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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구마 왕국의 방귀 공주 ㅣ 북극곰 이야기샘 시리즈 10
민재회 지음 / 북극곰 / 2024년 9월
평점 :
여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방귀'와 '공주'라는 낱말이 들어간 책을 본다면??
"어머, 이건 사야해!!!!!"
아이들은 '똥'과 '방귀'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뒤로 자빠진다는 사실!
게다가 여자 아이니까 여전한 공주 사랑~
『구마구마 왕국의 방귀 공주』라는 책제목을 보는 순간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자녀의 책을 어떤 기준으로 고르시는지?
혹은 본인이 읽을 책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시는지?
어른이 읽을 책을 고를 때도 흥미롭고 유익한 것으로 고르기 마련이다.
재미있으면 OK!
유익하지만 재미가 없으면...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아이들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구마구마 왕국의 방귀 공주』를 택배로 받은 평안이는 제목을 보자마자 책을 펼쳤다.
몇 장 읽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 얘 챙피했겠다~"
"깔깔깔~~~"
"재밌어~~~"
물론 혼잣말이다.
책이 재미있어서 아주 그냥 폭 빠져서 읽었다.
게다가
"뿌잉뿡뿡 뿡뿌르뿡~~"이라며 방귀 소리를 내며 책을 읽고 (평안이는 평소에 책을 묵독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감마족! 감마족! 우리는 감마족!"이라며 구호를 외치는 듯한 말도 했다. (이건 대체 뭐지??)
잘 시간이 다 되서 자야한다고 했더니,
다 읽었는데 작가의 말만 아직 못읽었다며, 작가도 실제로 방귀 때문에 실수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화장실 다녀와서 읽어도 되냐고 묻길래
책을 재밌게 집중해서 읽는 모습이 기특해서 그러라고 했다.
재미 성 to the 공!
평안이는 책이 재밌다고, 엄마도 읽어보라며 책을 자꾸 권했다.
그래, 읽어봐야지. 재미있는건 평안이 반응을 보니 확실히 알겠고, 내용이 유익한지도 확인해 봐야지~ ^^
그리고 어느 포인트가 그리도 재밌었는지 그 점도 궁금해서 책을 펼쳤다.
주인공은 예나.
예나는 방귀 소리가 너무나 요란하고 냄새가 지독해서 고민이다.
친구들이 예나를 방귀공주라고 놀리고, (심지어 짝사랑하는 남자애도 놀림;;)
예나가 방귀를 뀌면 선생님도 교실 밖으로 뛰쳐 나가실 정도다.
너무나 창피한 예나에게 어느 날 예나의 방귀를 사겠다고, 게다가 평생 방귀를 안뀔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구마구마 왕국의 구마왕을 만나게 된다.
짧게 요약했지만,
예나가 구마구마 왕국의 군인들을 만나서 구마구마 왕국에 가기까지
사실 판타지다.
보통은 아이들 책이니까 별로 놀랍지 않는데
이 책은 당황스러운 예나의 감정이 세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어른인 내가 읽기에 사실적으로, 실감나게 느껴졌다.
그리고 단순하게 '만나서+갔다'가 아니라 (유아 책이라면 과정이 짧았을 것이다)
그 과정이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흥미로운 묘사들이 긴장을 유발하며 숨겨져있다.
이런 것이 나에게는 없는, 글을 쓰는 작가의 힘인 것 같다.
책은 89페이지로 구성되어 있고,
한두장 마다 삽화가 그려져 있다.
작가가 글과 그림을 모두 지었는데
글이 전공인지, 그림이 전공인지 모를 정도로 글과 그림 모두 실감나고 훌륭하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그림이었다.
글밥은 초등학교 2학년인 평안이가 읽기에 적합했고
읽기독립을 시작하는 아이에게는 조금 많은 듯 하지만,
내용의 흥미진진한 전개와 재미라는 요소가 읽기독립을 시작하는 아이의 엉덩이를 붙잡아 놓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구마구마 왕국은 지금 심각한 전력란에 시달리고 있는데
예나의 방귀를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예나의 방귀 덕분에 구마구마 왕국은 전력란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 과정도 상당히 과학적이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과학자들의 면밀한 연구가 포함되어 있음. ㅋㅋ)
그런데 구마구마 왕국에 갑자기 감마족이 쳐들어온다!
평안이가 외치던 구호 같은 문장 속의 바로 그 단어다!
여기까지 읽으면 감마족이 뭘까 상상하게 되고 대충 눈치채게 된다.
감마족은 왜 쳐들어 온 것일까?
전쟁에 휩싸인 예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예나는 평생 방귀를 안뀌는 삶을 선택할 것인가?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
그렇다면, 이 책은 유익한가?
이 책은 본인이 싫어하는 큰 단점도 다르게 생각하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결말을 내린다.
물론 구체적으로 그렇게 적혀있지는 않지만 읽어보면 그게 주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며 아이가 주제를 스스로 찾아내는지,
그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재미에 유익한 주제까지 담았다.
이런 책 찾으려면 발품 팔고 검색을 많이 해야되는데데
운 좋게 좋은 책을 만났다. ^-^
초1, 초2 정도의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특히 이 나이대에 학습만화에 빠져서 긴글의 책을 잘 안읽어려고 하는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