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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얼지 않게끔 ㅣ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평점 :
어느 날 갑자기 나의 몸이 변해버렸다. 원인도 알 수 없고, 어떻게 해야 할 지 작은 실마리 조차 찾을 수 없다면. 그 막막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겨울이 찾아왔지만, 봄은 다시 찾아 올 것이다. 곁에서 체온을 나누어 준 사람의 마음도 얼지 않고 남아 있을 테고, 두 사람은 다시금 제주도의 바다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이야기 내용 중 주인공이 달리기를 하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도 뭘 하든 글과 책으로 먼저 공부하는 편이라 주인공의 철두철미한 사전 준비에 백배 공감하며 읽었다.
언제쯤이면 마음놓고 달릴 수 있는 시절이 돌아올까?
절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자꾸 떠오르는 건 절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변에 체온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싶다 :)
'희진' 이라는 두글자가 주소록 첫 번째 줄에서 반짝였다 사라졌다.
P.46
정말 누구나 이렇게 순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 거라면, 그리고 이전과는전혀 다른 삶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걸 버텨내고 있는 걸까.
P.80
그네 걸이를 꼭 잡고 있던 오른손을 들어올려 얼굴을 감쌌다. 눅진한 철 냄새와 함께 따듯하고 충만한 기운이 얼굴의 반쪽에 내려앉았다. 그래, 필요한 것들을 천천히 찾아가면 될 일이다. 나는 잠시 참았던 숨을 깊고, 기분 좋게 내쉬었다.
P.81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여름 지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올 테니까. 가을이라고 해봤자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버리고 미세먼지로 뒤덮인 겨울이 금방 찾아올 테지만."
P.140
어떻게든 첫해를 버티면 살길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지난 여름도 나에겐 처음 겪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지만 무탈하고 사고 없이 지나칠 수 있었던 여름처럼 겨울도 그럴 것이다.
P.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