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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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도서] 도덕경

노자 저/소준섭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예전부터 《도덕경》을 읽고 싶었다. 단지 내용이 왠지 어려워 보였다.

너무나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말이 많을 것이라는 걱정도 앞섰다. 하지만 4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온갖 ‘희로애락’을 겪고,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점점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 해답을 조금이나마 찾고 싶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다행히 이 책의 저자는《도덕경》을 쉽게 설명한다.

일단 목차부터 쉽다. 81개의 목차다. 상편은 도경이고, 하편은 덕경이다. 81개의 목차만 읽어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그리고 한자 원문에 음을 달고, 여기에 대한 해석, 더군다나 작가의 ‘깊이 보기’는 다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가 마음에 든 목차는 다음과 같다. ‘행하고도 자랑하지 않는다’, ‘능히 굽어질 수 있어야 온전하다.’, ‘경솔하면 곧 근본을 잃게 된다’, ‘유약함이 강함을 이긴다’ 등이다.

이 중에서 柔弱勝剛强(유약승강강)(유약함이 강함을 이긴다)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강함이 유약함을 압도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러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돈이 있고, 백이 있고, 목소리 큰 사람이 그 보다 못한 사람을 짓누른다. 그래서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에 빠진다. 나 자신이 그러한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자신을 억지로 변화시켜서 오히려 어색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은 자신만의 모습이 있다. 그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

꼭 강함만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

알렉산더가 정복왕이지만 그가 결국 이겼다고 할 수 있을까? 칭기즈칸도, 진시황도 모두 마찬가지다. 유약하다고 생각한 백성들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성난 백성은 파도와 같은 그 무엇보다 굽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유약함은 곧 ‘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고의 선善은 마치 물과 같다’는 말이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는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할 뿐 다투지 않는다고 말한다. 공기와 물 없이는 사람이 살 수 없다. 저자의 해석에 의하면 물은 ‘성인’을 가리킨다. 특히 노자는 물을 제일 찬양한다. 소중한 존재이면서 물은 낮은 자리를 차지한다. 물은 일반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물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위에서 아래로 순리에 맞게 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고 싶다. 또한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고도 싶다.

그리고 ‘물’은 강하다. 물이 모이면 거대한 힘을 발휘하여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물과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흐름에 나의 삶을 맡기면 내가 가야 할 곳으로 가기 때문이다. 일종의 귀소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흐름에 역행을 하면 문제가 생긴다. 밑에서 흐르면서 겸손하지 않고, 자꾸 위로 올라가려고 하면 무리가 온다.

물은 어떤 형태로든 변할 수 있다. 그릇에 따라서 그 형태가 변하고, 날이 추우면 얼음으로 얼고, 더우면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고 비가 되어 내린다. 결국 우리는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하지만 근본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상덕’(上德)을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고, ‘상덕을 지닌 사람은 덕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말을 하지 않아도 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하덕을 지닌 사람은 덕을 있음을 드러낸다. 사실 덕이 없기 때문에 덕이 있는 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관대하게 보이려고 하지만 마음이 옹졸한 경우도 있고, 남에게 자신의 덕을 보여주는 데 치중하는 사람이 이러한 사람이다. 원래 오른손이 하는 일은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오른손, 왼손, 모두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은 그 덕이 ‘가식’임을 안다. 그러나 하덕을 지닌 사람이 권력자이면 그 앞에서 칭찬과 아부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저자가 안타깝게 생각한 바와 같이 1등 지상주의, 사람들의 욕망으로 인해서 이 세상에 전쟁은 끊임없고, 환경은 오염되고, 지구는 병들어간다. 노자도 2,300년 전에 약 5,000자의 글로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고, 바르게 사는 방법을 역설했지만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잠시 생각해 본다.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건전한 욕심은 꿈과 이상으로 승화시킬 수 있지만, 불건전한 욕심은 남들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진리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오늘도 ‘물’과 같은 인생을 살자고 다짐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또한 노자는 말한다. “많이 쌓아두면 반드시 크게 망한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을 면하게 하고 그칠 줄 알면 위험하지 않게 된다”

