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6
에밀 아자르 지음, 지정숙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5월
평점 :
절판


또 한 편의 가슴 아픈 아우슈비츠에 관한 소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였다. 주인공을 맡아 기르는 로자 아주머니는 유태인으로 강제노동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 살아나왔다. 모든 그런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도 그 시절의 악몽에서 평생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이 이야기는 그것이 중심에 있지는 않다.

로자 아주머니의 손에서 11년 동안 자란 모하메드. 모모의 이야기이다. 어린 모모는 창녀의 아들로, 그런 뒷거리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맡아 기르는 로자 아주머니에게 맡겨진다. 유독 로자 아주머니가 예뻐하는 모모는 자신의 나이를 열 살로 속인 아주머니에게 의지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거친 언어들이 쏟아지는 주변 환경이지만 모모는 특유의 아이다운 어여쁜 용모와 천진함으로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모모 자신의 삶이 행복의 중심에 있다고는 바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마약이나 (실제 열 네살이기에 그를 유혹하는 사람들) 뒷거리의 삶에 휩쓸리지 않는다.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가난한 아파트의 사람들, 카츠 의사, 하밀 할아버지, 나딘 아줌마 등이 있어 버티지만 그의 삶의 중심에는 자신을 돌보아준 늙은 로자 아주머니가 있을 뿐이다. 뭐니뭐니해도 이 소설의 압권은 로자 아주머니를 안락사 시키지않기 위해 95kg의 그녀를 지하실로 데리고와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모모 역시 처참하게 지내는 며칠이다. 코끝이 찡해질 수 밖에 없는 모모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나라면 결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모는 진심으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또한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한 로자 아주머니가 없는 '여생'은 막막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콜필드가 생각났다. 콜필드 역시 특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년이였다. 콜필드도 그랬지만 모모도 치열하지 못한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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