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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영혼 1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막심 샤탕... 작가의 이름에서 왠지 달콤쌉싸름한 느낌이 든다.
사실 첨에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조슈아 브롤린은 FBI 요원을 양성하는 엘리트코스를 거치고도 현장에서 프로파일러 업무를 하고 싶은 욕심에 형사가 되었다.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조금 낯설기는 하나 언젠가 그에 대한 다큐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수사와 피해자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살인자의 심리에 완전히 녹아들어 행동방식을 이해하고, 범인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해야한다.
그렇게 프로파일러는 스스로 살인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작업일지, 또 어떤 기분일지 나로서는 상상도 가지 않는다.
프랑스 작가이지만, 작품의 배경은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때문에 영미권 소설 같은 익숙한 느낌이 든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었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일명 포틀랜드 인간백정에 의해 무참하게 훼손당한 희생자의 시신들, 부검 장면 등 잔인한 장면들도 너무나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읽는 동안 속이 다 울렁거릴 정도였다. 만약 이를 영화로 봐야한다면 난 절대 못 볼 것이다.
생소하지만 각종 과학수사기법을 비롯해 프로파일러인 주인공이 범인의 프로필을 작성하고 추적하는 수사과정 또한 여느 추리소설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흥미로웠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정말이지 모처럼만에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빠져들어 제대로 스릴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2년간 법의학과 과학수사기법, 범죄정신의학 등을 공부하고 실제로 시체 부검에도 입회했다는 작가의 경험과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소설이다.
현실과 가장 비슷하게 이 소설을 쓰려고 했다는 작가의 말을 보니 또 다시 섬뜩해지는 기분이 든다.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 조슈아 브롤린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지 다음 시리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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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허들 - 1리터의 눈물 어머니의 수기
키토 시오카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1리터의 눈물> 드라마를 보고 실화며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 권은 아야의 일기였고, 또 다른 한 권은 어머니의 수기였다.
그중 아야의 일기 <1리터의 눈물>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곧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나와 읽어볼 수 있었다.
척수소뇌변성증이라는 병명도 생소한 불치병에 걸린 아야의 일기를 보면서, 온전한 정신으로 장애가 심해져가면서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자신을 보는 마음이 어떨까를 생각했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아야처럼 병을 제대로 마주보며 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1리터의 눈물>을 읽을 때 병마와 싸우는 아야의 모습도 큰 감동을 주었지만, 아야가 가장 의지하는 어머니의 강인한 모습 또한 굉장히 깊은 감명을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야가 미처 다 전하지 못했던 10년의 또 다른 반쪽 <생명의 허들>을 읽으면서는 그런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마음보다 더 슬픔이 컸을 것이다.
어머니의 수기 속 아야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집에 돌아오기도 힘들어졌고, 밥을 혼자 먹을 수도 없게 되었고, 일기를 쓰는 것은 물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겨우 손가락을 움직여 문자판 위에 갖다 댄다. 몸의 경직도 자주 일어나고 예기치 못한 위험이 닥치기도 한다. 그 모두가 아야와 어머니가 넘어야 했던 ‘생명의 허들’이었다.
이 책에는 아야가 하지 못한 주변이야기도 꽤 비중 있게 나오는데, 그 중 환자에게 작은 배려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간병인과 의사, 간호사 이야기를 볼 땐 나까지 분한 마음이 들었다. 몸이 아픈 아야는 오히려 늘 주위를 배려하며 절대 응석부리지도 않았다. 환자의 곁에 있으면서 생명과 직결되는 직업인만큼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물론 반대로 정말 정성껏 간병해주신 할머니와 훌륭한 의사선생님, 마지막까지 아야의 따뜻한 벗이 되어준 독자들도 있었지만^^
그런 모습들이 <1리터의 눈물>을 읽을 때 보다 더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아야의 어머니는 항상 아야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며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편하게, 즐겁게 지내길 바랐다.