현재에 만족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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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배틀왕 미스터리 과학 도감 1
무라카미 겐지 지음 / 서울문화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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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 신청한 책이다. 어렸을 적에 나도 귀신을 너무나 무서워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왠지 모르게 추억이 되었기 때문이다. 매주 <전설의 고향>이 방영될 때만 해도 형이랑 둘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그렇게 무서워하던 귀신이었는데, 요새는 우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할로윈데이'는 이제 대표적인 축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나중에 '도깨비축제'를 만들어야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우리가 너무나 쉽게 쓰는 '요괴'라는 말의 어원을 찾아보니 '요사스러운 귀신'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요괴는 귀신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요괴는 일단 자신만의 능력이 뛰어나다. 물론 귀신 중에서 능력이 뛰어난 구미호는 이 책에서 요괴로 통한다. 우리나라 전설에는 '도깨비'를 요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는 'monster'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요괴라는 것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포켓 몬스터'도 일종의 요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그리고 일본 만화의 영향으로 '요괴'는 우리에게 더욱 친숙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요괴 워치'라는 만화와 장난감 때문이다. 정말 수많은 부모들의 '등골 브레이커'였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어떤가? 서유기에는 수없이 많은 요괴가 나온다. 그들의 다양한 능력을 보면서 우리는 매료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손오공이 이들을 일망타진하니 속이 시원해진다.

이 책은 특이하게 요괴 배틀의 형식을 취한다. 예선전, 16강전을 지나서 마지막에 결승전까지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는 요괴 상식이 있어서 요괴의 다양한 무기, 요괴 랭킹, 우리나라 요괴 등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 역시 요괴에는 일가견이 있는 일본 분(무라카미 겐지)이 감수를 했다.

내가 아는 요괴라고는 구미호, 드래곤, 늑대인간, 설녀, 마귀할멈이 전부다. 나머지 요괴는 대부분 메이드인 재팬이라서 익숙하지 않았다. 네코마타, 텟소, 로쿠로쿠비, 이소온다 등 전혀 모르는 요괴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는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배틀을 할 때는 각 요괴의 크기, 전승 지역, 출몰 지역 등이 나오고, 제일 중요한 것은 필살기다. 요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는 모두 갖췄다. 요괴의 배틀을 상상하고, 전력을 분석하고, 결과까지 예측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만에 나도 흥미진진한 배틀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 책을 통해서 아이들은 다양한 요괴를 접하고, 자연스럽게 요괴들을 많이 알게 된다. 일본 요괴와 세계의 요괴 대결이라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중에서 결승전까지 가는 요괴는 일본의 오오타케마루나는 요괴인데 몸길이가 무려 30m나 되고 과거 3만 명이 넘는 군대와 대적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결승전의 승리(스포)는 '구미호'에게 돌아간다. 구미호는 5m의 길이이고, 사람일 때는 160cm 라고 한다. 필살기는 강력한 요력, 변신, 그리고 사람에게 독가스를 내뿜는다. 구미호가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내려오는 요괴인줄은 몰랐다. <전설의 고향> 영향 때문인지 전에는 우리 나라의 요괴라고 생각했다. 구미호에 대한 가장 오랜 문헌적 기록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해경(山海經)》에서 발견되었고, 우라나라에는 <삼국유사>에 사람으로 변하는 여우에 대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이 책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그 동안 말로만 들어오던 요괴 군단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워낙 다양한 분야의 관심이 많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 전해오는 다양한 요괴들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와 아빠가 (엄마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즐겁게 같이 읽고, 때로는 눈을 가리면서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여름에는 '납량 특징'이 따로 없을 것 같다. 단, 잠자기 전에 읽으면 안 된다.초등학교 2~3학년 이상이 읽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오랜 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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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미래 - 모빌티리 빅뱅,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차두원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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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적으로 운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출, 퇴근할 때도 회사 버스를 이용한다. 이유는 단순한다. 운전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운전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기사분들은 전문가이기 때문에(때로는 난폭운전이 무섭지만) 나를 더욱더 빨리 안전하게 목적지에 데려다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장 중요한 점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차에서 푹 쉴 수 있다. 영화, 드라마, 책등을 보면서 잠도 잘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운전하면서 잘 수 없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가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평균 출근시간은 34.2분, 퇴근시간은 45.1분으로 세계 1위라고 한다. 이 중에서 서울은 출근시간이 41.8분, 퇴근시간은 54.6분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나도 몰랐던 사실이다. 당연히 뉴욕, 파리, 도쿄, 베이징 등을 상상했기 때문에 너무 의외의 결과다. 어쨌든 출, 퇴근 시간이 약 1시간 40분이나 되면 당연히 피로도는 커지고, 삶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더욱더 빨리 전개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는 전체의 12.3%, 전체 사망의 20.3%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자율 주행차를 손꼽아 기다린다. 자율 주행차가나오면 웬만한 거리는 ‘자동’으로 맞춰놓고 편히 쉴 수 있기 때문이다. 4인승 차량이라면 가족이 마주 보고 앉아서 (핸들도 없고) 목적지까지 편히 갈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나의 바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휴대폰 산업이 급격하게 변화한 것을 아이폰 모멘트라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스마트폰이 사람 간의 모빌리티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자동차’가 남았다. 저자는 산업공학과에서 자동차 인간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4차 산업 혁명 관련해서 많은 연구 및 논문을 발표한 전문가다. 그런데 너무 전문가분이 책을 쓰면 내용이 다소 난해할 수도 있으나 이 책에서 저자는 되도록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자동차의 미래에 대해서 설명한다. 더군다나 이해를 돕는 사진들도 충분히 흥미를 유발한다.

