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러 갈 시간이에요, 에밀리 공주님
피에레뜨 듀베 지음, 아가트 브레이-부레 그림, 조선혜 옮김 / 하우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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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에밀리 공주는 부모님의 자랑이자 성 안의 활기 그 자체예요. 하지만 단 하나, 잠자리에 드는 순간만큼은 늘 문제지요. 잘 시간이 되어도 그녀는 성 곳곳을 뛰어다니며 이리저리 도망치고, 사람들은 모두 공주를 재우느라 분주해져요. 그러나 잠들기 싫다는 마음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결국 지쳐 쓰러져 잠들기까지 한바탕 소동이 이어지지요. 그런데 모두가 이제야 고요를 찾았다고 안도하는 순간, 공주는 다시금 깔깔 웃으며 도망칩니다. 멈출 줄 모르는 에너지를 가진 공주, 그 장난스러운 밤은 언제쯤 끝이 날까요?



이 책을 읽다 보면 글과 그림이 꼭 맞아떨어지지 않는 장면들이 종종 보여요. “절대 손가락으로 음식을 만지지 않아요”라는 문장 아래에서는 접시를 어질러 놓고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모습이 펼쳐지지요. 또, 자수 선생님을 좋아한다며 간식 바구니에 개구리를 넣어 놀라게 하기도 해요. 이런 엇갈림이 주는 위트는 독자에게 “글과 그림이 다르다!”는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장면 속으로 빠져드는 몰입으로 이어지지요. 장면마다 숨어 있는 작은 디테일을 구석구석 찾아보는 재미까지 더해져 책장을 넘기는 순간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와요.



<자러 갈 시간이에요, 에밀리 공주님>을 읽으면,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부모와 ‘아직 자고 싶지 않다’는 아이의 마음이 부딪히는 순간이 그대로 드러나요. 사실 이 장면은 매일 저녁 많은 집에서 반복되는 풍경이지요. 저도 이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모험의 연장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여전히 낮의 즐거움에 머물러 있는 거겠지요.



그래서 에밀리 공주의 모습은 마냥 말썽으로 보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세상을 더 알고 싶고, 하루가 끝나는 게 아쉬운 마음이 귀엽게 느껴졌지요. 중요한 건 그 마음을 억지로 꺾어 누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기다려 주는 어른의 태도라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잠투정’을 다루는 방식에서 다정함이 묻어나더라고요. 아이와의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서둘러 끝내려 하기보다, 함께 머물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야말로 잠자리뿐 아니라 하루를 채우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물론 부모의 마음은 늘 여유롭지만은 않지요. 하루를 마치고 겨우 잠자리에 들게 하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실랑이는 때때로 지치게 만들어요. 그래서 이 책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시에, 부모의 피곤함에도 공감해 주는 듯했어요. ‘그래, 힘들 수 있지. 그래도 아이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결국 가장 소중하다’고 다정히 위로를 보내고 있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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