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품으로 온 김영하 스페셜 에디션. 아무 생각없이 펼쳐보았다, 격하게 김영하 산문 3부작, 보다•말하다•읽다가 보고 싶어졌다ㅜㅜ
영업인 건 알고 있었지만 너무 간단하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러니 출판사에서 비싼 돈 들여 소책자로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겠지ㅜㅠ
이번 달 더 이상 책구매를 하지 않겠다 허벅지 꼬집으며 참고 있었는데, 유혹이 강렬하다. 이번만은 내 빈약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항변하고 싶을 정도로.
읽을 책이 없는 것도 아니고, (넘쳐난다) 그렇다고 지갑의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빈사직전) 욕심만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ㅠㅠ
<살인자의 기억법>이 책장에 꽂힌 채로 그대로 있는데, 필히 김영하라는 작가를 어서 만나보란 뜻인가 보다. 일단 저 소설부터 읽어보고 마저 영업을 당하든 말든 해야 할 거 아닌가.
최근 SNS에서 <랑야방>이란 중드를 영업받고 미친듯이 빠져들어 이번 달 독서계획은 전부 무산되겠거니 싶었는데, 작은 소책자가 그러지 말라 이르는 거 같다.
랑야방이 너무 취향의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인 게 문제다. 덤으로 예정된 비극을 향해, 클라이막스로 마구 몰아치고 있는 중이라 심신 모두 탈진되는 기분이다. 밤마다 본방 사수하고 나면 기력 쭉쭉 빨린다. 45분간 한편 보고 나면 그 후엔 더 이상 무얼 할 수 없을 정도로.
7만 적염군의 장군이었던 임수는 12년 전 매령에서 반란군누명을 쓰고 몰살된 적염군 가운데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12년. 절치부심하여 철저히 준비한 끝에, 자신의 세력, 강좌맹을 강호 제일로 키워낸다. 그렇게 강좌맹의 종주, 매장소로 수도 금릉으로 입성하여 태자와 예왕의 권력 투쟁이 그 어느때보다 심각한 것을 이용해 두 세력을 서로 물고뜯게 하여 추락시킨다. 그와 동시에 적염군 편을 들다 황제의 미움을 사 권력에서 멀어져 있던 옛친우 정왕의 세력을 키우기 시작하는데....
무려 궁중암투물!! 그 전엔 양나라 최고 소년장군으로 문무 모두 추양받던 종주가, 지금은 찬바람만 불어도 창백하니 쓰러질 거 같은 병약한 몸으로, 태자와 예왕, 그리고 나아가 황제까지, 각 진영이 얽히고설켜들어 수싸움이 대단하다.
여기까지만 해도 매우 취향인데,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예전 모습은 일절 남지 않은 종주가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옛지인들-임수가 공주의 아들이었던지라 주요 등장인물과 전부 친척관계 및 지인-과 매장소로 만나는 걸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다들 임수를 그리워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자신이 임수인 것을 감춘 채 눈빛만 흔들리는 종주와, 임수를 눈앞에 두고도 애닳게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 종주의 정체가 임수인 걸 알고 있는 종주의 수하들과 몇몇은 그 옆에서 종주걱정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애초에 1화 시작이 금릉으로 가려는 종주가 2년은 어떻게든 살아서 해내고야 말겠다 다짐하는 거였으니 암만 봐도 이 드라마의 끝은 비극.
나이 먹을 수록 해피엔딩이 좋은데, 슬픈 건 이제 감당이 안되거늘, 이 드라마에 왜 빠져들어 이리 마음이 슬퍼지는지 모르겠다.
김영하 영업 이야기 하다가 또 삼천포, 아니 랑야방으로 가버렸다;; 랑야방 정말 무서운 드라마다. 아니 중국의 저력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