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라는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로 읽게 된 책. 각 단편마다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경영 평론가의 말대로 복잡한 사유를 능동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뭔가 바로 이해하고 단정지을 수 없는 그런 소실집이다.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장편 두고온 여름도 읽어보고 싶다.

듀이의 충만한 표정이 깃든 자리에 남겨진 독자에게는 집요한 이해가 요청된다. 우리가 앞으로어디로 가고자 하는지 제대로 선택하기 위해서라도, 독자는 성해나가 이끄는 이 복잡한 사유 속으로 들어가야 할것이다. 성해나의 소설을 읽는 독자는 끝까지 능동적이어야 한다. - P347

어떤 현실의 한 단면은 그를 겪어나가는 나 자신도모르는 사이에 세상의 비밀을 품는 법이다. 무슨 진실을잉태할지 알려주지도 않은 채. - P353

듯 한가지 면모로만 다가오지 않는다고.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 (153) 느끼는 ‘나‘의자유는 어쩌면 진짜를 ‘믿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진짜로
‘있고자 하는 노력으로부터 빚어졌을지도 모른다. - P361

정이 흘러넘치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그 안에서,나는 뜨거운 딤섬을 차마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채,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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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년 박수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
장삼이 붉게 젖어든다. 무령을 흔든다. 잘랑거리는 무령 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가볍고도 묵직하게.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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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비 아주머니가 그린 그림은 있었어. 연필로 그린 그림이었는데 서툰 솜씨였지만 누가 봐도 아저씨였어. 그 그림도 없어져버렸지만・・・・・・ 그래도 네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니까, 새비 아저씨는 그만큼더 사는 거잖아." - P81

내가 누리는 특권을 모르지 않았으므로 나는 침묵해야 했다. 내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라며 느꼈던 외로움에 대해서.
내게 마음이 없는 배우자와 사는 고독에 대해서 입을 다문 채 일을하고, 껍데기뿐일지라도 유지되고 있었던 결혼생활을 굴려나가면서,
이해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는 감정에는 눈길을 주지 않아야 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으니까.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었으니까.
그 껍데기들을 다 치우고 나니 그제야 내가 보였다. 깊이 잠든 남편 옆에서 소리 죽여 울던 내 모습이, 논문이 잘 써지지 않으면 내 존재가 모두 부정되는 것만 같아서 누구보다도 잔인하게 나를 다그치던 내모습이. - P85

나는 항상 나를 몰아세우던 목소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 소리를가만히 들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잔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일이.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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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해봤는데 이 비유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시킬 수 있을것 같아. 분자에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놓고 분모에 그 사람의 나쁜점을 놓으면 그 사람의 값이 나오는 식이지.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단점이 더 많으면 그 값은 1보다 작고 그 역이면 1보다 크고."
"그러니까 1이 기준인 거네."
수환이 말했다.
"그렇지. 모든 인간은 1보다 크거나 작게 되지." - P25

요양원 사람들은 수환이 죽었을 때 자신들이 연락 두절인 영경에게 품었던 단단한 적의가 푹 끓인 무처럼 물러져 깊은 동정과 연민으로바뀐 것을 느꼈다. 영경의 온전치 못한 정신이 수환을 보낼 때까지죽을힘을 다해 견뎠다는 것을, 그리고 수환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안심하고 죽어버렸다는 것을, 늙은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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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표정은 확신에 차 있었다. 우리가 멋대로 삶을 망치게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확신. 우리에게 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각자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정말이지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속수무책……… - P301

침략을 대비하기 위해 갈린 수많은 삶을 떠올려보았다. 무언가를 대비하기 위해 삶을 갈아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잔인한 일이었다. 혹시 내가 삶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하는 일들이, 사실은 정말 내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무서워졌다. - P303

 나는 내가 은근히 정선이의 삶이내 생각대로 나아가길 바라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누구보다 남의 불행을 소비하면서 스스로를 멸시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왜냐하면, 나는 그런 식으로 멋대로 남을 판단하고 그 사람의 최악을 상상하며 내가 사회에서 받은 온갖 모욕을 감수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불행 포르노를 즐겨보았고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이 잘못되길 바랐다. 하지만 또 실제로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이 잘못되는 광경을 보고 싶어하진 않았다. 왜냐고 그건 나의 마음에 해가 되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남의 블행을 소비하는 건 상대방을 멸시하는 것 만큼이나 내마음을 스스로 깎아 내리는 일이었다. - P331

"설명할수록 내가 깎이는 기분이라 그랬어."
나는 그 말이 사무치도록 이해가 되어서 더 슬펐다. - P336

 나는 공유주택에서 원하는 걸 제대로 얻지 못했고 정선이는 어떤 식으로든 원하는 걸 얻은 것 같았다. 그러니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 P336

우리는 외따로 태어나서 홀로 자신을 길러낸 사람들이고 지금은 함께 살고 있어.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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