아야가 의기소침해 있을 때면 엄하고도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고, 아픈 딸이 걱정할까봐 병원에 갈 때면 오히려 한껏 멋을 내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강한 모성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아야가 세상을 떠날 때도 어머니는 멀리 시집을 보낸다고 말하며 생전 아야가 원하던 대로 떠나는 길을 예쁜 꽃과 음악으로 장식해 준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온 가족이 지치게 마련이지만 아야 어머니의 현명함과 사랑이 아야도, 가족들도 함께 서로가 믿고 의지하며 끝까지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준 것 같다.

“아야. 엄마랑 둘이 6층에서 뛰어내릴까?”
앞뒤가 꽉 막힐 때는 이런 말을 내 뱉으며 끌어안고 엉엉 울었던 적도 있다. 너무 말라 뼈만 남아 움직일 수도 없는 아이를 보며 이것은 아이가 감당해야할 고통이 아니라고 울부짖으며 나도 필사적이었다.


아야를 지키기 위해 힘든 순간순간 어머니 또한 얼마나 자주 마음을 다잡았을까.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1리터의 눈물>을 통해 나를 되돌아 볼 수 있었고, <생명의 허들>을 통해 어머니,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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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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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땐 국사와 근현대사를 배우면서 점수도 그럭저럭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왠지 역사는 내겐 항상 지루하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과목이었다.
드라마도 유독 사극만큼은 잘 봐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조선왕비실록”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모처럼 관심이 동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왕들의 업적과 그 시대에 있었던 일들을 배웠지만, 왕비는...
글쎄...교과서에서 본 왕비라고는 흥선대원군과 대립했던 명성황후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 라고 엄하게 말하던 이미연씨의 모습도 한 몫 한 것 같고^^;;;
남성들만의 언어로 씌어진 역사를 왕비의 삶을 통해 재조명해 본다는 것에서 문득 요즘 정말 여성이 주목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시대 왕비는 최고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모두 거머쥔 행운의 여성, 최고의 여성이었지만 실제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언젠가 TV에서 간택 과정이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선택에 선택이 거듭된 후에 오르게 된 한 나라의 왕비라는 자리가 그리 쉬운 자리는 아니었을 것 같다.
그들이 누리게 되는 권력과 부귀영화만큼이나 그에 따른 고뇌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 책에는 7명의 조선왕비가 나오는데 태조 왕비 신덕왕후 강씨, 태종 왕비 원경왕후 민씨, 세조 왕비 정희왕후 윤씨, 덕종 왕비 인수대비 한씨, 선조 왕비 인목왕후 김씨, 장조 왕비 혜경궁 홍씨, 고종 왕비 명성황후 민씨가 그들이다.
왕비의 성정과 삶을 이해하기 위한 왕비가 되기 이전 어린 시절 이야기와 가문에 대한 얘기, 왕비가 된 이후 궁중에서의 이야기 등이 꽤 흥미로웠다.
그 시대에 전면에 직접 나서지는 못해도 타고난 정치적 역량과 외교능력으로 결혼관계를 통해 세력을 넓혀가며 뒤에서 나름대로 왕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비극적인 운명 앞에서 고뇌하며 흔들리기도 하는 왕비의 모습과 권력의 정점에서 왕좌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가족들 끼리도 대립하는 냉혹한 조선 왕실의 모습이 드라마처럼 파란만장하게 펼쳐졌다. (그 중 영창대군 이야기가 너무 안타까워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비록 왕비에 대한 기록이 미비한 관계로 저자의 추측성 서술도 꽤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 동안 단편적으로 배워오고 알고 있던 역사를 왕비의 생애를 통해 그 흐름을 이해하고 잘 몰랐던 부분도 새롭게 알게 되어서 좋았다.
다른 왕비들도 뒤에 부록으로 간략하게 나와 있긴 하지만 더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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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천사
우에무라 유 지음, 오세웅 옮김 / 북애비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맙소사! 이런 사랑이 있어?!
제2회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흔히 우리가 생각할 법한 젊은 남녀의 코 끝 찡한 절절한 사랑이야기일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책을 보기 전엔 러브스토리에 대한 그런 편견을 버리시길.
사실 나는 <수호천사>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엔 근사한 <키다리 아저씨>가 얼핏 떠올랐다.
