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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체험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평점 :
청춘영화 '69'을 통해서 오에 겐자부로를 알게 되었다. 한참 일본 인디영화에 심취해 있을 무렵 본 영화라 영화 속 주인공이 '왠만해선 읽지 않았을 법한 오에 겐자부로'라고 하길래 덜컥 몇 권을 샀었다.
[개인적인 체험]은 작가의 실제 장애아 아들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그 아들은 올해 마흔여섯살이라고 한다.
버드. 날지 못하는 27살의 젊은 아빠이다. 준비없이, 아프리카로의 삶을 꿈꾸기에 영영 아빠가 될 준비는 못할지 모르지만, 여하튼 준비없이 아이를 갖게 된다. 그것도 뇌 헤르니아라는 중증 뇌 장애아. 세상의 빛을 본 순간, 간호사로부터 '악' 소리를 들어야했던 그 작은 생명은 아빠인 버드로부터 버림받는다. 소설 첫 부분의 이런 격한 내용은 당연히 내 눈시울을 자극했다. 하지만 나는 어린 두 딸을 키워야하는 입장이라 눈이 불거지도록, 감정이 시키는대로 펑펑 울 수 있는 입장도 안되었다. 무섭고 울컥울컥하는 마음에 만 하루동안 책을 놓아야했다. 책장에 다시 꽂을 땐, 아이가 좀 큰 다음에 읽어야지..란 생각까지 했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의연한 척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났던 병원에서조차 책임지기 싫어하는 그 아기를 운반한 바구니. 피로 얼룩진 그 바구니가 버드에게, 작가에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만 스쳐도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 버드는 병원에서 아이가 쇠약사 하기만을 기다리고, 대학시절의 여자친구와 엄청난 외도를 한다. 마누라는 아무것도 모른채 입원해있는데도!!!!!!!!!!!!!!!!!!!!!! 마음 속에서 온갖 욕이 다 터져나오는 새대가리였다. 아이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챈 아내는 아기를 죽게 내버려둔다면 당신과 이혼할 것이다라고한다. 아기. '아이에 대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찾아오는 아기를 맞아들이는 것뿐'이라는 문장이 지워지질 않는다. 혼란 끝에 버드는 아이를 살리기로 결심하고 수술을 한다. 이 모든 것을 반전시키는 장면이다. 아이의 뇌 옆으로 나온 또 하나의 혹은 뇌의 일부가 아니라 단순한 혹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저능아가 될 가능성은 있었다. 아내와 함께 아이를 안고 퇴원하는 새로운 가족의 모습으로 책은 해피엔딩이다.
[체인지링] 표지가 갓난아이가 웅크린 그림이다. 아직 그 책은 절반 정도 읽은 상태이지만 그 책에서도 주인공의 아이가 장애아이다. (그 내용이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은 장애아를 둔 부모로서의 혼란, 수용, 희망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여자인 이유로, 두 아이의 엄마인 이유로 버드의 외도에 강한 반발심을 느꼈지만 이 책에서 그게 다는 아니다. 작가는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면에서 요동치는 온갖 생각들로 죽지 않고서야 미치지란 심정이였을까? 큰 아이, 작은 아이를 각각 나흘간 병원에 입원시킨 나도 가슴이 미어지고 눈을 뜰 수 없을만큼 울어버리는데.... 내가 그를 상상한다고하면 그 크기는 얼마나 작을까?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들은 항상 낮은 자세로... 겸허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