가족들은 충분히 행복했었다. 사람들의 경멸과 멸시 속에서도 책과 이야기가 있기에 언제나 상상 할 수 있었다. 그들의 밝은 미래를. 다시 오지않는 그 희망의 불꽃을.
모든 행복과 불행이 넘쳐 흐르는 '요한손씨' 가족을 보고 있으면 지금 내가 처해있는 현실의 불만족은 얼마나 작은 것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꾼의 책을 덮은 그 순간, 나를 구원해 준것은 바로 '요한손씨' 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끝까지 구원받지 못한 이들 가족이 결국은 우리 모두를 구원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