하지만 주인공은 “살이 쪘다”라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잘리고, 가정에서의 지위도 추락할 대로 추락해 그저 부인의 눈치만 살피며 하루 5천원의 용돈으로 근근이 생활을 보내고 있는 50세의 뚱뚱한 중년 아저씨, 스가 게이치. 그는 그만 출근하는 전철 안에서 맞닥뜨린 아름다운 여고생에게 연정을 느끼고 만다!
50대 아저씨와 여고생이라고 해서 “뭐야, 이거 원조교제 아냐?” 혹은 “변태 아냐?”라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편견을 버리시길^^;
50세나 되어서 첫사랑을 느꼈다고 말하는 이 아저씨는 음지에서 소녀를 지키는 수호천사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그 소녀에게 정말 심상찮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염세적인 일기에 자신을 찾아달라는 여고생의 블로그. 그를 노리고 덤벼드는 어둠의 자식들...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미스터리, 호러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_-;;
소녀가 위험에 처한 사실을 알게 된 게이치는 타인기피증 환자였던 야마토와 야쿠자 태생의 친구 무라오카와 팀을 이뤄 무슨 일이 있어도 소녀를 지켜내리라 다짐한다.
무슨 조화인지 모를 팀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람은 강해진다고 했던가. “어쩔 수 없지.”라는 말로 언제나 포기만 하던 게이치는 소녀에게 변태스토커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갖가지 난관에 악전고투하지만 끝내 납치된 소녀를 구해내고 부인에게 인정도 받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힘인 듯.
유쾌한 소설이다. 소설 자체의 설정도 평범하지 않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엑스트라 마저도 모두 독특한 캐릭터라 그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황당무계한 상황 설정들까지~
결론적으로 게이치 혼자만의 짝사랑일 뿐이라 연애소설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할 지도 모르겠다. 코믹한 분위기 때문에 사실 순애보로 감정이입이 전혀 안된다.^^;;
하지만 분명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면서 흑심도 대가도 일절 없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 순애보였다.
자신의 계절을 찾은 게이치 아저씨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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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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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살인자’란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다.
한 소녀가 있다. 중학교 2학년인 오니시 아오이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엄마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에는 괴물 같은 새아버지가 있다.
또 다른 한 명. 학교에서는 전혀 눈에 띄지 않는 도서위원이었지만 고딕 롤리타 같은 괴이한 차림새로 나타난 정체불명의 소녀, 미야노시타 시즈카.
여름방학 때 만난 두 소녀는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단순한 ‘악의’로 시작한 장난과도 같은 방법으로 괴물 같은 새아버지를 죽이게 된다.
뭐든지 처음 한 번이 어려울 뿐, 두 번째 부터는 마음먹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소녀의 마음속은 수시로 배틀 모드 상태가 된다.
장난으로 시작한 것이 어쩌다 살인으로 이어졌다해도 여름방학 때 이미 한 번 살인을 저지르고만 아오이는 겨울방학 때 또 한 번, 이번엔 시즈카가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죽이게 된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섬의 배경 묘사와 함께 소녀적 감수성이 묻어나면서도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는 동안 두 소녀의 모습이 너무 위태로워 보이고 안타까워 가슴이 먹먹해졌다.
대체 무엇이 중학생인 두 소녀를 살인까지 몰고 간 것일까?
불행한 환경 속에서 두 소녀는 세상과 소통하는데에 서툴렀다.
아오이는 항상 친구들의 마음에 들고 싶어 노력하지만 사소한 오해로 멀어지고, 아오이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엄마도 참 야속하게 느껴진다.
외롭고 두렵고 소외당하는 고통 속에서 소녀는 점점 지쳐가고 마음 속엔 분노와 미움이 싹트게 되었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된 두 소녀는 위험한 우정을 나누게 되고,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아오이는 자신을 믿어주는 시즈카의 기대에 부응하려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얼핏 강해보이는 소녀는 사실 아저씨 경찰관의 따뜻하고 상냥한 말 한마디에 금새 펑펑 울어버릴 만큼 나약했다.
조금 진부할 지 몰라도 결국 소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관심과 사랑이었다.
요즘의 청소년들이 점점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을 보고는 두 소녀가 조금은 편안해지기를 바라며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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