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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온 더 락 ㅣ 창비시선 535
고선경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평점 :


‘사랑’이 어디에도 없는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사랑을 맨 앞에 내세우는 건 어쩐지 너무 부끄럽고, 다 벗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꼭 구체적인 단어가 아니라도 사랑한다는 표현은 어떻게나 가능하니까.
러브 온 더 락은? 사랑이 곳곳에 있다. 시집 표지도 분홍이고, 시집 제목에도 러브가 있다. 온통 사랑 투성이다. 그래서인지 실은 맨정신에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읊조릴 때면 정신없이 그 속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더더욱 칵테일과 함께했어야 했나?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시는 내게 늘 어려운 걸음이다. 단어 하나가 큰 파도 같아서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읽을 때마다 자꾸 끊겨, 친구에게 시를 읽는 어려움을 말했다. 그때 친구는 사진보듯 시를 읽어보라고 말해줬다. 하나 하나 먹으려들지 말고 그냥 텍스트 그대로 느껴보라는 것. 그게 참… 쉽지 않지만! 읽으면서 오랜만에 이 시 참 좋은데? 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병률 시인의 시집 이후로 오랜만인 감각이었다.
맨 위에 적은 문장은 시 ‘사랑의 교육학’ 중 일부다. 실은 이외에 빠져든 시 두 편이 있다. 하나는 ‘흰 우유에 빠뜨린 오레오 쿠키를 수저로 건져 먹을 때’. 또 하나는 ‘침사추이에서 비치로 가는 길’.
나는 소설에 익숙한 편이다. 그래서 읽을 때마다 혼자 놀라기도 하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남몰래 대화한다. 시를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들이 그리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시를 읽었다. 그리고 좋았다. 인상깊었다. 그렇게 그냥 받아들이는 감각을 다시 인식했고, 그 사실이 참 좋았다.
확실하게 추천하는 건, 칵테일을 마시며 취중 ‘러브 온 더 락’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것!
또 고선경 시인님과 사랑 이야기를 잔뜩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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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아무리 씻어도 하얘지지 않는다고 우는 까마귀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 마지막으로 본 그에게서는 탄내가 났어 베란다 밖엔 눈발이 날리네 …
22p
우리가 함께 본 주성치 영화 때문에 홍콩까지 왔다는 게 새삼스럽지 않아도 섹오 비치에 다다랐을 때 눈 커졌고
왜 이곳만은 한겨울 같은지
황량한지 아름다운지
생각했지
109p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