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패스트 트랙은 공정할까? - 공정과 정의 ㅣ 질문하는 사회 14
오찬호 지음, 원혜진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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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잠시 머리가 띵했다. 패스트 트랙은 공정한 것 아닌가? 내 돈으로 시간을 사는 건데. 하지만 그렇다고 '돈이면 다 된다'는 논리를 그냥 수긍하기엔 뭔가 찜찜했다. 그 찜찜함의 정체를 언어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 불편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책을 펼쳤다.



목차를 열자마자 우리 사회의 날 선 의제들이 쏟아져 나온다. 노키즈존, 장애인 이동권, 촉법소년, 난민, 청년수당. 흥미로운 점은 이 질문들이 대부분 *반대 진영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왜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가?", "그게 정말 공정한가?" 하고 따져 묻는 뾰족한 질문들. 평소엔 그냥 지나쳤거나 '당연히 반대'라고 생각했던 주제들이 이 책 안에서 갑자기 낯설고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저자는 그 질문들에 하나씩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공정과 정의의 실질적 의미를 재구성해 나간다.



책이 다루는 주제들은 일관되게 이분법적 갈등의 지형 위에 놓여 있다. 군 입대를 둘러싼 남성과 여성의 대립,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자원 분배 갈등, 노동자와 고용주 간의 권력 비대칭, 부유층과 빈민층 사이의 계층 단절. 이는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이 개인 감정의 언어로 번역된 현상이다. 갈등이 심화될수록 차별은 혐오로, 혐오는 배제의 논리로 굳어진다. 저자가 이 모든 논란을 관통하는 공정과 정의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



노키즈존은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어린이를 불편해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그 구조 속에서 어린이는 공적 공간에서 배제되는 존재가 된다. 이 한 문장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도태되거나 소외되는 이들을 사회적 장치를 통해 양지로 끌어올리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공정의 실천적 의미다. 다만 책 곳곳의 단정적인 표현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여성 연구자의 성과가 좋을 리 없겠죠?"* 같은 문장은 좋은 논지를 담고 있음에도 또 다른 단정과 낙인으로 읽힐 수 있다. 차별에 반대하는 책에서 단정의 언어가 등장할 때의 아이러니랄까.



그럼에도 이 책은 분명히 할 일을 한다. 패스트 트랙처럼 돈의 논리 앞에 사회적 합의가 조용히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가 먼저 앞길을 닦아야 한다는 것. 공정이 뭔지 안다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될 것이다. "당신이 공정하다고 믿는 그 기준, 정말 모두에게 공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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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문구점 ㅣ 초등 읽기대장
이상걸.곽유진.정명섭 지음, 주성희 그림 / 한솔수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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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문방구, 요즘은 거의 사라졌다. 있어도 무인 문방구. 꼭 살 것이 있어야만 들르는 게 아니라 인심 좋은 아주머니랑 시시콜콜 수다 떨다 가던 그 참새방앗간 같은 감성은 이제 찾기 힘들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문방구를 무대로 꽤 묵직한 이야기 세 편을 꺼내놓는다. 제목은 《기묘한 문구점》인데, 읽고 나면 '기묘하다'보다 '심오하다'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첫 번째 이야기 〈깨비 문구사〉는 만우절 날 시작된 작은 거짓말 하나가 어떻게 한 사람을 마녀로 만들어버리는지를 보여준다. 악의조차 없었던 말들이 낙인이 되는 과정이 서늘하다. 마녀사냥은 중세 이야기가 아니라 스마트폰 하나면 지금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두 번째 이야기 〈어디에나 문구점〉은 빙하가 녹고 대부분의 땅이 물에 잠긴 지구, AI가 세상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배경이다.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지?' 싶었는데 읽다 보면 이게 먼 미래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서 더 무서웠다. 모든 것이 사라진 세계에서도 희망의 이름은 어린이라는 걸 이 이야기는 조용하고 따뜻하게 말해준다.

