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빛 그림 아이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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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 숀 탠 글 / 김경연 역 / 풀빛 / 풀빛 그림 아이 / 2022.05.30 / 원제 : Dog (2021년)


그림책을 읽기 전


숀 탠 작가님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궁금해지는 그림책이지요.

표지 속, 어딘가를 응시하는 개의 눈빛이 묘하게 마음을 붙잡아요.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그림책 읽기




내가 달리면 너도 달렸다.

네가 부르며 내가 대답했다.




네가 죽었을 대 나는 너를 저 아래 강으로 데려갔다.

내가 죽었을 때 너는 강변에서 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는 다시 함께 있었다.

이렇게 늘 함께 있게 되었다.





그림책을 읽고


숀 탠의 그림책을 펼치면 늘 마음이 낯설게 흔들리지요. <개>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이너 시티 이야기> 속 스물다섯 동물 이야기 중 하나였던 ‘개’가 따로 나와 독립적인 그림책으로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어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우리의 일상 속 가장 오래된 친구가 어떤 이야기로 그려질까 궁금했지요.


책 속에서는 아주 오래전, 인간이 막대기를 무기로 사용하던 시절의 장면이 그려져요. 그런데 인간이 던진 그 막대기를 개가 다시 물고 와 돌려주는 순간, “무기”가 “놀이”가 되고, 동시에 인간과 개의 관계가 특별한 동행으로 시작되었지요. 저는 그 한 장면 속에 담긴 상징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개와 인간의 긴 시간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았어요.


그 단순한 장면 속에서 두 존재의 운명이 달라졌지요. 인간과 개는 나란히 걷기 시작했고, 선사 시대의 들판에서도, 도시의 회색 길 위에서도, 시간이 흘러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서로를 알아보고 다시 나란히 걸었어요. 이 책은 같은 구도를 반복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보여 줍니다. 똑같은 길 위에서 문명이 변해가고, 배경이 달라지고, 빛과 그림자가 옮겨가요. 변화는 극적으로 다가오지만,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건 개와 인간의 관계였어요. 늘 함께, 늘 곁에서, 늘 기다려 주었지요. 저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주 긴 시간을 함께 건너오며 쌓여온 그 관계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어요.


숀 탠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냉정하게 보는 작가라고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그는 실제로, 공원에서 개와 사람이 산책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유별나면서도 따뜻한 유대에 감동받는다고 말했지요. 저는 그 말을 떠올리며 <개>를 읽었을 때, 시적인 글과 압도적인 그림 속에 개의 순수한 충성심, 낙관적인 눈빛을 보는 작가의 그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어요.


책을 읽으며 저는 ‘동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어요. 삶의 방식은 계속 달라지고, 세상은 쉼 없이 변하지만, 그럼에도 함께 걷는 존재가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로일까요? 개와 인간의 관계는 단순히 반려의 차원을 넘어, 존재 자체를 확인시켜 주는 거울 같다고 느꼈어요. 결국 우리는 서로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그 관계 속에서 견디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책을 손에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독특한 표지 질감이었어요. 매끈하지도 거칠지도 않은, 벨벳 같은 촉감이 손끝에 머물렀지요. 앞표지에는 개가, 뒤표지에는 사람이 자리하고 있어요.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표지 자체가 긴 여정의 출발과 도착을 보여주는 듯했지요. 표지 위 제목은 살짝 눌려 들어가 있어 손가락에 작은 골이 전해지는데, 음각 처리로 깊이를 주어 미묘한 감각까지 세심하게 담아 둔 듯했어요.


책의 판형은 <이너 시티 이야기>보다 더 크게 제작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독자들이 숀 탠 특유의 섬세하고 강렬한 그림을 더 깊게 즐길 수 있게 했지요. 실제로 책을 펼쳐 보니, 그림을 바라보는 순간 작품 속 긴 시간이 제 안에서도 함께 흐르는 듯했어요. 또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글에서는 왜 이 이야기를 따로 꺼내야 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개를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개>는 결국 “함께 있음”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인간과 개의 오랜 동행을 통해, 우리 삶 속 지켜야 할 관계가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들지요. 언젠가 저 또한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장면이 떠오를 때, 이 그림책이 보여 준 장면들이 겹쳐질 것 같아요.



책 속에서 개와 사람이 같은 자리에 있는 모습이 반복돼요. 단순한 포즈 같지만, 그 안에는 ‘함께 있음’의 다양한 결이 담겨 있다고 느껴졌어요. 기다림, 안도, 의지, 혹은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까지… 작은 선 하나하나가 그런 감정을 환기했지요.


