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라면을 끓이며

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김훈의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만나는 작가의 문장들이 너무 좋습니다. 밥벌이의 지겨움에 지쳐가는 저에게 밥벌이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낮은 목소리로 다독이는 듯한. 올 해의 책으로 손색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 박사는 누구인가?

이기호 작가는 낮은 자세로 낮은 곳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때로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머금게 되는 웃음으로, 때로는 코 끝이 찡해지는 소소한 따뜻함으로. 그의 소설은 하나 내세울 것없이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삶을 감싸안는다. 나는 그의 따뜻한 성찰과 관조의 시선이 좋다. 단편집을 한 번 낼 때마다 새삼 작가의 나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날카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임을 놓치지 않는 여유로운 시선이 좋다. 간만에 출간된 이 번 소설집을 읽으면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위로를 받았다. 때로는 어이 없고, 때로는 어설픈 내 인생, 하지만 아직은 나쁘지 않다.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나는 그저 묵묵히 걸음을 옮길 뿐이다. 그의 소설 속에서 한결같이 (쓸모없이 보이지만) 고군분투하는 수 많은 인물들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다.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7년 4월

나는 저 별을 보기 위해서
우주를 뚫고 그렇게 먼 거리를 가로질러 왔던 것일까.

당신은 어느 우주를 떠돌다가
이제야 그곳으로 돌아가고 있는가.

    은희경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중에서

바그다드 카페

바그다드 카페 - Out of Rosenheim
영화

언젠가... 단 한 번 보았을 뿐인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

황량하고 메마른 풍경 속을 걸어오던 여자.
삶의 습기를 잃어버린 듯한 무표정으로
풀석이던 먼지 사이를
걷고 싶었던 건,  

혹시 내 안에 버성이던 무엇이었을까. 

calling you... 길고 나른하지만,
가슴을 한 켠을 툭,툭, 쳐대는 흑인 여가수의 노래를
하루 종일, 돌려 들으며
바스락대는 내 안의 언어들을 몰아냈다.

오래, 침묵할 것......
느린 침묵을 깨고,
그 말들이, 다른 누군가와 소통하기 전까지...

 

 

고양이를 부탁해

고양이를 부탁해 - Take Care of My Cat
영화

  
 
난
그냥 계속 돌아다니고 싶어
어느 곳이든 한 곳에서 머물러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면
 
답답해
 
계속 배를 타고
물처럼 흘러다니면서 사는거지
어디에도 멈추지 않으면서 말야
 
배 안에 이렇게 누워서
하늘에 지나가는 구름도 보고
책도 읽고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