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초창기 책인가보다. 이미 40이 된지 한참이어서인지 은유의 다른 책보다는 덜 공감된다. 하지만 여기에 소개된 시들이 참 좋다.

 책만 읽는 바보 이덕무도 책을읽으며 배고픔을 잊고, 추위를 잊고 병을 잊었다고 하더라만, 난 배고픔은 안 잊어진다. 책 읽다 보면 커피가 그립고 커피 마시면 빵이 그립고 빵을 먹으면서 다시 책을 뒤적거린다. 이렇게 살다간 배고픈 거지가 되겠지만 그래도 한 일주일 정도쯤그렇게 살면 좋겠다. 알람처럼 하루 세 번 어김없이 배고프다며 밥 달라는 아이들로부터 해방된 일상. 책과 커피머신과 오디오만 있는 고요한 나만의 공간에 갇히고프다. 아침이 밝으면머리 맑을 때 니체를 읽고, 오후에는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예쁜 공책에다 베끼고, 어스름 저녁이 되면 글을 쓰고, 적막한 새벽에는 아름다운 시를 골라 그에게 전화를 넣어 낭랑하게읽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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