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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용 책
신해욱 지음 / 봄날의책 / 2015년 2월
평점 :
2016-077_[관악도서관]
여행지에 들고 가서 읽기 좋은 산문집. 이라고 소개된 리뷰를 보았다.
비록 일상을 떠난 여행지에서 읽지는 못했지만,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하루에 몇 페이지씩 읽었다.
[일인용 책] 제목에서 웬지 함께 볼 수 없고, 혼자만 이 글을 읽으라고 이야기 하는 듯 하다.
작가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너에게만 들려줄게 라고 말하는 것 같다.
700자 이내로 쓰여진 한 편, 한 편의 글들...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글 한편 소개하고자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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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과 얼굴
프로젝트 팀원인 후배에게 일을 하나 부탁했다. 전화로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는데, 다음날 메일이 왔다. 빙판길에서 넘어져 갈비뼈에 금이 간 터라 부탁받은 일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걱정 말고 어서 나으라는 답 메일을 보내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사실은 후배의 건강보다, 일이 꼬였다는 생각이 앞서 지나갔다.
몇 명의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 한 친구가 곰곰 듣고 있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어땠는지 알아? 말 많고 탈 많은 동료 하나가 회식 자리에서 이러는 거야. 암일 수도 있으니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그런데 그 얘길 하면서 고기도 먹고 술도 먹어. 겉으로는 어쨌든 걱정을 해주었지. 속으로는 말야, 이랬어. 드립이네. 이번엔 암드립이야. 뭘 또 내게 떠넘기려는 걸까.”
우리는 우리의 치사한 마음이 불편했다. 머리로는 무엇이 우선이어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아픈 동료에 대한 근심보다 아픈 동료가 내게 지울 부담이 앞섰다. 간신히 머리의 명령을 따라 부담의 마음 위에 근심의 가면을 덮어썼을 뿐.
이 가면은 일종의 위선일까.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알량한 위선이나마 이기적 성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가려주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이 가면이 우리의 얼굴에, 우리의 마음에 들러붙어 아예 떨어지지 않기를. 시작은 가면이었으되 언젠가는 가면이 얼굴 자체가 되기를. 그날 친구와 나는 우리의 치사한 마음과 함께 이 소망을 눈빛으로 공유했다.
40~41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