세 번째 이야기 〈영혼을 찍는 문방구〉가 개인적으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섬뜩하게 느껴졌다. 촉법소년이라는 법의 테두리를 방패 삼아 폭행을 일삼고, 불을 지르고, 기물을 부수면서도 죄의식이라곤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소설이라고 읽었는데 뉴스보다 더 뉴스 같았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영혼이 망가진 아이들도 있다. 어리다는 이유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작가는 힘을 주어 말하고 있었다.

세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야 제목의 의미가 다르게 느껴졌다. 기묘한 건 문방구가 아니었다. 가짜 뉴스로 사람을 마녀로 만드는 세상, 기후 위기를 외면한 채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세상, 어린 나이를 방패 삼아 폭력을 정당화하는 세상. 그 세상이 기묘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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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탐정 추리교실 2 ㅣ 소원잼잼장르 10
이승민 지음, 쏘우주 그림 / 소원나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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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서평단
이 책을 제대로 즐기려면 1권을 먼저 읽는 게 좋다. 주인공 민지는 그냥 추리를 좋아하는 초등학생이 아니다. 직접 쓴 『최민지 탐정학 이론』을 가지고 있을 만큼, 이미 준전문가적 수준의 이론과 관찰력을 갖춘 아이다. 1권에서 그 토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2권에서 민지가 더 복잡한 사건들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2권에서 내내 눈을 사로잡은 건 AI 탐정 픽서의 존재였다. 처음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AI려니 했는데, 읽다 보면 그게 아니다.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내고, 나중엔 민지 곁에서 보디가드처럼 움직이는 로봇들까지 등장한다. 요즘 피지컬 AI, 즉 디지털 공간을 벗어나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는 AI의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픽서를 보며 그 미래를 어린이 동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캐릭터이지만, 어른 독자 눈에는 꽤 묵직한 상상력이기도 하다.

사건의 내용도 가볍지 않다. 첫 번째 과학 장비 도난 사건에서는 음성 변조 기술이 어떻게 선의를 가진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 보여주고, 마지막 SNS 계정 탈취 사건에서는 딥페이크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지금 현실의 문제가 정면으로 등장한다. 이건 더 이상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딥페이크는 이미 연예인이나 일반인의 문제를 넘어, 아동과 청소년을 직접 겨냥한 범죄 수단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SNS에 아무 생각 없이 올린 셀카 한 장, 학교 이름이 적힌 단체 사진 한 장이 범죄자의 손에서 전혀 다른 무언가로 둔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잘 모른다. 공개 계정에 올린 사진은 내가 삭제해도 이미 저장되고 유통될 수 있고, 얼굴과 이름, 학교 정보가 조합되는 순간 그건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악용될 수 있는 정보 묶음이 된다. 우리에게는 인터넷에 올라간 자신의 정보를 지울 수 있는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가 있다. 그러나 딥페이크 범죄에 한번 연루되면 이 권리는 사실상 무력해진다. 내 얼굴로 만들어진 영상이 어디에 얼마나 퍼졌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고, 삭제를 요청해도 이미 복제되고 재유포된 콘텐츠를 완전히 지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스마트폰을 쥐고 SNS를 시작하는 나이가 점점 낮아지는 지금, 초·중등 학생들이야말로 이런 위험에 가장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 이 책을 교실에서 함께 읽으며 딥페이크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내 일상을 인터넷에 공유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함께 이야기해 본다면, 어떤 디지털 리터러시 교재보다 훨씬 생생하고 깊은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다만 책을 덮으며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다. 민지는 음성 변조 피해를 당한 선생님을 돕기 위해, 이번엔 자신의 목소리를 변조해 기자인 척 한다. 목적은 분명히 선했다. 하지만 나쁜 수단을 응징하기 위해 같은 수단을 쓰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이 책의 진짜 재미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뿐 아니라, 민지의 수사 방식에서 이런 윤리적 틈새를 발견하고 되묻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도 정당해지는가 — 어린이 책이 건네는 이 질문은 생각보다 꽤 어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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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다다 케이크 가게 ㅣ 고래동화마을 17
차율이 지음, 샤토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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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달콤함입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크림의 부드러움, 알록달록한 장식의 화사함, 그리고 한 조각만으로도 기분을 환하게 바꿔주는 따뜻한 분위기까지. 달다다 케이크 가게는 바로 그런 케이크의 감각을 책 한 권 안에 담아낸 동화였습니다.

