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시학 강의 - 16명의 현직 시인이 말하는 시의 모든 것
강은교 외 지음 / 아인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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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의 책 만큼이나 잘 읽히는 책이 반가운 것은 아마 내 독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 동안 동양 고전에 관련 된 책을 읽으며 내가 난독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이 책은 그런 나의 자기비하를 지워주었다.

언어를 다루는 전문가인 시인들이 엮은 책이여서인지 책이 술술 읽혀졌다. 정말 술술.

나는 시를 쓰는 일에, 아니 시라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아마 고등학교 때 수능을 준비하며 화자에 동그라미 치고 긍적정인 시상에는 바른 세모, 부정적인 시상에는 뒤집힌 세모를 치면서 시를 읽어갔을 때 부터 시를 외면해오지 않았나싶다. 나의 열악한 상상력과 독해력은 시를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영 감이 오지를 않고 시인들이 애써서 선택한 단어들과 단어들의 배열,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감수성 짙은 의식 역시 나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단지 어려운 단어들이 흩뿌려져있는 것만 같았다. 당최 단어와 단어를 연결시켜 이해 할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를 좀 읽어보겠다며, 나도 시를 읽고 감동 좀 받아보자는 마음에 이 책을 읽었다. 시인이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시를 쓰는지 알면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며.

책을 읽고 얻은 소득이라면, 시를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건 내 책임이 아니라 시인이 시를 어렵게 쓴 것이 잘못이라는 하등 도움되지 않는 자기위안. 앞으로는 시를 읽고 나 스스로 나의 독해력과 감수성에 좌저절하지 않을 방어기제를 깔아놓게 되었지만 시를 이해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세상을 더 살아봐야하는 것일까.

그래도 잘 읽힌다. 기분이 좋을 정도로.
고전문학은 참말로, 고전도 어렵고 문학도 어려운데 고전문학이라니. 어느 작가는 고전을 많이 읽으면 뇌에 금이 가면서 통찰력이 솓구쳐 올라오는 경험를 할 것이라는데 그냥 뇌에 금만 가는 것 같다. 그냥 뇌에 금이 가서 머리가 아프기만 하다. 아마 좀 더 담금질을 해야겠지. 누가 좀 그냥 내 뇌에서 통찰력을 꺼내어 내 눈에다가 박아주었으면.

시라는 것은 그냥 천재적인 작가들이 한량처럼 지내다가 순간적인 영감을 받아 일필휘지로 적어내어 세상에 내놓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쓰고 쓰고 또 쓰는 연습을 하여야만 시가 써진다니. 역시 이 세상에 그냥 하늘에서 내려주는 건 없나보다. 좋은 부모 만나 부모님이 내려주는 것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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