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케인
진연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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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5_[관악도서관]

 

『코케인』은 ‘코케인’이라는 카페를 배경으로 그곳을 찾는 다양한 인물들의 내면풍경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진행된다. 굴드, 몰리, 좀머, 페터, 이안 등 이들 사이에는 코케인에 함께 있다는 사실 외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다. 간간이 대화가 이어지지만 대개는 그것에 피로를 느끼고 더 자주 각자의 내면에 골몰해 있다. 작가 굴드는 ‘눈에 보이는 것을 말로 옮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며 써지지 않는 문장을 계속 붙들고 있고, 몰리는 실패뿐인 그녀의 연애사를 곱씹으며, 좀머는 “미래를 잘살기 위해 현재의 시간을 쪼개고 할애하고 단축한다는 것 자체가 지독하게 품위 없는 짓”처럼 여겨진다며 노동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각자가 감당해야 할 고통과 슬픔의 몫은 각자만의 것으로 둔 채, 그들은 서로에게 어떤 간섭도 하지 않는다. 그저 우연히 만났다 우연히 헤어질 뿐이다.
하지만 『코케인』에서 ‘우연’이라는 단어가 지닌 힘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굴드와 좀머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는 일이 반복될 때, 아무렇게나 내뱉는 헛소리에 드문드문 진심을 섞어 말할 때, 사소한 대화들이 쌓여갈 때, 그들은 그들 간에 희미한 연대의 움직임이 피어오르는 걸 느끼게 된다. 요컨대 인물들의 단단한 자의식과 고독은 최소한의 연대가 시작되기 위한 동력으로 작동한다.

“언어를 잃는 순간 사랑을
지속하는 일도 불가능해진다”


죽음의 이유는 어쩌면 뻔했다. 더이상 삶이 그다음 삶을 이어갈 언어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쉽게 우리를 떠나는 언어 때문에, 떠나서 찾아오지 않는 언어 때문에 삶을 이어갈수록 불가피하게 삶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어를 잃는 것은 목숨을 잃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언어를 잃는 순간 사랑을 지속하는 일도 불가능해진다. _본문 중에서

그리고 그 사이에 작가 굴드의 소설관이 놓여 있다. 굴드는 언어의 틀에 갇히지 않고 계속해서 달아나는 것들을 끊임없이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것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지 못하게 된 것이므로, 어떤 풍경이나 감정을 언어로 옮기는 데에 실패했을 때 굴드는 일순간 모든 것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굴드에게 있어 글쓰기란, 정체가 불분명한, 그래서 희미한 것들에 생기를 불어넣어 선명하게 만드는 일인 것이다. 대상에 가장 적합한 표현을 찾아 그것에 언어를 부여하는 일, 그것의 다른 이름이 바로 사랑일 것이다.
굴드의 이 독백을 진연주의 것으로 받아들여도 된다면, 진연주에게 있어 『코케인』은 계속해서 달아나는 세계를 가장 정확한 언어로 포착해내려는 어떤 안간힘의 결과일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오는 순간의 질감,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 때의 생동감, 몰리와 남자가 산골에서 사슴과 마주할 때의 침묵 등 인상적이고 선명한 장면과 밀도 높고 섬세한 문장은 진연주의 이러한 소설관에 힘입은 것이 아닐까. 감각과 이미지와 우연만으로도 전혀 다른 결의 서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코케인』은 가장 또렷한 언어로 증명해 보인다.

 

[출판사 서평]

 

사랑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 코케인이라는 카페는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정리하는 공간.

마음이 머무는 공간이 아닐까?

 

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통한 서사.

 

 

몰리는 자신으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너무도 많은 우리들인가.
너무도 많은 우리들이 우리 자신들에게 둘러싸여서 길을 찾지 못하고 길을 버리고 길을 묻고 없는 길로 가게 만드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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