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독일기 : 잠명편 -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마라
이지누 지음 / 호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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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현인들의 관독일기인 줄 알았더니 '이지누'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작가(여러 잡지나 신문의
사진편집위원, 편집인, 논설위원 등)의 관독일기이다. 하지만 그 역시 현인들의 '잠箴'과 '명'에서 깨달은 바 혹은 깨닫고자 하는 바가 커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시작하여 90일동안 이 관독일기를 써내려갔다.

내가 이 관독일기에 요샛말로 feel이 팍 꽂힌 이유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때문이다. 내 짧은 지식에도 이덕무는 깊이 자리잡고 있었던 터, 그의 '잠'이 궁금하고, 깨닮음을 얻고 싶었다.

작가는 불교와 유교에 지식이 깊으며, 때문에 그가 접하는 잠명편은 우리나라 현인 뿐 아니라 중
국의 현인들의 잠명편도 두루 실었다. 얼핏보면 참 딱딱한 것이다 생각 들 수도 있지만 내 흥미인지, 현대 작가의 음주이야기가 곳곳에 튀어나와 공감 또는 웃음짓게 하여서인지 배우며,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꼭 관독일기를 쓰지 않아도 90일동안 천천히 남의 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자아성찰이 될 것 같은 기분. 물론 내용은 어려운 편이 아니여서 (풀이가 되어 있어) 며칠에 완독할 수 있지만 나는 10일치씩 꼭 9일을 시간 맞춰 곱씹어 읽었다.

과거 수 십년 동안 흥분하고 생각하며 깨달은 현인들의 글귀가 하나하나씩 모두 가슴에 와닿았다.

하지만 작가도 언급했듯이 깨달은 후 그것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법. 정말 백번 되뇌여도 힘들 것 같다.



몇 번이고 생각, 생각하고 싶은 글귀들이다.

* 산사의 중이 맑은 달빛 탐내어

물과 함께 달까지 길었네

절에 다다르면 응당 알게 될 테지

항아리 비우면 달 또한 없어지는 것을

----- 92page

* 시퍼렇게 날을 세운 칼날 위를 홀로 걷는 고독을 내 안에 지니지 않은 채 도대체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 107page


* 학문에 있어 가장 귀중한 것은 언행이 서로 맞고 유현이 일치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좀도둑이요, 말 잘하는 앵무새에 불과한 것이다.

----- 109page

(학문보다는 '종교'로 바꾸고 싶은 문장이다.)


* 게으른 행동이 곧 스스로 목숨을 읽는 것

----- 159page


* .....

무엇이나 내가 동작하는 것

그는 하나하나 흉내를 낸다

다만 나는 말이 많은데

그림자는 이것만은 취하지 않는다

그림자는 이렇게 생각함이 아닐까

말은 몸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그림자가 나를 본받는 게 아니라

내가 그림자를 스승으로 삼는다

...

---- 186page

* 나의 혼과 온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무엇, 그것을 마련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싶어 잠을쉬이 이루지 못했다.

----- 197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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