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리커버 에디션) - 까칠한 글쟁이의 달콤쌉싸름한 여행기 ㅣ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김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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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함은 애정의 또 다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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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 작가’라는 별명을 가진 작가, 미국인 빌 브라이슨의 영국 여행기다.

20년 간 영국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기록한 영국 여행의 기록이 담겨 있다.

명소, 지역의 특색과 함께 영국 사람들에 대한 개인적인 분석들도 나오는데 왜 그런 별명이 붙혀졌는지 알 것 같다.

사실 미국식 유머는 나와 맞지 않아서 '머... 얼마나 재미있겠어~ 그저 옛날 영국의 모습이나 알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는데, 이게 웬걸... 너무 웃기고 재미있다.

벗뜨..여행지에서 겪은 경험담을 필두로 찰진 입담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데 말 많은 거 싫어하거나 유머코드가 안 맞는 사람들은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얼굴을 붉히며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각팬티를 머리에서 치웠다. 뭔가 해명을 하고 싶었지만 노인은 다시 하늘을 살피고 있었다.

p.24

영국인들만큼 비위 맞추기 쉬운 사람들도 없다. 나는 이 점이 가장 특이하다고 본다. 실제로 영국인은 소소한 기쁨이나 쾌락을 좋아한다.

대체적으로 미국인들이 살아가는 목적은 지속적으로 존재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즉각적이면서 풍족하게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을 타고난 생득권으로 여긴다.

p.139

나는 잠시 할 말을 찾았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에게 배은망덕한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쫄딱 젖은 상태로 슬레이트 탄광을 구경하러 나선다는 건 항문 병리학자를 방문하는 것만큼이나 흥이 나지 않는 일이었다.

p.368


영국을 여행하면서 정말 주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하고 계신지라, 유머를 잃지 않는 이웃집 까칠한 할배 같은 친근한 느낌이 든다. (당시 44살이셨지만........)

미국인과 영국인의 차이점 또한 이 책에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있는 요소이다. 동양인으로서는 비슷해 보이는 두 나라가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는지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작은 거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매의 눈으로 영국 구석구석을 살피는 빌 브라이슨을 보면 영국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말고는 외국에 제2의 고향이 없는 나로서는, 부러워지는 순간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오기도...

그 시절, 한국은 어땠지... 도 생각해 보게 되고 뭔가 옛날 감성이 느껴져서 여행을 향한 갈망이 더욱 깊어진 것 같다. 영국은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지금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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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일흔을 바라보는 빌 브라이슨의 40초 중반의 영국 여행기고 1995년에 출간된 책이라, 정보는 물론 영국의 생활상도 많이 바뀌었겠지만 '빌 브라이슨의 시각'에서 당시 영국을 바라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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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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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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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희망을 노래하는 그녀들의 아름다운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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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프랑스 파리로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의 실태가 주인공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주인공 솔렌은 마흔 살의 미혼 변호사로 부족함 없이 자란 여성이다. 일에 빠져 살던 그녀가 눈앞에서 의뢰인의 자살을 목격한 후 번아웃 진단을 받게 되고, 의사는 알약 외에 타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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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그녀의 꿈은 사실 '작가'였던 터라, 대필 작가 구인공고를 보고 용기 내 지원하게 된다.

그녀가 일하게 된 곳은 파리에 실존하는 곳으로 '소외 계층'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여성 궁전'이었다.

구걸하는 여성을 보고 도시의 풍경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간주했던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변화'하게 된다.

아이의 할례를 피해 함께 도망 온 불법체류자 빈타, 오랜 노숙생활을 한 라 르네, 어린 시절에 겪은 결핍으로 고통받는 생티아, 가정폭력 피해자 비비안 등... 그녀들을 만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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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 말은 고사하고, 싸늘한 그녀들의 시선과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으니, 솔렌의 작은 관심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지켜보게 된다. 연결고리가 없었던 소외 계층인 그녀들을 통해 솔렌 자신이 치유해 가는 과정이 감동 있게 그려진다.


