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나를 여기 두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내가 아는 세상으로 다시 데려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 P17

아빠는 왜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없이,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도 없이 떠났을까? 마당을 가로지르는 묘하게 무르익은 바람이 이제 더 시원하게느껴지고, 크고 하얀 구름이 헛간을 넘어 다가온다. - P21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나는 머그잔을 다시 표 - P50

 나는 아까 이집에 도착했을 때처럼 집시 아이 같은 내가 아니라, 지금처럼 깨끗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고 뒤에서 아주머니가 지키고 서 있는 내가 보일 때까지 기다린다. 그런 다음 머그잔을 물에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온다.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나는 머그잔을 다시 물에 넣었다가 햇빛과 일직선이 되도록 들어 올린다. 나는 물을 여섯 잔이나 마시면서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 없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P30

아주머니의 손을 잡고 오솔길을 따라 밭을 다시 지나올때 내가 아주머니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없으면 아주머니는 분명 넘어질 것이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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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상하지, 스포츠 선수는 나이를 안 먹는 것 같아.
멈춰 있어, 거기서."
"거기가 어딘데?"
"내가 환호했던 데서." - P250

황병기 사람들은 기쁨으로 사는 거야. 그런데 진짜 기쁨은 슬픔을 삼키고 나오는 거라야 해.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사람치고 안 우는 사람 봤어? 아름다움도 그래. 굉장히 아름다운 거 보면 눈물이 나와 예술에 있어서의 근원은 슬픔이라고 나는 생각해. 예술적 창작이니 뭐니 하지만 시인이든 음악가든 눈물이 나올 정도의 작품을 내놔야 해.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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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가 안타까움인가? 처연하다가 어울릴까. 마음 아픈 감정들이 이 책을 놓지 못하게 헀다. 김작가가 로기완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박,로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자신의 존재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느껴진다. 자신의 선의가 누군가에게 아니 자기 자신에게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살아 있고 살아야 하며 결국엔 살아남게 될 하나의 고유한 인생라는 것. 마지막 부분에 이 문장이 깊이 와 닿는다.

라이카는 차를 준비하러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고 지금내 앞에는 로기완이 앉아 있다. 살아 있고, 살아야 하며,결국엔 살아남게 될 하나의 고유한 인생, 절대적인 존재,숨 쉬는 사람.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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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 때문에 죽거나 죽을 만큼 불행해졌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고작사는 것, 그것뿐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나는 이어 말한다.  - P152

 박에게 어떻게 해야 로가 도달했던 그 결론, 살아야 한다는 당위에 이를 수 있는 건지물어볼 기회는 다시 멀어지고 말았다. 내가 로의 인생을알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은 나 또한 살아야 한다는 그 절대적인 명제를 수긍하고 받아들이고 싶어서였다는 것을설명할 수 있는 시간도, 당분간은 내게 오지 않을 터였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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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이런 글을 쓰다니 놀랍다. 좋다. 내가 하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아까 수업 시간에 웃던 학생들이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 우리는 왜 이토록 서로의 안녕에 집착하는 걸까. 어쩌면 그건 ‘안녕‘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 - P39

지금은 그때 내가 저 대답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가 더궁금하다. 열 살 즈음의 나는 이름이란 게 뭐라고 생각했을까? 명사처럼 내 이름도 영어로 번역이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문지혁은 영어로도 문지혁이라는 것을, 세상의 어떤 언어로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혹시 나는 지금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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