숀 탠이 보여준 색감은 강물의 흐름, 도시의 빛, 들판의 녹색처럼 구체적 요소들을 담아내면서도 특정 장면을 재현하기보다 시간과 분위기 자체를 표현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한 장면 한 장면이 완성작 같으면서도, 동시에 미완의 조각처럼 남아 제 해석을 기다리는 듯했어요. 그 색감들은 마치 기억의 파편 같아요.


저는 숀 탠이 참 멋진 작가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동시에 그의 작품은 어둡고 무거워서 읽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묘하게 끌려 자꾸 다시 펼쳐 보게 되지요. 그 불편함 속에 남는 여운이야말로 숀 탠 그림책만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느꼈어요.





- 숀 탠(Shaun Tan) 작가님의 <개(DOG)> 작업 과정 -



위 이미지는 숀 탠 작가님의 <개(DOG)>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자료예요.

왼쪽에는 연필로 그린 초기 스케치, 오른쪽에는 유화로 그린 색감 실험과 장면 구성이지요.

완성된 그림책 한 권은 ‘결과물’이 아니라 수많은 시도와 고민을 거쳐 태어난 예술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돼요.


숀 탠(Shaun Tan) 작가님의 SNS : https://www.instagram.com/shauncytan/





- 숀 탠(Shaun Tan) 작가님의 그림책(Feat. 풀빛) -



호주 출신의 그림 작가이자 작가인 숀 탠은, 한 장면만으로도 독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힘을 지닌 작가님이시지요. 그는 꿈결 같은 장면과 기묘하면서도 매혹적인 크리처를 통해 사회적·역사적 주제를 그려내며, 어른과 아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어 왔어요. 그의 작품 속 세계는 일상의 틈새에서 태어나지요. 평범한 골목, 조용한 들판, 어스름한 도시에 이르기까지… 그곳에는 언제나 현실과 비현실이 겹쳐져 있지요.


<매미> : https://blog.naver.com/shj0033/221535440540



<빨간 나무> : https://blog.naver.com/shj0033/222324241331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개 #숀탠 #ShaunTan #김경연 #풀빛 #풀빛그림아이 #개와인간 #유대감그림책 #관계성 #그림책추천 #감성그림책 #그림책읽는아줌마 #그림책읽는어른 #그림책읽는투명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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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먹는 티라노사우루스
스므리티 프라사담 홀스 지음, 카테리나 마놀레소 그림, 엄혜숙 옮김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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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바람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당근 먹는 티라노사우루스 / 스므리티 프라사담 홀스 글 / 카테리나 마놀레소 그림 / 엄혜숙 역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25.08.09



그림책을 읽기 전


형형색색 즐거운 파티 한가운데, 주인공 티라노사우루스들이 보이네요.

정말 당근을 먹는 공룡이 맞을까요?

사나움 대신 환한 웃음을 띤 표정이, 오늘은 왠지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아요.





그림책 읽기




티라노사우루스 쿵쾅이는 빠르게 달리고 높이 뛰며 이빨도 튼튼해요.

그런데 걱정거리가 하나 있어요.




친구들은 우적우적 스테이크를 먹는데...

쿵쾅이는 아작아작 당근 케이크를 먹거든요!



"고기를 먹어야 해. 넌 채소 먹는 티라노사우루스라니!"

"안녕, 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야!"





그림책을 읽고


티라노사우루스 쿵쾅이는 빠르게 달리고 높이 뛰며 튼튼한 이빨을 가진 멋진 공룡이지요. 하지만 친구들이 스테이크를 먹을 때 혼자 아작아작 당근 케이크를 먹는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어요. 마음이 서운해진 쿵쾅이는 결국 자신을 이해해 줄 친구를 찾아 길을 나섰지요.


하지만 강은 축축했고, 조용히 달리는 건 지루했어요. 채소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지요. 초식동물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했지만, 그들마저 놀라 달아나 버렸어요. 그 사이 고향에 남아 있던 친구들은 쿵쾅이가 점점 그리워졌지요. 결국 그를 찾으러 나섰다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바위에 깔릴 위기에 처하고 말았어요.


그 순간, 쿵쾅이가 나타나 온 힘을 다해 바위를 던져 친구들을 구했지요. 그날 이후, 쿵쾅이와 친구들 사이에 작은 변화가 생겼어요.


