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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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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도서] 도덕경
노자 저/소준섭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예전부터 《도덕경》을 읽고 싶었다. 단지 내용이 왠지 어려워 보였다.
너무나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말이 많을 것이라는 걱정도 앞섰다. 하지만 4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온갖 ‘희로애락’을 겪고,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점점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 해답을 조금이나마 찾고 싶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다행히 이 책의 저자는《도덕경》을 쉽게 설명한다.
일단 목차부터 쉽다. 81개의 목차다. 상편은 도경이고, 하편은 덕경이다. 81개의 목차만 읽어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그리고 한자 원문에 음을 달고, 여기에 대한 해석, 더군다나 작가의 ‘깊이 보기’는 다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가 마음에 든 목차는 다음과 같다. ‘행하고도 자랑하지 않는다’, ‘능히 굽어질 수 있어야 온전하다.’, ‘경솔하면 곧 근본을 잃게 된다’, ‘유약함이 강함을 이긴다’ 등이다.
이 중에서 柔弱勝剛强(유약승강강)(유약함이 강함을 이긴다)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강함이 유약함을 압도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러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돈이 있고, 백이 있고, 목소리 큰 사람이 그 보다 못한 사람을 짓누른다. 그래서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에 빠진다. 나 자신이 그러한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자신을 억지로 변화시켜서 오히려 어색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은 자신만의 모습이 있다. 그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
꼭 강함만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
알렉산더가 정복왕이지만 그가 결국 이겼다고 할 수 있을까? 칭기즈칸도, 진시황도 모두 마찬가지다. 유약하다고 생각한 백성들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성난 백성은 파도와 같은 그 무엇보다 굽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유약함은 곧 ‘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고의 선善은 마치 물과 같다’는 말이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는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할 뿐 다투지 않는다고 말한다. 공기와 물 없이는 사람이 살 수 없다. 저자의 해석에 의하면 물은 ‘성인’을 가리킨다. 특히 노자는 물을 제일 찬양한다. 소중한 존재이면서 물은 낮은 자리를 차지한다. 물은 일반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물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위에서 아래로 순리에 맞게 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고 싶다. 또한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고도 싶다.
그리고 ‘물’은 강하다. 물이 모이면 거대한 힘을 발휘하여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물과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흐름에 나의 삶을 맡기면 내가 가야 할 곳으로 가기 때문이다. 일종의 귀소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흐름에 역행을 하면 문제가 생긴다. 밑에서 흐르면서 겸손하지 않고, 자꾸 위로 올라가려고 하면 무리가 온다.
물은 어떤 형태로든 변할 수 있다. 그릇에 따라서 그 형태가 변하고, 날이 추우면 얼음으로 얼고, 더우면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고 비가 되어 내린다. 결국 우리는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하지만 근본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상덕’(上德)을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고, ‘상덕을 지닌 사람은 덕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말을 하지 않아도 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하덕을 지닌 사람은 덕을 있음을 드러낸다. 사실 덕이 없기 때문에 덕이 있는 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관대하게 보이려고 하지만 마음이 옹졸한 경우도 있고, 남에게 자신의 덕을 보여주는 데 치중하는 사람이 이러한 사람이다. 원래 오른손이 하는 일은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오른손, 왼손, 모두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은 그 덕이 ‘가식’임을 안다. 그러나 하덕을 지닌 사람이 권력자이면 그 앞에서 칭찬과 아부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저자가 안타깝게 생각한 바와 같이 1등 지상주의, 사람들의 욕망으로 인해서 이 세상에 전쟁은 끊임없고, 환경은 오염되고, 지구는 병들어간다. 노자도 2,300년 전에 약 5,000자의 글로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고, 바르게 사는 방법을 역설했지만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잠시 생각해 본다.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건전한 욕심은 꿈과 이상으로 승화시킬 수 있지만, 불건전한 욕심은 남들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진리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오늘도 ‘물’과 같은 인생을 살자고 다짐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또한 노자는 말한다. “많이 쌓아두면 반드시 크게 망한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을 면하게 하고 그칠 줄 알면 위험하지 않게 된다”
현재에 만족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