첫 장에서 2040년, 일본으로 떠난 가족여행이라는 주제도 흥미롭다. 이때는 공유 자율 주행 차도 일반화되어서 온 가족이 자율 주행차 SUV를 타고, 부산까지 자율 주행으로 간 후 페리를 타고 일본으로 가서도 이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차 안의 인공지능 챗봇이 길 안내를 하고, 서버에는 가족들의 평생 여행 데이터, 취미, 선호하는 음식, 영화, 드라마 등이 모두 저장되어 있어서 챗봇이 가족의 취향에 맞춘 관광지, 음식점 등을 추천하고 심심하지 않게 영화나 드라마도 틀어준다. 차 안에는 더 이상 핸들, 악셀도 없고, 편안한 소파와 침대만이 있을 뿐이다.

상상만 해도 너무 흥미롭다. 물론 아직까지 자율 주행차에는 문제가 있다. 많은 사고들이 발생하고 인명 피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실수나 실패도 데이터로 기록되어서 점차 오류를 줄여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자동화로 인해서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질 것이다. 버스 기사, 택시 기사, 보험회사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런데 인구는 계속 증가하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면 세계 인구가 거의 100억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도시화율도 1980년에서 2015년 54%, 2050년에 66%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즉 세계 100억 명 인구 중에 약 66억 명 정도가 도시에 산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2050년에 무려 88%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메가 시티’(인구 천만 명 이상)가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개인 자동차보다는 공유 자율 자동차를 더욱 선호할 것이다. 일부 부유층이나 마니아 정도만 수동으로 차를 운전할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도 점차 범용화되면서 브랜드의 가치도 많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어릴 적부터 공유 서비스를 사용하는 세대라면 더 이상 ‘나만의 차’를 소유하는 것이 낯설어질 것이다. 또한 앞으로 메가 시티에서 주차비는 감당하기 힘들지 모른다.

또한 마이크로 모빌리트도 발전할 것이다. 공유 자전거도 갈수록 확대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회사가 오포와 모바이크 회사다. 이 회사는 중국 공유자전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앞으로는 자전거뿐만 아니라 공유전기자전거도 확산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에게 전화를 건 시각장애인 분의 일화가 생각난다. 그분은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어디서 자율 주행차를 구매할 수 있는지 저자에게 문의를 했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럴만한 차량도 시스템, 법적 절차 등도 갖춰져 있지 않다. 자율 주행차는 바로 이런 분들에게도 꼭 필요하지 않나 싶다. 누구든 원하는 곳으로 편안하고 안전하게 데려다줄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해 본다.

이 책은 전문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지식을 전달해 주고, 다양한 사례들이 풍부하다. 앞으로 자율 주행차, 전기 자동차 등을 더 깊이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다만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뒤로 가면서 조금은 부담이 될 여지는 있다. IT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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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에서 꺼낸 콘티
장원석 지음 / 아이스토리(ISTORY)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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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광고계에서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연출한 CF만 200여 편이 넘는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위메프, 치킨매니아 등 아주 다양하다. 콘티는 콘티뉴이티의 약자다. 즉 촬영을 위한 각본 등 모든 사항을 기록한 것을 말한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나도 음악이나 글을 쓰는 창작 활동을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즉흥성, 그리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광고업계에서 어떤 식으로 콘티를 짜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광고 업계에 계신 분들이 없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서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작가는 쓰레기통에서 버린 콘티 중에서 본인이 마음에 들어하는 콘티들을 다시 끄집어내서 이 책을 구성했다. 편안하게 광고를 바라본다는 생각을 하면서 쉽게 읽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스코어》라는 책을 통해서도 느꼈지만 창작활동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순수하게 음악가 위주의 음악이 있는가 하면, 대중을 위한 대중음악, 그리고 영화와 감독, 청중을 위한 영화 음악이 있다. 영화음악은 감독과 청중 위주이지만 작곡가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으면 베스트다.

그런데, 광고의 콘티는 철저히 광고주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광고주가 1순위고, 시청자는 그 다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의 고통이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내가 좋아하는 광고의 컨셉을 잡으면 편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광고주한테 끌려다니고, 내가 원하는 콘티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어떤 창작 활동보다 힘들어 보인다.