채소 먹는 티라노사우루스라니, 처음엔 조금 엉뚱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쿵쾅이의 모습에서 ‘다름’이 얼마나 용기 있는 선택인지 깨닫게 되었지요. 친구들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외로워지고, 이해받지 못해 떠나는 모습에서는 속상함과 함께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아픔이 전해졌어요.


“채소를 먹지만 절대로 약하지 않다"라는 대목이 참 좋았어요. 흔히 ‘힘’이나 ‘잘함’을 특정한 모습에만 연결해 생각하곤 하는데, 쿵쾅이는 그런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깨뜨리지요.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자신답게 살아가면서도 친구들을 지키는 모습이야말로 진짜 용기라고 생각해요.


또, “자기답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라는 어린 시절에서부터 긍정적인 생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험이, 이후 누군가의 ‘다름’을 존중하고 나의 ‘다름’을 사랑하는 밑거름이 될 거라고 느끼게 할 거라 생각해요.


전개는 유쾌하게 그려졌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오래 남아요. 누군가와 다르다는 건 때로는 용기를 필요로 하고, 때로는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진심으로 연결되는 순간, 그 다름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 다리가 된다는 걸 쿵쾅이와 친구들이 보여주지요.


그림 속 공룡들은 한 컷 한 컷이 생동감 있고 유쾌해서, 페이지마다 작은 축제를 여는 듯했어요. 특히 채소와 과일이 가득한 장면에서는 쿵쾅이의 취향이 마치 나만의 냉장고처럼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주황색 별색이 시선을 사로잡아 누구나 공룡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었고, 아이들이 이 장면을 보며 ‘나도 좋아하는 걸 당당히 말할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세상에는 수많은 쿵쾅이들이 있고, 그들의 다름이 모여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다채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지요.





- 주황색 별색을 입은 <당근 먹는 티라노사우루스> -



2016년 1월 첫 출간 후, 2025년 8월 개정판의 표지가 새롭게 바뀌었네요.

이번 표지는 한층 더 밝고 경쾌한 색감으로, 책을 펼치기 전부터 즐거운 분위기가 담겨 있네요.

중앙에 보이는 이미지는 빅북의 표지이지요.

속표제지의 그림과 장면, 그리고 각 장면에 쓰인 폰트들이 조금씩 달라져서 세심한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엄혜숙 번역가님의 글은 예전 그대로, 여전히 따뜻하고 유쾌한 매력을 담고 있지요.





- <당근 먹는 티라노사우루스> 독후 활동지 -



<당근 먹는 티라노사우루스>에는 총 다섯 페이지로 구성된 독후 활동지가 들어 있어요.

무료로 파일을 다운로드하면 활동지뿐만 아니라 지도 요점 등 다양한 자료를 함께 받아볼 수 있지요.

책을 읽은 뒤, 아이가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구성이에요.

아래 링크를 통해 바로 다운로드하실 수 있어요.


<당근 먹는 티라노사우루스> 활동지 : https://blog.naver.com/grassandwind/223946295126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당근먹는티라노사우루스 #스므리티프라사담홀스 #카테리나마놀레소 #엄혜숙 #풀과바람 #그림책 #다름을인정하는그림책 #나다움그림책 #다름그림책 #인정그림책 #용기그림책 #이해그림책 #존중그림책 #그림책읽는아줌마 #그림책읽는어른 #그림책읽는투명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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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점
곽꿀벌 지음 / 하우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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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인공 ‘나’는 다리에 있는 점 때문에 늘 신경이 쓰여요. 사람들이 모두 그 점만 바라보는 것 같아 여름도, 바닷가도 즐겁지가 않지요. 수영복을 입으면 감춰두었던 비밀이 드러나는 게 두렵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결국 바닷속으로 숨어든 ‘나’는, 자신처럼 점을 가진 물고기들을 만나 위로를 받게 되지요. 하지만 다시 바깥세상으로 나가야 할 순간은 찾아오고, 그곳에서 ‘나’보다 더 눈에 띄는 큰 점을 가진 한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무심코 “너, 얼굴에 그게 뭐야…?”라는 말을 내뱉고 마는데, 소녀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책을 읽으며 처음 부분에서 누구나 마음속에 감추고 싶은 ‘점’이 있다는 사실에 공감했어요. 그것이 눈에 보이는 특징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성격이나 습관일 수도 있지요. 어린 시절에는 그 작은 차이가 쉽게 부끄러움이 되고, 시선이 되어 상처로 남기도 해요. 저 역시 제 점에만 지나치게 집중했던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남들은 나에게 그만큼의 관심이 없었어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말일 뿐이었지요. 결국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였어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타인의 말은 언제나 상처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너, 얼굴에 그게 뭐야…?”라는 장면에서 문득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떠올랐어요. 나 역시 같은 처지이면서, 다른 사람의 다름을 지적하는 모순된 모습이지요. 어쩌면 우리도 일상에서 스스로의 불안을 가리기 위해 타인의 다름을 먼저 꼬집고 있는 건 아닐까요?



