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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ㅣ 풀빛 그림 아이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22년 5월
평점 :

개 / 숀 탠 글 / 김경연 역 / 풀빛 / 풀빛 그림 아이 / 2022.05.30 / 원제 : Dog (2021년)
그림책을 읽기 전
숀 탠 작가님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궁금해지는 그림책이지요.
표지 속, 어딘가를 응시하는 개의 눈빛이 묘하게 마음을 붙잡아요.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그림책 읽기

내가 달리면 너도 달렸다.
네가 부르며 내가 대답했다.

네가 죽었을 대 나는 너를 저 아래 강으로 데려갔다.
내가 죽었을 때 너는 강변에서 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는 다시 함께 있었다.
이렇게 늘 함께 있게 되었다.
그림책을 읽고
숀 탠의 그림책을 펼치면 늘 마음이 낯설게 흔들리지요. <개>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이너 시티 이야기> 속 스물다섯 동물 이야기 중 하나였던 ‘개’가 따로 나와 독립적인 그림책으로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어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우리의 일상 속 가장 오래된 친구가 어떤 이야기로 그려질까 궁금했지요.
책 속에서는 아주 오래전, 인간이 막대기를 무기로 사용하던 시절의 장면이 그려져요. 그런데 인간이 던진 그 막대기를 개가 다시 물고 와 돌려주는 순간, “무기”가 “놀이”가 되고, 동시에 인간과 개의 관계가 특별한 동행으로 시작되었지요. 저는 그 한 장면 속에 담긴 상징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개와 인간의 긴 시간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았어요.
그 단순한 장면 속에서 두 존재의 운명이 달라졌지요. 인간과 개는 나란히 걷기 시작했고, 선사 시대의 들판에서도, 도시의 회색 길 위에서도, 시간이 흘러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서로를 알아보고 다시 나란히 걸었어요. 이 책은 같은 구도를 반복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보여 줍니다. 똑같은 길 위에서 문명이 변해가고, 배경이 달라지고, 빛과 그림자가 옮겨가요. 변화는 극적으로 다가오지만,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건 개와 인간의 관계였어요. 늘 함께, 늘 곁에서, 늘 기다려 주었지요. 저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주 긴 시간을 함께 건너오며 쌓여온 그 관계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어요.
숀 탠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냉정하게 보는 작가라고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그는 실제로, 공원에서 개와 사람이 산책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유별나면서도 따뜻한 유대에 감동받는다고 말했지요. 저는 그 말을 떠올리며 <개>를 읽었을 때, 시적인 글과 압도적인 그림 속에 개의 순수한 충성심, 낙관적인 눈빛을 보는 작가의 그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어요.
책을 읽으며 저는 ‘동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어요. 삶의 방식은 계속 달라지고, 세상은 쉼 없이 변하지만, 그럼에도 함께 걷는 존재가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로일까요? 개와 인간의 관계는 단순히 반려의 차원을 넘어, 존재 자체를 확인시켜 주는 거울 같다고 느꼈어요. 결국 우리는 서로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그 관계 속에서 견디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책을 손에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독특한 표지 질감이었어요. 매끈하지도 거칠지도 않은, 벨벳 같은 촉감이 손끝에 머물렀지요. 앞표지에는 개가, 뒤표지에는 사람이 자리하고 있어요.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표지 자체가 긴 여정의 출발과 도착을 보여주는 듯했지요. 표지 위 제목은 살짝 눌려 들어가 있어 손가락에 작은 골이 전해지는데, 음각 처리로 깊이를 주어 미묘한 감각까지 세심하게 담아 둔 듯했어요.
책의 판형은 <이너 시티 이야기>보다 더 크게 제작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독자들이 숀 탠 특유의 섬세하고 강렬한 그림을 더 깊게 즐길 수 있게 했지요. 실제로 책을 펼쳐 보니, 그림을 바라보는 순간 작품 속 긴 시간이 제 안에서도 함께 흐르는 듯했어요. 또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글에서는 왜 이 이야기를 따로 꺼내야 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개를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개>는 결국 “함께 있음”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인간과 개의 오랜 동행을 통해, 우리 삶 속 지켜야 할 관계가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들지요. 언젠가 저 또한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장면이 떠오를 때, 이 그림책이 보여 준 장면들이 겹쳐질 것 같아요.

책 속에서 개와 사람이 같은 자리에 있는 모습이 반복돼요. 단순한 포즈 같지만, 그 안에는 ‘함께 있음’의 다양한 결이 담겨 있다고 느껴졌어요. 기다림, 안도, 의지, 혹은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까지… 작은 선 하나하나가 그런 감정을 환기했지요.
숀 탠이 보여준 색감은 강물의 흐름, 도시의 빛, 들판의 녹색처럼 구체적 요소들을 담아내면서도 특정 장면을 재현하기보다 시간과 분위기 자체를 표현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한 장면 한 장면이 완성작 같으면서도, 동시에 미완의 조각처럼 남아 제 해석을 기다리는 듯했어요. 그 색감들은 마치 기억의 파편 같아요.
저는 숀 탠이 참 멋진 작가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동시에 그의 작품은 어둡고 무거워서 읽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묘하게 끌려 자꾸 다시 펼쳐 보게 되지요. 그 불편함 속에 남는 여운이야말로 숀 탠 그림책만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느꼈어요.
- 숀 탠(Shaun Tan) 작가님의 <개(DOG)> 작업 과정 -

위 이미지는 숀 탠 작가님의 <개(DOG)>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자료예요.
왼쪽에는 연필로 그린 초기 스케치, 오른쪽에는 유화로 그린 색감 실험과 장면 구성이지요.
완성된 그림책 한 권은 ‘결과물’이 아니라 수많은 시도와 고민을 거쳐 태어난 예술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돼요.
숀 탠(Shaun Tan) 작가님의 SNS : https://www.instagram.com/shauncytan/
- 숀 탠(Shaun Tan) 작가님의 그림책(Feat. 풀빛) -

호주 출신의 그림 작가이자 작가인 숀 탠은, 한 장면만으로도 독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힘을 지닌 작가님이시지요. 그는 꿈결 같은 장면과 기묘하면서도 매혹적인 크리처를 통해 사회적·역사적 주제를 그려내며, 어른과 아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어 왔어요. 그의 작품 속 세계는 일상의 틈새에서 태어나지요. 평범한 골목, 조용한 들판, 어스름한 도시에 이르기까지… 그곳에는 언제나 현실과 비현실이 겹쳐져 있지요.
<매미> : https://blog.naver.com/shj0033/221535440540
<빨간 나무> : https://blog.naver.com/shj0033/222324241331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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