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는 엉덩이에서 나온다 - 잘 마른 멸치 권석 PD의 방송일기 세상읽기
권석 지음 / 새녘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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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꼭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그건 바로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챙겨 보는 TV 프로중 하나다. 일이 생겨 토요일날 무한도전을 보지 않으면 왠지 토요일을 그냥 보내버린 기분이 들기까지 할 정도다. 약간은 바보 같고 모자라 보이는 그들의 유쾌함과 무모해 보이지만 용기있게 도전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황소와 줄다리기나 목욕탕 배수구와 바가지로 물을 퍼내는 대결, 탈수기와 빨래 직접 짜기 대결 등은 정말 무모한 도전임이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대결을 보면서 정말 그게 가능할까하는 궁금증이 생기기까지 했다. 무모하지만 한번쯤은 궁금했던 그런 도전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더 나아가 저렇게 무모한 도전도 하는데 왜 난 두려움에 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인데도 도전조차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던 걸까하는 생각을 하게끔 했다. 그 뒤로도 많은 분야에 도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감동도 받고 도전의 가치를 느끼게 해 주었다. 초반의 시청률이 저조함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근성으로 기어이 많은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런 프로였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만든 권석 PD의 방송 이야기는 더욱 관심이 갔다.

 

제목도 특이하게 아이디어는 엉덩이에서 나온다니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을 접하거나 뭔가 번쩍하고 떠오르는 것을 생각하기 싶다. 그가 말하는 아이디어는 이미 있는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이 나오고 오랫동안 책상 앞에 앉아 아이디어 회의와 토론을 거쳐 나온다고 말한다. 누가 더 오랫동안 고민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다. 온고지신이란 말처럼 예전의 것을 새롭게 다듬어 발전시킬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그의 작품 또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기도 하고 외면당하기도 한다. <오늘을 즐겨라>처럼 화려한 캐스팅에도 얼마못가 접는 프로그램도 있고 예상이 빗나갈 때도 많다. 곧 시청자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프로그램도 성공한다. 다양한 이변이 많은 방송국에서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는 자신이 겪은 방송생활 이야기들 그리고 연예인들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그들의 생활, 천신만고 (천가지 매운맛과 만가지 쓴맛)을 본 PD 생활을 진솔하고 재미있게 들려준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야하고 인기 연예인을 캐스팅하기 위해 삼고초려한 일, 스태프와 연기자와 마찰, 새로운 인물 발굴,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우는 시청률 싸움, 잘 나가는 동료 PD들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 멋진 한판승을 위한 그들의 노력과 방송에 대한 무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연예인들의 뒷이야기, 그들의 꿈, 연애, 연예인 천국에서 연예인으로 사는 그들의 고달픔과 외로움, 요즘의 방송 트랜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뜬 이유..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대해 환호하다가도 차갑게 비난하며 쉽게 얘기하고 잊어버리지만 그들은 방송을 위해 머리를 쮜어자내며 오늘도 노력 하며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도 얼굴 없는 가수가 얼굴을 찾게 해준 프로 <나가수>가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보일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10대들이 거의 모든 음악 프로그램을 독차지 하고 있을 때 <나가수>는 중년들의 감성을 울리고 지친 마음을 달래주었고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주었다.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간파한 것이다. 남자의 자격 또한 합창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해 준 프로그램이다.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알고 예상이 완전 뒤집힐 때도 있고 노력을 많이 기울였지만 반응이 좋지 않아 힘 빠질 때도 있지만 결국 승패는 진실성에 있다고 말한다. 진실이 느껴지지 않는 프로그램은 결국 사람들에게 냉대를 받게 된다고.

큰 아이의 학교에서 개최한 진로 탐색이 날 행사에 참석한 그는 PD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대학가요제 연출을 맡았던 때를 떠올리며 가수 신해철의 앨범 타이틀곡에서 따온 네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란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은 그때처럼 내일에 대해 불안해하는 학생들에게 또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나 또한 아직도 그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뭘까란 생각을 다시 해보았다. 그는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아는 삶. 의미있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한다. 그의 인생철학처럼 앞으로도 지금의 경험과 연륜으로 진실과 감동, 재미가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거라는 생각이 든다.

 

 

P344

[사는 대로 사니? 가는대로 사니? 그냥 되는 대로 사니?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그 나이를 처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그 나이를 처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네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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