나의 따스한 작은 관심은 누군가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녀들의 아름다운 연대를 보며 깨닫게 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1925년 파리, 구세군 운동 활동을 한 '블랑슈 페롱'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이 여성이 바로 지금의 '여성 궁전'의 창립자라는 사실에 의미가 더해진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을 떠올리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여성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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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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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기적, 숲과 별이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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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수놓아진 아름다운 별, 황홀한 표지만큼이나 가슴을 적시는 한편의 소설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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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학을 전공한 대학원생 '조'(조애나 틸)는 둥지연구를 하기 위해 숲이 내려다보이는 키니 산장에서 지내게 된다.

어느 날, 일과를 마치고 산장에 들어선 그녀는 파리한 얼굴에 맨발로 서있는 9살 정도 돼 보이는 여자아이를 목격하게 된다.

조는 아이에게 남모를 속사정이 있을 거라 추측하고 집에 돌려보내고자 경찰에 신고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녀 곁을 맴도는 아이를 어쩔 수 없이 돌봐주게 되고 농장에 딸린 매대에서 달걀을 파는 남자 '게이브'도 가세하게 된다. 그렇게 우연으로 시작된 세 사람의 인연은 마법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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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사랑하는 어머니를 여의고 자신 또한 유방암 수술을 한 '조'와 마음에 병을 얻고 학업(꿈)을 포기한 채 농장일을 하며 어머니를 돌보는 '게이브'는 아픔이 있는 인물이다.

또래 와는 달리, 비범해 보이는 아이는 자신을 가리켜 '바람개비 은하'에서 왔고 이름은 큰곰자리를 뜻하는 '얼사 메이저'라고 소개한다.

다섯 개의 기적을 보고 나면 돌아갈 거라는 아이. 조와 게이브의 추측대로 학대가정의 아이일지, 아니면 정말 아이 말대로 죽은 아이의 몸을 빌린 외계인일지 궁금해진다.


고통과 거리를 두든지, 아니면 더 가까워지든지요.

전 고통과 가까워지기로 결심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대부분 후회한다고 말해요.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혹은 더 사랑할 걸, 하고 말이죠.

전 일말의 후회도 없어요. 정말로요.

p.271

얼사를 만나면서 그들의 앞날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얼사를 함께 돌보며 남에게 말하지 못한, 혼자만 끌어안은 아픔과 비밀을 서로 공유하고 어루만져 주면서 그들 사이엔 강한 연대의식이 흐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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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향해 달릴수록 그들의 행복을 염원하게 되는, 과거와는 다르게 풍족함을 누리지만 마음은 빈곤한 현대인들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책이다.

타인에게 내민 따뜻한 손길과 온정은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일이 되기도 한다. 선행을 베풀기 쉽지 않은 각박한 사회이지만 어쩌면 이것 또한 변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신인작가의 '데뷔작'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연신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작품으로 숲(조)과 별(얼사)이 만나면서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일은 큰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내 여섯 번째 기적은 바로 처음을 있게 한 숲(조)과 별(얼사)이 만날 때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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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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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 일상에서 발견하는 호기심 과학 ㅣ 사물궁이 1
사물궁이 잡학지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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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호기심쟁이들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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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이 드러나서 주저하게 되지만, 예전 "호기심 천국" TV 프로그램을 즐겨 봤던 사람이라면 두손 두발 들고 반길 책이다.

사라질뻔했던 사물궁이(책 제목 줄여서)는 작가가 글로 쓰던 것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면서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알고 나면 사소하지 않은 궁금증들을 모아 놓았는데, 목차를 보면 도저히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마약 같은 매력이 있다.

전문가 자문을 비롯해 논문,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과학의 원리와 이유를 설명하므로 믿고 읽게 된다.

1부가 미처 사진에 나오질 못했는데 1부~5부까지 어느 것 하나 궁금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건 마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듯한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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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겪게 되는 증상들로 인해 먼저 눈길을 끄는 목차가 있다.

