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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소녀’와 ‘살인자’란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다.
한 소녀가 있다. 중학교 2학년인 오니시 아오이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엄마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에는 괴물 같은 새아버지가 있다.
또 다른 한 명. 학교에서는 전혀 눈에 띄지 않는 도서위원이었지만 고딕 롤리타 같은 괴이한 차림새로 나타난 정체불명의 소녀, 미야노시타 시즈카.
여름방학 때 만난 두 소녀는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단순한 ‘악의’로 시작한 장난과도 같은 방법으로 괴물 같은 새아버지를 죽이게 된다.
뭐든지 처음 한 번이 어려울 뿐, 두 번째 부터는 마음먹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소녀의 마음속은 수시로 배틀 모드 상태가 된다.
장난으로 시작한 것이 어쩌다 살인으로 이어졌다해도 여름방학 때 이미 한 번 살인을 저지르고만 아오이는 겨울방학 때 또 한 번, 이번엔 시즈카가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죽이게 된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섬의 배경 묘사와 함께 소녀적 감수성이 묻어나면서도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는 동안 두 소녀의 모습이 너무 위태로워 보이고 안타까워 가슴이 먹먹해졌다.
대체 무엇이 중학생인 두 소녀를 살인까지 몰고 간 것일까?
불행한 환경 속에서 두 소녀는 세상과 소통하는데에 서툴렀다.
아오이는 항상 친구들의 마음에 들고 싶어 노력하지만 사소한 오해로 멀어지고, 아오이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엄마도 참 야속하게 느껴진다.
외롭고 두렵고 소외당하는 고통 속에서 소녀는 점점 지쳐가고 마음 속엔 분노와 미움이 싹트게 되었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된 두 소녀는 위험한 우정을 나누게 되고,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아오이는 자신을 믿어주는 시즈카의 기대에 부응하려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얼핏 강해보이는 소녀는 사실 아저씨 경찰관의 따뜻하고 상냥한 말 한마디에 금새 펑펑 울어버릴 만큼 나약했다.
조금 진부할 지 몰라도 결국 소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관심과 사랑이었다.
요즘의 청소년들이 점점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을 보고는 두 소녀가 조금은 편안해지기를 바라며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