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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추억
사이 몽고메리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으로 처음 만난 사이 몽고메리. 그녀는 야생동물 전문 동물학자이다. 자신은 인간보다 '동물'과 선천적으로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은 맞을 것이다. 신의 실수에 의해 성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몇몇의 트렌스젠더처럼 그녀의 확고한 생각이 맞을 것이란 말이다.
나도 내 인생에 있어 '특별한' 동물은 있다. 그 동물은 고양이. 이름은 '라일라라'였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수 년간 기르던 야옹이인데, 나도 이 야옹이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엄청 많다. 하지만 사이 몽고메리 만큼은 아닌가 보다. (적어도 책으로 내지 않았으니...^^)
주인공 크리스는 돼지 새끼들 중 '무녀리'였다. 무녀리란, 돼지의 많은 젖꼭지 중 제 역할을 다하는 젖꼭지는 8개란다. 그래서 새끼가 그 이상 태어나면 자연 도태되거나 다른 새끼들을 위하여 어미에 의해 죽임 당하기까지 하는 새끼를 말한다. 크리스는 고양이만 했다. 갸녈픈 무녀리였던 크리스가 과체중 340kg까지 포동포동 살찌우게 되고, 돼지의 평균 수명 '4개월' (식용 도축되지 때문에) 을 훨씬 웃돌아 약 14년간 살다 자연사하게 될 때까지, 사이 몽고메리와 그녀의 남편, 하워드. 그리고 수 많은 이웃과 어떻게 살았는지 크리스의 일대기이다.
하지만 인간은 위대하다 했던가??? 크리스의 일대기만 나열하면 '인간'에겐 의미 없음. 사이 몽고메리라는 동물학자의 품에 안겨 '영'과 '혼'이 일치되는 드문 존재. 돼지 크리스로 수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원초적 기쁨, 위안, 감동, 상처 치유, 삶의 지속 이유 등등을 선사했다.
그녀의 글에서 나도 상상할 수 있었다. 크리스가 아주 큰 입으로 (입은 큰 코에 가려 잘 안보이겠지만) 살짝 딸기만 골라내는 것. 배를 살살 긁어줄 때의 원초적 나른함.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 우적우적 음식 한 양동이를 헤치우는 기특한 모습. 어느 날, 토마토를 한 양동이째 먹고 배탈이 나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약을 먹지 않는 크리스가 안타까워 울음을 터뜨린 그녀를 나도 아주아주 잘.. 상상할 수 있었다.
나의 고양이 '라일라라'가 죽은 후. 그렇게 매일 밤 꿈에서라고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던 적이 있었다. 이 십년도 지난 시간동안 라일라라는 한 번도 내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후로 난 동물에게 각별한 애정은 주지 않는다. 죽음은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기 때문에...
'나의 착한 돼~~지. 차~~악~~한 돼지.. The good good pig' 를 멜로디를 붙여 따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