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초창기 책인가보다. 이미 40이 된지 한참이어서인지 은유의 다른 책보다는 덜 공감된다. 하지만 여기에 소개된 시들이 참 좋다.
책만 읽는 바보 이덕무도 책을읽으며 배고픔을 잊고, 추위를 잊고 병을 잊었다고 하더라만, 난 배고픔은 안 잊어진다. 책 읽다 보면 커피가 그립고 커피 마시면 빵이 그립고 빵을 먹으면서 다시 책을 뒤적거린다. 이렇게 살다간 배고픈 거지가 되겠지만 그래도 한 일주일 정도쯤그렇게 살면 좋겠다. 알람처럼 하루 세 번 어김없이 배고프다며 밥 달라는 아이들로부터 해방된 일상. 책과 커피머신과 오디오만 있는 고요한 나만의 공간에 갇히고프다. 아침이 밝으면머리 맑을 때 니체를 읽고, 오후에는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예쁜 공책에다 베끼고, 어스름 저녁이 되면 글을 쓰고, 적막한 새벽에는 아름다운 시를 골라 그에게 전화를 넣어 낭랑하게읽어 주고 싶다. - P272
몸 써서 일했다. 농부처럼 허리 굽혀 뿌릴때 무언가 자라났다. 그리고 누가 누구에게 좋은 무엇을 말로써 가르칠 수는 없다. 하다못해 아들과 대화할 때도 애초의 훈화 목적은 빗겨 가기 마련이다. 타자를 변화시키는 힘은 계몽이 아니러 전염이다. - P209
척척 풀렸다. 그럴수록 처연했다. "시의 일은 부상당한 이를 돌보는 것"이라는 말대로 나는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백팔 배를하는 심정으로 시를 필사한다. - P220
중국인들은 유클리드와 코페르니쿠스의 책을 검열한 후, 태양 중심 우주관을 속이고 덮어 두는 데 온 신경을 썼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셈에서였다. 과학이 인도, 마야, 아스텍 문화권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것도 이오니아에서 과학이 쇠퇴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만연된 노예 경제의 병폐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대 정치적) 제3세계의 커다란 문제는 고등 교육의 기회가 주로 부유층의 자녀들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이다. 부유층 출신은 당연히 현상 유지에만관심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일을 하여 무엇을 만든다던가, 또는 기존의 지식 체계에 도전하던가 하는 일을 매우 어려워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런 나라들에서 과학이 뿌리 내리기는 지극히어려울 수밖에 없다. - P373
그림을 모르는 나에게 다양한 그림을 보여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