많이 잤는데도 피곤한 이유라든지 왜 한쪽 코만 주로 막히는지 말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두려워했을 엘리베이터 추락도 마찬가지다. 이것도 예전에 TV에서 본 기억은 나는데 방법이 생각이 안 난다. 엘리베이터가 추락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나오는데 그나마 좋은 방법이 눕거나, 기마 자세로 손잡이를 잡고 머리를 살짝 숙여 보호하는 거였다니.. 먼가 허탈했지만 실제로 추락하면 비상 안전장치가 막아 준다는 글을 보니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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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가지 더.. '신생아의 탯줄을 안 자르면 어떻게 될까? 하는 데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으니..

이유인즉슨 나의 경우 탯줄 자르는 영상을 남편이 촬영했었는데, 탯줄을 자르자 아이는 부리나케 배꼽을 두 손으로 가리며 더 크게 울었다. 그것을 보고, 아파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탯줄에는 신경세포가 존재하지 않아 아기와 산모 모두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넌 왜 운거니...대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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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궁금하지만 궁금한 채로 끝나고 마는, 이대로 영원히 답을 못 찾는 건가 싶었는데 사물궁이를 통해 알게 되니 정말이지 가슴속이 뻐~엉 뚫린다.

과학이 이렇게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오다니... 115만 유튜브 구독자를 사로잡은 것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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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호기심이 폭발할 것 같은 자녀를 두었다면 이 책이 또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고 나면 세상이 다르게, 재미있게 보이는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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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올 이를 그리워하는 밤의 달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손지상 옮김 / 들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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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생각해보면 정말 작은 모래알 하나가 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게 되지요.

모래알 입장에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더라도 말입니다."

p.451


미스터리 소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미치오 슈스케의 최신작이다.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총 3장으로 나뉘는데 각각 등장인물이 다르다.

1장에는 첫사랑의 풋풋함과 설렘이 느껴지는 어린 연인이 등장하고 2장에는 귀여운 초등학생 남자아이 2명이 나온다. 마지막 3장에는 1장의 인물들과 관련된 두 남녀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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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모두 한 가지 공통된 사건을 기점으로 35년 후 사건의 진상, 사소한(?) 거짓말을 밝혀나가는 구조이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어떻게 얽히고설키는지 지켜보는 것과 함께 그들의 거짓말의 시초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아름다운 자연풍경 묘사 또한 지나칠 수 없는 이 책의 포인트이다. 자연 앞에서 찰나의 감정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인간사가 얼마나 덧없는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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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불명예스러운 집안 사정으로 좋아하는 남자에게 선뜻 자신의 성을 말하지 못하고 친구의 성을 알려주게 되는 나쓰오. 겐의 아버지의 경우, 순간의 거짓말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2장, 그 나이대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과장된 거짓말로, 서로 거짓말 겨루기처럼 보이는 귀여운 초딩 대갈과 땅콩(서로의 별명ㅋ)

3장, 그 사건이 없었다면 자신들이 태어나지 못했을 거라는 운명의 힘 앞에 단서를 쫓으며 비밀을 밝혀내는 아유미와 겐야. 이들을 통해 가려졌던 또 다른 거짓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보름 전날의 달 ㅡ '마츠요이 노 츠키야."

"보름달이 곧 다가오니까, '찾아올 이를 그리워하는 밤의 달이라고 부른거지. 곧 다가올 즐거움을 기다린다는 뜻이라대?"

p.454






인물들의 연관성과 반전의 반전이 흥미롭게 펼쳐져 하나의 퍼즐을 완성해가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할 수 있지만 그 영향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은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는 "나비효과"가 떠오르는 작품이다. '나였다면 그 상황에 어떻게 했을까?' 생각도 들고 자신과 남을 속이는 일이야말로 가장 비참한 말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소설이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선정적이지 않은 잔잔한 미스터리 소설을 선호한다면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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