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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평점 :
나는 평소 소설을 즐겨읽지 않았지만 '방랑자들'이라는 제목을 보고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나는 청춘의 삶을 살면서 방황하고 방랑한 적도 있었기에 이 소설이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무척 기대가 되었다. 방랑자들이란 그리스 정교에서 나오는 사람을 말하며 끊임없이 떠도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방랑자들이라는 제목을 보니 작가님의 입장에서 타인을 방랑자들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장편소설 제목이 '방랑자들'이라고 하니 영화제목에서 나올법한 제목이라 흥미진진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소설 내용이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라서 다소 어려운 내용도 있었다.
신작소설인 '방랑자들'의 저자인 '올가 토카르추크' 작가님께서는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이며 이외에도 다양한 상을 수상하셨다. 작가님의 작품은 인간의 실존적 고독, 소통의 부재, 불멸을 향한 이율배반적인 욕망 등을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작가님께서는 여성적인 감각으로서 에피소드를 상세히 풀어나갔다. 특히 나는 이 작가님께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니 믿고보는 장편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장편소설은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 소설이 아니라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옴니버스 형식이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독립된 여러 개의 이야기를 늘어놓은 방식이다. 마치 패치워크처럼 여러 천을 모아 만든 조각보 같은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이야기가 겹쳐 내용이 다소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나름 작가님의 경험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있어 좋았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난해하고 혼란스러운 새로운 형식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주제를 알게 된다면 보다 읽기 수월한 책이다.
책 뒷면에는 "인간, 그리고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성좌와 같다. 우리가 사는 장소, 우리가 지닌 이름은 잊혀도 무방한, 아무 의미 없는 귀속의 수단일 뿐이다." 라는 글귀가 쓰여있다. 성좌란 신성한 자리를 말한다고 한다. 인간의 삶은 그만큼 소중한 것인데 우리가 사는 장소와 이름은 어떤 개인이 특정 단체에 소속되어 귀속된다는 것이다. 작가님께서 인간의 삶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고뇌하신 분인 것 같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여행'에 관련한 제목이 많은 편이다. 여행을 통해 다양한 시간 이야기의 내용이 있다. 이 책은 여행 그리고 떠남과 관련한 100여 편이 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기록한 짧은 글들의 모음집이다.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여행의 심리'에 관련한 내용과 구절들이 많은 편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려운 부분도 있고 잘 읽히지 않은 부분도 있어 힘든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작가님께서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철학적인 사색을 하게 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책을 종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사색하는 것을 즐겨하시는 분이라면 추천하는 책이다. 이 소설책을 통해서 작가님은 '나'라는 입장에서 타인을 여행과 떠남을 통해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점이 좋았다.
여행에 관한 기록을 '질병의 기록'이라고 표현하였다. 여행의 고통으로서 표현하고 싶은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여행에 관한 기록을 '질병의 기록'이라고 표현하였다. 여행의 고통으로서 표현하고 싶은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진(P. 26 내 여행에 관한 기록은 따지고 보면 질병의 기록이다. 나는 임상 증후군 도감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신드롬을 앓고 있다. 관련 문헌을 찾아본 결과, 이 증후군의 발병 빈도는 점점 잦아지고 있다. 이럴 때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책 중 하나는 일종의 신드롬 백과라고 할 수 있는, 비교적 오래된 판본의 '임상증후군'이다. 신드롬의 개념은 마치 장갑처럼 여행의 심리와 잘 맞아떨어진다.)
나도 혼자 여행다니는 것을 싫어한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여행지에 갔을 때 새롭고 신기한 것을 서로 나누고 공감을 나누고 싶을 때 홀로 감상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것 같다.진정한 순례자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P. 251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지인이 내게 말하길 그는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뭔가 새롭고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을 봤을 때 다른 누군가와 감상을 나누고 싶은데 그럴 사람이 곁에 없으면 불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그가 진정한 순례자가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만큼 자아라는 것은 인간이 직접 고안하고 만들어 낸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현실 속에서 영향을 미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만큼 자아라는 것은 인간이 직접 고안하고 만들어 낸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현실 속에서 영향을 미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만큼 자아라는 것은 인간이 직접 고안하고 만들어 낸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현실 속에서 영향을 미친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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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69 자아의 성장과 성장과 팽창의 과정이 점점 더 강력해지면서 인간이 직접 고안하고 만들어 낸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우리 현실에 똑같이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100퍼센트 현실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여행의 심리학에서는 자아도취의 단계로서 여행을 하면서 자신만의 사색을 표현한 것 같다. (P. 589 결국 나는 여행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다음 단계, 그러니까 '모르겠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의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공간 감각을 상실한 채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