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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ㅣ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전략이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환한 미소로 속내를 숨기고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그리고 빠르게 파고든다. 친밀감을 유도한 후 우위를 정하고 '우리'라는 허울 좋은 말을 붙여 가르면 끝. 그런 점에서 삶은 게임과 닮았다. p9
하지만 의미는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슬퍼하기보다 나아가기를 선택했다.
그러니까 나는 북극성이 되기로 했다.
북극성은 길잡이별,
비록 가장 밝고 큰 별은 아니어도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별이니까.
눈 맞춤이 어려워 단절을 선택한 중학생 안율이 독특한 아이 이도해를 만나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또 시선을 맞추며 성장해가는 청소년 소설인 『율의 시선』.
아빠의 사고 후 타인에 대한 무심함, 그리고 적당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아이의 모습 속에서 어른의 미안함이 느껴지며 어른인 나 역시 그들과 다른 점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며 마음이 아팠다.
삶은 고난의 연속이 아니라 극복이 연속이라고, 우리는 극복하며 살아가는 거라고, 포기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니 그 끝에 기다리고 있을 멋진 나를 위해 포기하면 안 된단 율의 엄마의 말에 율도, 그 구절을 읽던 나도 위안을 받으며 멋지게 나아가야 할 청춘도, 이미 어른의 포지션으로 머물러 있는 나도 살아가는 게 이렇게 참 쉽지 않음을 느낀다.
그 말이 그저 일상적인 말일지라도.
즐기는 삶이란 어떠한 것인지, 멋진 삶이란 어떤 것인지 아이에게, 청춘들에게 쉽게 설명해 줄 수가 없다는 생각에 무거움을 담게 된다.
타인에 무관심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사람들의 눈빛에 자신의 시선을 잃어버린 율의 모습이 어느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무심함이 상처받는 사람들, 그리고 그렇게 세상에 대한 마음을 닫는 사람들.
초반의 율의 마음처럼 차라리 무심한 게, 마음이 없는 게 편하다는 사람들이 아마 많은 어른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늘 어른이 되는 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