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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파란 - 제1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47
유지현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꿈에 대해 내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말은 그다지 없다. 그건 나 스스로도 아직 헤메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막막한 마음에 어학사전을 들여다보니 꿈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뜻했다. 또 동시에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꿈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막막한 동시에 간절히 바라게 된다. 이루기 어려운 것을 이루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책 ‘파란 파란’은 이러한 꿈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마냥 희망차지도, 그저 답답하고 슬프지도 않은 각자만의 꿈을 겪어내는 이야기. 자세히 이야기하려면 우선 책의 배경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책은 육지가 대부분 물에 잠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해수면이 높아진 까닭에 산 위에서 겨우 살아가는 고산종이 있으며 물 속에서 살아가는 심해종도 있다. 인간은 물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아가미가 생기는 등 진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 속 모파, 유일, 운하 등의 아이들은 ‘가장 깊은 심해 도시인 청운시에 사는 고등학생 심해수영
선수다.
이들 중 모파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모파는 자신의 한계를 딛고, 기록을 앞당겨 대회에서 우승하고자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지지부진한 기록과 따라주지 않는 마음과 체력 때문이다. 그러던 중 물 속에 살기 위한 진화가 되지 않은 고산종 수림을 만나고 여러 일을 겪는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책 속 모파의 꿈은 좀 더 빠른 기록을 내는 것. 능숙하게 늘 편하게 우승을 거머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루기 어렵다. 그렇기에 꿈인 것이다. 애쓰는 모파의 모습을 보며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무언가를 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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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나도 모르겠다. 내가 선택한 길이 곧 가로막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했다. 애초에 그만둘 생각도 없었다. 그저 내가 틀리지 않았을 거라고 믿으며 어떻게든 버티는 게 다였다. 지금의 나는 잠깐 가라앉았을 뿐이고 분명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이미 잘해 봤으니 최상의 상태로 다시 올라가는 게 불가능한 바람도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그러나 책이 말하는 건 당연히 그저 ’꿈은 이루기 어려워‘라는 말이 아니다. 꿈이 주인공 같아 보이지만 꿈 그 자체가 아니라 꿈을 가진 이들이 사실 진짜 주인공인 것이다. 꿈을 이루어 내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해내고자 하는 마음,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들이 더 가치있다고 책은 넌지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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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을 살려서 몇 번 더 레인을 돌아봤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하루를 꼬박 연습하고 ‘어쩐지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을 때’쯤이면 꼭 훈련 시간이 끝났다. 원래 같았으면 레인에 남아서 그 모호하고 아리송한, 신기루 같은 감각을 붙잡으려고 계속해서 팔을 뻗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러지 않는다. 내가 레인에서 붙잡으려던 것이 마땅한 보상이 아닌 나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나는 내가 더 대단한 사람이기를 원했고, 그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누군가는 될 때까지 노력하면 결국 성공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했고 나를 돌아볼 여유가 부족했다. 이제는 내가 어디에 있고, 정확히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알아 가야 할 때였다.
여러 일들을 겪으며 모파는 심해 수영을 그만 둔다. 큰 허탈감과 상실감 보다는 즐겁게 헤엄칠 수 있었다는 마음으로 모파는 그 꿈을 놓는다. 꿈을 놓는다는 게 실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 제목인 ‘파란’은 물결을 뜻하기도 하고, 어려움이나 시련을 뜻하기도 한다. 뜻을 알고 다시 제목을 보면 그 의미가 느껴진다.
꿈을 향해 가는 거친 파도 속에는 여러 물결들이 있을 것이다. 잔물결일 수도 있고, 큰 물결일 수도 있다. 연한 물결은 함께 타고 갈 수 있지만 큰 물결을 마주치면 배가 뒤집어지듯 엎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숱한 어려움을 지나 파도가 밀어낸 몸이 닿은 곳이 꼭 목적지가 아니어도 괜찮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의 빛들이나 진하고 옅은 파도의 색들, 시원한 바람 같은 것들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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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해파리는 호흡도 세포로 한다며? 물에서 절대 숨 막힐 일은 없겠던데?”
물에 빠져 죽는다니 이상한 말이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온 세계가 물에 잠겨 있는데, 물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죽을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걸까.
우리는 각자 호흡하는 법이 달랐다. 그렇기에 환경에 적응하는 건 온전히 자신의 몫이었다. 숨을 쉬기 위해서 보조 기구를 쓰는 것도, 헬멧을 쓰는 것도 괜찮았다. 그저 자신에게 보조기구와 헬멧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만 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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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러는데,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은 많고 그중에서 내가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더라.”
내 말을 들은 수림이 씩 웃었다.
“그래서 나도 뭐든지 해 보려고. 당연히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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