“틀린 점은 없어. 그저 특별한 점일 뿐이야.”


큰 점을 가진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점’은 결코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지요. 남과 다른 무언가가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는 메시지가 마음을 두드렸어요. 그림책은 주인공의 다리에 있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가진 개성과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다름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특별함이고, 서로의 점을 존중할 때 세상은 더 다채롭고 따뜻해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어요.



“점이 없는 사람도 있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점이 있잖아.”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래요. 점이 없는 사람은 없지요. 다만 그 모양과 위치, 크기가 다를 뿐이에요. 결국 우리는 각자 다른 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피식 웃음이 났지만, 그 말은 곧 날카롭게 가슴을 파고들었어요. 모두가 점을 가지고 있다는 이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이치를 왜 우리는 자꾸 잊고 살아가는 걸까요.



책을 덮고 나니, ‘점’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자리한 고유한 빛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의 점을 바라보며 웃기도 하고, 때로는 불편해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 점이 모여 세상을 다채롭게 물들이는 게 아닐까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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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러 갈 시간이에요, 에밀리 공주님
피에레뜨 듀베 지음, 아가트 브레이-부레 그림, 조선혜 옮김 / 하우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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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에밀리 공주는 부모님의 자랑이자 성 안의 활기 그 자체예요. 하지만 단 하나, 잠자리에 드는 순간만큼은 늘 문제지요. 잘 시간이 되어도 그녀는 성 곳곳을 뛰어다니며 이리저리 도망치고, 사람들은 모두 공주를 재우느라 분주해져요. 그러나 잠들기 싫다는 마음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결국 지쳐 쓰러져 잠들기까지 한바탕 소동이 이어지지요. 그런데 모두가 이제야 고요를 찾았다고 안도하는 순간, 공주는 다시금 깔깔 웃으며 도망칩니다. 멈출 줄 모르는 에너지를 가진 공주, 그 장난스러운 밤은 언제쯤 끝이 날까요?



이 책을 읽다 보면 글과 그림이 꼭 맞아떨어지지 않는 장면들이 종종 보여요. “절대 손가락으로 음식을 만지지 않아요”라는 문장 아래에서는 접시를 어질러 놓고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모습이 펼쳐지지요. 또, 자수 선생님을 좋아한다며 간식 바구니에 개구리를 넣어 놀라게 하기도 해요. 이런 엇갈림이 주는 위트는 독자에게 “글과 그림이 다르다!”는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장면 속으로 빠져드는 몰입으로 이어지지요. 장면마다 숨어 있는 작은 디테일을 구석구석 찾아보는 재미까지 더해져 책장을 넘기는 순간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와요.



<자러 갈 시간이에요, 에밀리 공주님>을 읽으면,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부모와 ‘아직 자고 싶지 않다’는 아이의 마음이 부딪히는 순간이 그대로 드러나요. 사실 이 장면은 매일 저녁 많은 집에서 반복되는 풍경이지요. 저도 이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모험의 연장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여전히 낮의 즐거움에 머물러 있는 거겠지요.



그래서 에밀리 공주의 모습은 마냥 말썽으로 보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세상을 더 알고 싶고, 하루가 끝나는 게 아쉬운 마음이 귀엽게 느껴졌지요. 중요한 건 그 마음을 억지로 꺾어 누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기다려 주는 어른의 태도라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잠투정’을 다루는 방식에서 다정함이 묻어나더라고요. 아이와의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서둘러 끝내려 하기보다, 함께 머물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야말로 잠자리뿐 아니라 하루를 채우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물론 부모의 마음은 늘 여유롭지만은 않지요. 하루를 마치고 겨우 잠자리에 들게 하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실랑이는 때때로 지치게 만들어요. 그래서 이 책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시에, 부모의 피곤함에도 공감해 주는 듯했어요. ‘그래, 힘들 수 있지. 그래도 아이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결국 가장 소중하다’고 다정히 위로를 보내고 있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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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인생그림책 45
배유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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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책을 읽기 전


배유정 작가님의 이름만으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지요.

표지 속 보랏빛 얼굴과 초록 공의 강렬한 대비가 단번에 눈길을 붙잡아요.