저자는 콘티를 만들어야 하니, 일단 그림 솜씨가 좋다.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도 아주 귀엽다. 그런데 귀여우면서 상당히 피곤해 보인다. 삶과 일에 찌든 모습이어서 더 현실성이 있다.

이 책은 가죽클리너, 갱년기약, 냉장고, 닭갈비, 변비약, 아웃도어, 영화관, 와이퍼 등 다양한 광고 중에서 채택이 안 된 콘티를 보여주고, 왜 채택이 안 되었지를 설명한다. 한 마디로 과거를 ‘복기’하는 괴로운 과정이다. 그래도 저자는 이를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변비 관련 광고는 ‘강남출장마사지’라는 다소 위험한 소재인대, ‘강남출장 장마사지’를 절묘하게 결합해서, 변비를 해결해준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광고를 제작하려고 할 때 사회적으로 안 좋은 일이 발생해서 도저히 광고화 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봐도 상당히 위험수위가 높은 광고이지만 아이디어가 빛난 콘티라고 생각한다.

아웃도어 관련된 콘티 중에서 ‘아직은 두렵지만 당신의 발자국에 내 도전을 맡깁니다.’라는 대사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콘셉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으려는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와이퍼 관련 콘티도 너무 웃긴다. 야외 실습을 가는 날, 학생들이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선생은 “걱정하지 말아요. 와이퍼를 바꾸면 되요”라고 말했고, 학생들은 “또 와이프를 바꾼다구요?” 라고 묻는다. 약간 아재개그같은 느낌은 나지만 그래도 나름대도 재미있는 콘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콘티가 완성되어서 광고로 제작되기 전에 ‘펑크’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이를 달래기 위해서 저자는 술을 사 준다고 한다.

“또 취소되었다. 늘상 있는 일이지만 힘이 빠진다. 스케줄이 취소도니 스탭들은 나를 원망하고 나는 그들을 달래느라 술을 마신다. 언제나 젊음인 주 알았는데 이때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써도 편집자에게 어필하지 못하거나 또는 책이 출판되었을 때 독자들에게 외면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 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좌절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할 줄 아는 것이 글쓰기인데? 저자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좌절해도, 그리고 콘티를 쓰레기통에 버려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그 중에서 살아나는 콘티가 있기 때문이다.

'실패를 많이 할수록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도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아이디어들이 항상 쓰레기통으로 가는 것은 아니고, 어떤 순간에는 너무나 쉽게 일사천리로 와선이 되고, 촬영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한다. 이렇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행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해학적인 장면에는 웃음이 나온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콘티 작가님, CF 감독님들이 더욱 대단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나도 나중에 창작의 고통을 해학적으로 풀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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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ing High - 에어아시아에서 퀸즈 파크 레인저스까지, 나의 이야기
토니 페르난데스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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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자서전을 좋아한다. 자서전을 읽으면 그 사람의 가치관뿐만 아니라 삶의 매뉴얼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위인들의 삶을 보면 인생에 ‘사이클’이 있다. 결코 평탄하게 살아온 사람이 없다.

기쁨과 좌절은 항상 같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움을 잘 극복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얘기하는 소위 ‘성공’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은 ‘사람’에 관심이 많다. 저자도 어린 시절 ‘사람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위인전이나 자서전을 쌓아놓고 읽었다고 한다.

토니 페르난데스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하지만 그의 경력을 보면 참으로 화려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버진 커뮤니케이션, 워너 뮤직에서 일했고, 만년 적자에 빠진 항공사 에어아시아를 인수(항공기 달랑 2대)해서 아시아 최고의 저비용항공사로 만들었다. 또한 포뮬러 원 팀을 인수하고, 영국 축구 팀인 QPR(퀀즈 파크 레인저스)의 회장이 되면서 이 축구팀을 프리미어리그에서 승격시킨 업적도 이루어낸다. 박지성 선수가 이 팀에서 2012년에서 뛰었기 때문에 그와 인연이 깊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의 인생에 대해서 14장으로 이야기 한다. 어릴 적의 꿈, 방황하던 시절, 그리고 비극, 이후에 그의 도전과 성공기가 그것이다. 저자가 어릴 적의 모습을 보면 어머니는 피아노로 항상 음악을 들려주고, 아버지는 스포츠 광이라서 저자는 축구 경기를 즐겼다. 그리고 아버지가 읽으라고 권한 백과사전을 읽으면서 호기심을 키웠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어릴 적 부모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역시 성공한 사람들의 배경에 ‘독서’를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너무나 뻔한 공식인데 우리는 잘 못 지키는 것 같다.

