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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
군타 슈닙케 지음, 안나 바이바레 그림, 박여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9월
평점 :
『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라는 책을 알게 됐다.
책 소개를 보니 어떤 집을 짓고 싶은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평안이와 집에 관련된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일상적으로 생각되는 집의 이미지와는 다른 이미지의 여러 집에 대해 나온 책이었다.
『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는 그 책과 결이 다르다고 느껴졌고,
『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를 평안이와 함께 읽으면
평안이가 짓고 싶은 집을 통해 평안이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읽어보기로 했다.
'이네스'라는 한 여성이 집을 짓기 위해 건축가를 찾아온다.
이네스는 건축가가 집을 쉽고 빠르게 지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건축가는 이것저것 많고 복잡한 것을 이네스에게 물어본다.
예를 들면 집의 위치(도시 혹은 시골, 언덕 위, 바닷가), 집의 주재료(벽돌, 나무, 흙),
그 집에서 누구와 살 것인지, 손님이 오는지, 저녁 시간에 집에서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취미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동물을 키우는지, 미래의 자녀들, 원하는 풍경 등등을 말이다.
사실 나는 책을 보기도 전에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지 예상하고 있었다.
나는 종종 잠자리에 들 때,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하곤 한다.
내가 돈이 무한하다는 전제 하에 짓고 싶은 집 말이다. ^^;
계획적인 성격이어서 그런지 단순히 상상만인데도 너무 구체적으로 하게 되고
이러다가는 잠을 못자겠다 싶어서 중간에 끊곤 한다.
그렇다.
원하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고려해야할 상황들이 참 많다.
이네스는 그렇게 복잡한 것까지 생각해야 하는지 건축가에게 반문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혼집 침대를 고를 때가 생각났다.
침대가 너무 마음에 드는데 프레임이 날카로웠다.
아이를 키우기에는 큰 단점을 가진 침대였다.
그 때는 미래의 아이를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아닌 나를 위한 신혼을 즐기고 싶었다.
그렇게 침대를 샀고, 몇 년 후 아이를 낳고, 예상했던 대로 아이는 침대 프레임이 여러 번 다쳤다.
그래도 나는 크게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침대였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원하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집에 넣을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면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네스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담은 집을 짓기에는 재정적인 문제가 크다는 것을 깨닫고 원하는 집을 짓는 것을 포기한다.
그때 건축가의 말, "하는 수 없죠. 괜찮아요. 나중에 다시 오세요!"
무슨 건축가가 이런담. ㅎㅎㅎㅎㅎㅎ
건축가라면 고객의 경제 상황까지 고려해서 집을 설계해야하는 것 아닌가?
아무튼 자신이 원하는 집을 짓는다는 가정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삶의 형태, 루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리고 미래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까지 깊이 있게 생각하게 한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보기에 딱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저학년 학생의 친구관계를 알아보고자 할 때
"누구와 친해?"라고 물어보지 않는다.
그런 질문은 아이의 정확한 마음을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친구관계를 알아보고자 할 때는 학급의 모든 아이들에게 설문을 하는데,
"급식실에서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친구는?"
"놀이동산에 같으 놀러 가고 싶은 친구는?"
"비밀을 털어 놓고 싶은 친구는?"
"엄마에게 혼이 나고 나서 만나고 싶은 친구는?"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상황을 주고 질문을 함으로써 아이들이 답을 쉽게 할 수 있게 한다.
또, 각 질문에 다른 친구의 이름을 적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친한 친구, 친하지 않은 친구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더 구체적으로 아이의 인간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아이에게 설문을 하기 때문에 자신이 적은 이름의 주인공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이런 것처럼 동화책에 구체적인 상황이 나와있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와 책을 함께 읽으며
자연스럽게 아이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할 수 있고
아이는 편안하고 쉽게 답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자신에 대해 쉽게 탐구하고 깨달을 수 있고,
부모도 자녀의 삶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이 책을 읽고 부모가 원하는 집을 자녀에게 들려주면 아이가 부모에 대해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하나의 책으로 서로에 대해 더 깊게 알아가고, 이를 통해 서로를 배려하고 응원하고 함께 동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글밥이 적어서 유아기 아이들에게도 좋겠고,
깊이 있는 생각을 유도하니 초등학생 아이들에게도 참 좋겠다.
요즘은 성인들도 동화책을 본다.
성인들에게도 참 좋은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예비 신혼부부가 함께 봐도 좋겠다. ^-^
물론 중년의 부부도!
게다가 독후활동지도 함께 한다.
이 독후활동지는 책을 읽기 전에 간단하게 살펴보는 것부터, 집을 통해 자신에 대해 더 깊게 알아가는 것까지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사색을 돕는다.
집의 평면도와 평면도에 쓰이는 기호까지 나와있어서 실로 다방면에 능한 독후활동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