이 책은 저학년 아이들에게 특히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복잡하지 않은 줄거리와 사랑스러운 캐릭터, 그리고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그림체가 어우러져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휘적휘적”, “번쩍”, “뽀득뽀득” 같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더해져 읽는 재미를 한층 높여줍니다. 아직 긴 글이 낯선 아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고양이 달이와 하늘다람쥐 다다가 있습니다. 달이는 단것을 사랑하고 케이크를 만드는 재주가 뛰어난 캐릭터이고, 다다는 어릴 적 케이크를 통해 느꼈던 행복한 기억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친구입니다. 서로 다른 이유로 케이크를 사랑하는 두 친구가 함께 꾸려가는 가게이기에, 그들이 만드는 케이크에는 자연스럽게 정성과 따뜻함이 담깁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깊게 남았던 문장은 “포기하지 않으면 실수도 달콤해질 수 있어.”였습니다. 이 문장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느껴졌습니다. 케이크 만들기 대회에서의 실수, 가게를 크게 짓다 생긴 문제, 숲속 동물들이 가게를 먹어버리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까지. 그 모든 상황 속에서도 달이와 다다는 좌절하지 않고 실수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어 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친구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실수로 가게를 망가뜨린 친구들조차 ‘숲속 파티시에’가 되어 함께 다시 가게를 세우는 과정은 협력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결국 처음보다 더 멋진 3층 케이크 가게가 완성되는 장면은 큰 뿌듯함을 전합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호랑이와 삽살개가 다투는 부분이었습니다. 다다는 혼내거나 억지로 화해시키지 않고, 질문을 통해 스스로 깨닫도록 이끕니다. 그 장면은 케이크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마음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책의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주었습니다.

달다다 케이크 가게는 달콤한 상상력 속에 용기, 협력, 그리고 진정성의 가치를 담아낸 동화입니다. 읽고 나면 케이크 한 조각처럼 따뜻한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아이에게는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어른에게는 진심이 전하는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실수는 끝이 아니라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다다처럼 긍정적인 마음으로 실수를 즐기고 받아들인다면, 우리 삶의 많은 순간도 결국 달콤한 기억으로 남게 될 거라 알려주는 동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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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수선사 고슴 씨 ㅣ 북멘토 가치동화 78
이나영 지음, 홍수영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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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동안 집 밖에 나서지 않는 고슴도치 고슴씨.
그는 자신의 가시털로 이불도 꿰매고, 커튼도 고치는 솜씨 좋은 수선사예요.
그런데 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왔을까요?

책은 그 이유를 처음엔 말해 주지 않아요.
하지만 독자라면 느낄 수 있어요. 아, 이 친구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할 상처가 있구나.*

어느 날, 인형 눈이 떨어져 울던 아이 다다가 찾아오고
고슴씨의 조용했던 일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해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친구들 — 토끼 설기, 부엉이 부야, 개구리 폴짝, 코끼리 푸푸.
고슴씨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느질로, 그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함께 꿰매 줘요.

그런데 이 책에서 가장 울림이 컸던 건 마지막 장면이에요.
평생 자신의 가시를 단점이라 여기고 숨겨온 고슴씨가 깨달아요.
"나는 사실은 내 가시를 좋아하고 있었던 거야."

가장 감추고 싶었던 부분이, 사실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가장 특별한 능력이었다는 것.

누구에게나 드러내기 싫은 약점 하나쯤은 있잖아요.
근데 어쩌면 그게 나만의 무기일 수도 있다는 걸,
고슴씨가 조용하고 다정하게 알려줘요. 🧵

따뜻한 그림책 한 권이 필요한 날,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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