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지나가다
조해진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016-001_[관악도서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쓴다는 건 공감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욕망이 아닐까. 아무것도 아니면서 글만 쓰면 되는 건가. 그런 식의 또 다른 고통을 불러오지만 그래도 쓰고 싶었다.

쓰고 싶었으니 썼고,

넘어져 다시 일어나도 또다시 넘어질 준비를 하는 그들처럼........

<작가의 말 중에서>


어느 여름 6월, 7월, 8월 3개월간의 이야기.

고통받는 4인

수, 연주, 민, 종우.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보면서 각자 자신의 고통을 바라본다.

내 아픔과 당신의 고통을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작은 나의 고통에 안도하기도 한다.

아픔은 공유가 가능할까?

가슴이야 함께 저려올 수 있고, 눈물을 같이 흘려줄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는 망각이란 이름으로 기억의 저편으로

아픔을 밀어낸다.


경제적 고통과 가족의 아픔으로 몰락해가는 한 가족내의 대학생 수.

처음부터 가진 것 없는 환경에서 자신의 색깔을 지운채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연주.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여자가 결혼이 파경에 이르면서 타인의 아픔을 돌아보는 민.

민의 남편이 될 수 있었던 남자, 사회의 불의에 맞서 싸우는 거창한 정의가 아니라 이건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때문에 조직에서 내팽겨쳐지는 종우.


이 소설의 중심은 폐점 직전인 가구점을 중심으로 민과 수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열심히 산다는 것. 이 사회는 그것으로 인하여 고통없이 행복을 담보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버텨야 하고, 공감해야 하고, 위로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가끔 타인의 아픔은 잊어버리더라도 말이다.


한 발만 잘못 디디면 계획에도 없던 다른 종류의 삶으로 빨려 들어가는 허약한 지점들이 우리의 인생에는 생각보다 많이 숨겨져 잇다는 것을, 어쩌면 민보다 더 절박하게, 더 구체적으로, 그럼 이곳은 흐릿한 곳일까. 명료한 곳일까.
- 50 page -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없는 선의는 결국 모두에게 고통이 될 뿐이었다.
- 72 page -

직장을 옮길 때마다 월급이 조금씩 올랐으므로 탑승한 기차 안에서나마 한 칸 한 칸 앞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남몰래 위로받기도 했지만, 배정된 좌석도 없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기차 안을 헤매고 다녀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는 일은 더 구체적으로, 더 빈번하게 일어났다.
- 104 page -

공터에 주차해놓은 차 문을 열다 말고 그대로 돌아섰다. 걷고 싶었다. 산 자든 죽은 자든 그 누구의 배웅도 없이 혼자서 계속 걷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중략>
세계의 농도가 묽어지는게 느껴졌다. 묽어지면서 흐릿해지는 세계, 낯설지는 않았다. 눈 깜빡할 사이에 생애가 지나가는 곳, 죽는 건 또 다른 생애를 위한 준비에 불과하므로 불안할 것도 아플 것도 없는 세계, 생애와 생애는 기차 칸처럼 연결되어 있으니 손에 쥐고 있는 표를 잃어버린대도 상관없는 곳, 그런 세계를 지나가고 있는 거라고 민은 생각했다. 그러니 지금은 무서울 것도, 미안할 필요도 없엇다.
- 116 page -

발을 엇딛는 것쯤은 이제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건 오직 하나,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오늘뿐이었다. 단절이나 휴지없이 이어지는 단 하나의 생애, 그 관성이었다.
- 169 p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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