저 초록색 공은 어디로 굴러갈까요?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그림책 읽기




허전한 마음이 들었어요. 숲에서 잃어버린 게 틀림없어요.

혹시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음…, 이상한 고릴라는 본 적 있어요.

자기 손바닥 위를 쳐다보면서 “꼬마 고릴라….”라고 하던데요. 마치 자기에게 말하는 것처럼요.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반짝거리는 초록색 공을 못 봤을 리 없잖아요.

어쩌면 내가 찾고 있는 건 초록색 공이 아니었을까요?




그림책을 읽고


숲속을 헤매던 화자는 허전한 마음을 안고 만나는 동물들에게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라고 물어오지요. 하지만 동물들은 공은 보지 못했다고 하며, 대신 각자의 모습과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아기 오리를 따라가는 장면, 빈자리를 찾는 부엉이, 무늬를 잃은 얼룩말,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고릴라까지 이어지며 화자는 숲속을 헤매지요. 그리고 마침내 깨달아요. 자신이 찾던 초록색 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음을, 그것은 곧 ‘진짜 나’를 마주하는 과정이었음을요.


이야기는 “혹시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반복해서 이어지지요. 숲속에서 만나는 동물들은 모두 본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림 속에서는 분명히 공을 바라보거나 쫓는 모습이 담겨 있지요. 글과 그림이 어긋나면서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참 묘했어요. 그 어긋남은 오히려 긴장감을 만들며 저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게 했어요. “정말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걸까?” 하고 말이지요. 그러면서 저도 함께 숲을 헤매는 기분이 들었지요. 하지만 이것은 가장 불편한 감정의 시작일 뿐이었어요.


동물들은 단순한 숲의 존재가 아니라, 마음속 복잡한 감정의 얼굴처럼 다가왔어요. 빈자리를 찾는 부엉이는 허전함을, 가면을 쓴 사슴은 숨기고 싶은 내면을, 허물을 삼키는 뱀은 스스로를 바꾸려는 불안을 떠올리게 했지요. 이렇게 동물들을 만나는 장면마다 낯설고 불편한 감정이 스쳤지만, 그것이 바로 내 안에 숨어 있는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로는 감추고 싶고, 때로는 드러내고 싶은 마음들…. 결국은 내가 늘 마주하고 있던 감정의 조각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스스로를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책장을 넘길수록 ‘나 자신’이라는 점을 향해 점점 좁혀 들어가고 있었어요. 초록색 공은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 애초에 잃어버린 적 없는 ‘진짜 나’였지요. 공을 찾아 숲을 헤매는 화자에 나를 이입하면서, 내 안의 공을 조용히 바라볼 수 있었어요.


그림 속 세계는 현실 같다가도 어느 순간 환상으로 이어져요. 낯설게 다가오지만 동시에 친근하게 마음을 흔드는 장면들이 이어졌지요.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색감, 동물들의 눈빛과 몸짓은 이야기에 한층 몰입하게 만들었어요. 글과 그림의 어긋남은 불편했지만, 그 불일치가 오히려 제 안의 질문을 더 크게 만들었지요.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물음이 오래 남았어요. “나의 초록 공은 무엇일까?” 하고요. 무겁고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그 물음 덕분에 멈춰 서서 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이 그림책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지요. 대신 스스로 자기 안의 공을 찾도록 길을 열어주지요.




-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출간 기념 전시회 -



[전시 스케치]

초록색 공이 숨어 있는 그곳! 💚

📍 전시 기간: 8월 12일 ~ 8월 31일

📍 장소: 책방 사춘기


내용 및 사진 출처 : 출판사 길벗어린이 SNS https://www.instagram.com/gilbutkid_book/





-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출간 기념 북토크 -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의 출간을 기념하여

배유정 작가님과 정진호 작가님의 북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작업 과정을 들어 보며

책을 더 깊이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내용 및 사진 출처 : 출판사 길벗어린이 SNS

https://www.instagram.com/reel/DNVU7itxXdI/?




- 배유정 작가님의 그림책 -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만 같아, 정신없이 찾아 헤매던 때가 있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고, 마음은 늘 산만했다.

그때의 나는 야생동물처럼 불안하고 긴장된 눈빛으로 늘 두리번거리며 살았다.

후략

-배유정(지은이)의 말 / 숲과 공 중에서


배유정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yujung_daily/


<밤버스> : https://blog.naver.com/shj0033/222308829070


<나무, 춤춘다> : https://blog.naver.com/shj0033/222390323703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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