토니 페르난데스 CEO가 사업에 눈을 뜬 것은 어머니의 영향 때문이다. 아버지는 내성적인 편이지만 어머니는 외향적이었다. 이러한 적극적인 성격 덕분에 타파웨어 말레이시아 자사 임원이 되었다. 하지만 유복하게 보내던 그의 삶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아버지는 엄격했고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는 우울중을 앓으면서 집과 병원을 계속 다녀야했다.

그러다가 그는 의사를 시키려는 어머니의 열망 때문에 13세에 영국에 있는 기숙학교에 입학한다. 어린 나이에 기숙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에 당연히 향수병이 생기고, 그는 집으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비행기 값이 너무 비싸서 집을 가지 못하자 그는 어머니에게 “내가 싸게 만들 거예요.”라고 화가 나서 말한다. 그것이 그의 앞날을 예언하는 대화였다고 한다.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도록 갈라 놓는 것이 비싼 비행기표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그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게 된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는 에어아시아를 인수해서 저가 항공사를 세운다.

그는 어머니가 곧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슬픔 속에 빠진다. 그리고 부모님이 원하는 의대생이 되지 못한 채 미국, 호주 등을 여행하면서 방황한다. 그는 넓은 세계를 다니면서 생각보다 이 세상에 인종과 신분에 차별이 많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는 여행을 통해서 돈이 많든 적든, 피부가 무슨 색이든, 무슨 종교를 가졌든 상관없이 모든 이를 포용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차별 없는 견해가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세상을 살다보면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단지 나와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고 무시하는 것을 심심찮게 봐왔다. 세상은 넓고, 인생은 짧은 데 이렇게 편견에 사로잡혀 사는 것이 나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의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면 정말 포기할지 모르는 젊은이였다. 20대에 집을 사려고 대출을 위해서 수백 군데에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냈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 후 음반 회사에서 일하려고 수없이 거절을 당한 후 마침내 버진 텔레비전의 재무 관리자가 되었다.

그가 버진 텔레비전의 면접에서 실패하고, 로비에서 우두커니 서있을 때 CEO인 리처드 브랜슨을 만난 일화가 인상적이다. 그에게 단지 웃으며 인사하거나 아니면 그를 붙잡을 만한 말을 꺼내야했다. 그는 먼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리처드. 전 말레이시아에서 왔어요.” “여긴 어쩐 일이에요?” “일자리를 구하러 왔다가 면접을 망쳤어요.” “아.” 그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커피나 한잔합시다”

그때 이후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도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더라도, 사실 잃을 것도 없다. 하지만 시도하면 삶이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

토니 페르난데스 CEO가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기회를 만난다. 하지만 ‘거절’의 두려움 때문에 그 기회를 그냥 보낸다. 오늘과 어제 하루도 돌아보자.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온 기회를 그냥 보낸 적이 몇 번이나 될까?

그가 적자를 보던 에어아시아를 인수했을 때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항공업계에 대한 경험도 전혀 없고, 자본금도 없고, 정부의 허가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무모할 정도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인수한 에어아시아에는 항공기가 단 2대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고, 직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는 항공업을 시작하면서 배움의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 모든 직원들의 업무를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필요한 것을 챙겼다. 이러한 그의 열린 자세로 에어아시아에는 노조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12년 만에 2대의 항공기에서 출발한 에어아시아는 158대로 항공기를 늘리고 192개 항로를 여행한다.

그를 통해서 배운 ‘성공 매뉴얼’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절대 포기를 모르고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둘째, Plan B를 항상 세우자. (그는 사업이 실패할 경우 돌아갈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신이 유능한 회계사였기 때문이다.) 셋째, 사람들을 차별 없이 대하고 어떠한 사업 제안이라도 쉽게 거절하지 않고, 꼼꼼히 살펴본다. 넷째, 정면 돌파한다.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 비행기가 충돌했을 때, 그는 유족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같이 슬퍼하고 공감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다섯째, 그는 무한 긍정주의자다. 자신의 꿈과 비전을 믿는다. 믿으니 이루어진다.

또한 그가 제시한 사업의 근본도 큰 교훈이 된다. 첫째, 훌륭한 제품이 우선이다. 둘째, 훌륭한 제품을 만들었으면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셋째, 유통이다. 고객에게 제품을 알렸으면 쉽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넷째, ‘실행’이다. 그가 강조한 바와 같이 성공의 90%가 실행에 달렸다.

그의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더 높이 날고 있다. 그의 책을 통해서 좋은 에너지를 받은 기분이다. 나의 꿈도 여전히 하늘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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