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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속이 간질간질 ㅣ 신나는 새싹 185
김주경 지음 / 씨드북(주) / 2022년 10월
평점 :
콧구멍에서 싹이 나면 어떨까?
나라면 무서울 것 같은데,
『콧속이 간질간질』이라는 제목의 동화책에서는
'이런 기분 처음이야.'라며 즐거워하는 아이가 있다.
인터넷으로 이 책 소개를 보면서 이 아이의 감정이 의아했고
도대체 어떤 책일까 궁금증이 일어서 평안이와 함께 읽게 됐다.
표지를 보면 아이들이 동그랗게 모여있고
시선은 아래쪽 가운데를 향해있다.
모두 눈이 동그란 것이 깜짝 놀란 것 같고
입이 웃고 있는 것을 보니 즐거운 것 같다.
아이들 모두가 머리카락이 위쪽으로 뻗어 있다.
아이들 사이사이로 식물의 잎이 가득하고
나비 몇 마리가 보인다.
도대체 왜 아이들이 하나 같이 모두 저런 표정을 하고 있으며,
머리카락은 왜 저런 것일까?
평안이에게 왜 아이들이 이런 표정일 것 같은지 물어봤다.
평안이는 코가 간지러워서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저 표정이 간지러운 표정 같지는 않은데,
표지에 제목이 있으니
그걸 읽고 평안이가 그렇게 답한 것 같다.
이어서 내가 질문했다.
"코가 왜 간지러울까?"
평안이는 대답 대신 "엄마 눈감아 봐."라고 말하며
내가 눈을 감고 있는 사이 자신의 손가락으로 내 콧구멍을 간질거렸다.
하하하하~~~~~;;;;;;;
세상에서 간지러운 걸 제일 싫어하는데~~~~
평안이랑 책을 읽으면 웃길 때가 정말 많다.
이런 재미난 상황을 만들어 준 이 책,
내용이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이제 책장을 넘겨보자.
한 남자 아이가 가방을 메고 얼굴에 미소를 띄며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저 멀리 어떤 사람이 꽃을 자전거 뒤쪽에 싣고 가고 있다.
소년의 주위에 민들레 씨앗 같이 솜털 모양의 무언가가 날아다닌다.
솜털 같은 무언가와 자전거 위의 꽃만이 채색되어 있으며
나머지 장면은 흑백이다.
그로 인해 직감적으로
이 솜털은 자전거에 실려가는 꽃에서 나온 꽃씨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년은 걸어가다가 윗집에서 화초에게 물을 주는 바람에
머리에 물을 맞는다.
이 장면에서는 물조리개, 물줄기, 소년의 줄무늬 티셔츠만 채색되어 있고
나머지 장면은 흑백이다.
그런데 소년의 콧속이 간질간질 하더니
나비가 몇 마리 날아온다.
어라? 콧속에서 싹이 났다.
이 장면에서는 소년의 줄무늬 티셔츠, 새싹, 나비만 채색되어 있고
나머지 장면은 흑백이다.
오마나, 세상에!
맞네 맞네!!!
아까 그 솜털이 꽃씨이고,
윗집에서 준 물이 콧구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콧구멍에서 싹이 나왔네, 세상에나!!!!!!!
이 장면이 바로 처음에 언급했던(내가 이 책을 고르게 된) 장면이다.
평안이에게 콧속에서 싹이 나면 어떤 기분일 것 같은지 물어봤다.
평안이는 싹이 나무가 될까봐 슬플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나도 무서울 것 같은데
주인공은 오히려 즐거워하며 길을 걸어간다.
이 장면부터는 아까 이야기했던 채색된 대상들 더하기
소년 뒤에 등장하는 가로수들이 채색되어 나타나있고
나머지는 흑백이다.
소년은 학교에 도착했다.
소년의 콧구멍 속 새싹은 그 사이에 길게 자랐고 꽃봉오리가 생겼다.
친구들도 화들짝 놀란 표정이다. (친구들도 흑백)
소년이 "같이 놀래?"라고 말하자
콧구멍 속의 식물의 줄기가 더 자란다.
반 친구들이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 놀기 시작하면서
친구들 한 명 한 명에 색이 입혀지기 시작하고
그 후로 지면이 전부 채색되어 나타난다.
이 책의 글밥은 매우 적은데
그림, 특히 흑백과 색채를 통해 의미가 직감적으로 전달된다.
나는 이 장면을 한참 들여다 봤다.
친구들은 모두 신 나게 노는데 주인공은 어디있을까?
찾아도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평안이에게
주인공이 어디에 있을까, 왜 없을까 물어봤더니
평안이가 주인공은 아래에 있다고,
주인공이 올라가면 친구들이 다 떨어진다고 알려줬다.
'아, 그렇지. 주인공 콧구멍 속에서 나무가 시작되지? ㅎㅎ;;'
아이들은 어른보다 동화책을 더 잘 파악하는 것 같다.
(저 많은 아이들이 나무에 매달려 노는데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는게 신기신기~
아래에서 버티고 있으리라 예상되는 소년도 신기신기~~)
그 다음 장면은 바로 표지에 실린 그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글밥은 '어! 어! 어!'이다.
갑자기 주인공이 재채기를 하게 됐고
친구들은 나무에서 떨어졌는데
다행이 작은 날개가 달린 공룡 같은 동물이 친구들을 자신의 등에 태워줘서
친구들은 무사했다.
(이 동물의 등장이 좀 쌩뚱맞았는데
이러려고 작가가 그려 넣었고만!!! ㅋㅋ)
그런데 공기 방울이 있는 물 속이 연상되는 이 장면...
친구들은 떨어졌지만 주인공은 콧속이 뻥 뚤려서 시원함을 느낀다.
꽃씨가 주인공 콧구멍에서 나오고
주인공 주위로 단풍 낙엽이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선생님이 등장한다.
"무슨 일 있었니?"라고 묻는다.
선생님은 흑백이고만.
친구들 책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바닥도 물이 좀 있고,
단풍 낙엽도 있고,
주인공은 코를 훌쩍이듯 콧구멍을 만지고 있다.
나는 이 마지막 장면에서도 궁금증이 일었다.
소년과 친구들이 겪은 일은 사실이었을까?
소년의 콧구멍에서 나무 뿌리가 나온 것이 아니라 씨앗이 나온 것을 보면,,,
사실은 아닌 것 같고,,,
음~~~
소년과 친구들이 상상놀이를 했던 것일까? ^^
일곱 살 평안이가 그러하듯
이 또래의 아이들은 상상을 하며 놀이를 하니까.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지만 "놀이잖아~"하면서!
이렇게 책이 끝나는데
책 표지를 덮으려는 찰나
다른 소년의 (그래, 너, 빨간 안경을 쓴, 네 표정이 제일 눈에 띄더라)
큇구멍에서 새싹이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넌 또 무슨 일이니. ㅋㅋㅋ
그 다음도 궁금하게 만드는구나. ㅋㅋㅋ
이번엔 평안이랑 내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