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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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덕
용맹호씨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가 돌아와 자동차 정비소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사는 사람이다. 어느 날 TV에서 100분 토론을 보고 그동안 자신이 애써 외면해왔던 고통과 마주하게 된다. 100분토론의 주제는 “베트남전, 우리에게 무엇인가?”였다. 용맹호씨는 그 후 길을 가다 만난 아기 엄마를 보고 갑자기 숨이 막힌다. 잠을 푹 자지도 못한다. 용맹호씨는 어느 날은 갑자기 귀가 세 개가 되고, 가슴이 세 개가 된다. 온몸에 살점들이 들러붙는다. 그러고는 길에서 쓰러진다. 눈물이 고인다. 그 눈물 속에서 참전했을 때 자신이 베트남 마을에서 했던 폭력을 바라보게 된다.
베트남전쟁이 우리 윗세대의 일이고 내가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라고 해서 방관해도 괜찮은가? 그렇다면 일본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했던 만행을 사죄하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불편해지고 죄책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사죄를 해야 하고 누가 용서할 수 있는가? 여러 물음이 생긴다.
「용맹호」를 읽으면서 얼마 전 들었던 강의가 생각난다. 강의는 「용서에 대하여/강남순」 였다. 정치적 용서의 중요한 전제 조건은 ‘진실’에 대해 아는 것, 그리고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용서에 대하여 /강남순/동녘 P.148) 피해자들은 ‘진실’을 알기 원한다. 그 진실이 개인적인 일탈이든, 전쟁이라는 구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자행된 전략이든,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윤덕 작가는 ‘자신의 가해자성을 알아차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제껏 생각해보지 못하고, 당연시 여겼던 폭력을 멈출 수 있다’고 한다.
용맹호씨는 피해자들의 귀가, 가슴이, 살점들이 자신의 몸에 들러붙으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깊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외면해왔던 민간인 학살을 들여다보게 되고 자신을 가해성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것이 용서를 구하는 시작이다.
권윤덕 작가는 일본군 성노예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인 「꽃할머니」를 시작으로 제주 4․3을 다룬 「나무 도장」, 5․18 광주 민주항쟁 이야기 「씩스틴」에 이어 「용맹호」까지 전쟁과 평화에 대한 그림책을 그려왔다. 작가는 「꽃할머니」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베트남전쟁 이야기를 해야 「꽃 할머니」 이야기가 완성된다고 생각했단다. 「꽃할머니」는 우리 역사의 커다란 아픔임에도 불구하고 인권을 요구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마음의 짐은 가벼웠다고 한다. 그런데 베트남전쟁은 우리가 가해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죄책감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나 역시 이 그림책을 읽는 동안 내내 불편하고 죄책감이 느껴졌다.
권윤덕 작가가 이런 그림책을 만드는 까닭은 그 안에서 희망을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무 도장」에서 경찰이었던 외삼촌의 선한 의지, 「씩스틴」에서 계엄군의 총이었다가 시민의 총이 된 씩스틴, 「용맹호」에서 용맹호씨처럼 자신의 가해를 인정하는 사람에게서 희망을 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나와 이 책을 함께 읽을 아이들은 어떤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각자의 자리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다보면 평화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