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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주의적 소확행 - 알고 보면 당신의 일상에 숨겨져 있는 소중한 점(dot)들
전수진 외 지음 / 치읓 / 2019년 2월
평점 :
한때 소확행이 크게 유행했다.
소확행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쓰인 말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 또는 그러한 행복을 지칭한다.
2018년 대한민국의 소비 트렌드로 선정될 정도로 소확행의 여파는 컸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떠나서 소확행은 점차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녹아들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거창한 행복보다는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즐기면서 이를 SNS에 남긴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행복보다는 나 자신만의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지극히 개인주의적 소확행》이라는 책을 접했다.
7명의 저자가 들려주는 행복에 대한 생각이다.
책의 겉표지에는 노란색 우산을 쓴 분이 공원에 서있다.
그리고 ‘알고 보면 당신의 일상에 숨겨져 있는 소중한 점(dot)들’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에게 소중한 점들은 과연 무엇일까?
결국 소중한 점이란 과거와 현재의 단편의 기억과 경험이고 이를 선으로 연결하면서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목차는 여섯 개의 점(dot)들로 이루어져 있다.
중간중간에는 ‘취미 부자 홍대 여신’으로 불리는 김미려 작가의 삽화가 눈길을 끈다.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그림과 좋은 글귀다.
먼저 뇌과학자이면서 바이오 벤처기업의 대표인 저자 전수진은 자신만의 행복관을 피력한다.
그녀의 화려한 경력과는 다르게 저자는 어릴 적 아픈 상실의 기억이 있다.
정신적인 지주였던 아버지를 인생의 초년기에 떠나보냈던 것이다.
저자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생명공학을 공부하러 일본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너는 너, 나는 나, 나로서 충분히 행복해’라는 나만의 차별화된 행복을 강조한다.
또한 자신이 경험한 바와 같이 상상을 하면 꼭 이루어진다고 한다.
실제로 저자는 자신이 상상한 삶을 살고 있다.
“지금은 눈앞에 작고 소소해서 때로 그냥 지나칠지도 모르는 단편의 생각이나 행동들이 결국 미래엔 나비효과처럼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모른다. - p16”
저자 전경욱은 성형외과 의사이면서 원장이다.
당연히 사회적으로 부와 명성을 지닌 삶을 살고 있어서 남 부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에게도 남모르는 아픔이 있었다.
첫째 아이가 선천적인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나면서 많은 절망과 좌절을 겪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무료 봉사 활동으로 선천성 기형 아동들을 치료하고, 고아원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랑을 베풀고 있다.
또한 그는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 그림과 사진, 건축을 공부하면서 인생을 보는 식견을 넓혔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타인들과의 공감을 통해서 더욱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나 혼자 느끼는 만족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전해주며 내게 돌아오는 행복은 더욱 크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 p72”
최민석 작가는 IT 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도 상상의 즐거움을 언급한다.
“돈 한 푼 들지 않는 나의 상상력은 최대의 즐거움이자 나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p86”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끊이지 않는 글쓰기의 열정은 어떻게 나오는지 물어볼 때, 나도 저자와 같은 대답을 한다.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서 전 세계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글쓰기가 즐겁다.
그 지겹다는 퇴고 과정조차도 감사할 뿐이다.
저자도 상상의 힘으로 서울대, MIT 경영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투자 전문가로서 그는 벤처기업의 성공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팀원 구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저자는 상상력과 인문학적인 사고방식이 결합되어야 행복한 삶, 그리고 훌륭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다고 한다.
김성환 저자는 해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입사하고 나서 바쁘게 살아오다가 문득 선배가 얘기한 ‘행복한 삶’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저자는 ‘최고’보다는 ‘최선’의 삶이 더 아름답다고 한다.
그는 바쁜 삶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참 걷다 보니 맑았던 하늘이 점차 노을빛으로 변하고 있었는데, 시원한 바람까지 더해져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다. 사소한 것들에 감사한 순간이었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퇴근 후에 만날 수 있는 친구 있고, 그리고 내 월급으로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 p120”
나도 꾸준히 ‘감사 일기’를 쓰다 보니, 주변에 감사할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뜻한 집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소중한 행복이다.
저자가 강조한 바와 같이 ‘망중한’의 삶을 자세를 잊지 않고,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현재 삶을 즐겼으면 한다.
저자 김승현은 IT 대기업에서 근무 후 스타트업을 경영하고 있다.
그도 행복을 찾아서 퇴사를 하고 창업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소소한 행복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팀원들과 공감하려고 노력하면서 점차 행복의 의미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예전에 내가 했던 생각은 틀렸다. 행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정말 내가 웃으니까 행복하다. 곰돌이 푸가 얘기한 것처럼 매일 행복할 순 없지만 앞으로도 나는 언제 도달하지 모를 꼭대기에 달려있는 큰 행복보다 아래쪽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작고도 하찮은 행복들을 좀 더 자주 따러 다닐 것이다. - p138”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좋아하는 프랑스 그림 작가인 장 자크 상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실제로 그의 그림을 찾아보니 너무나 따뜻한 감성에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야말로 그의 그림을 보는 것 자체가 소소한 행복이다.
헤어, 메이크업 살롱을 운영하는 저자 한정아는 정말 숨 가쁘게 세상을 살아왔다.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기 위해서 많은 방황을 했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당시 흔하지 않던 헤어 메이크업을 목표로 했을 때, 가족과 주위의 반대도 많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극복하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왔다.
또한 방송국에서 근무할 때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얘기하고 항의를 했지만 이로 인한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냥 주저앉고 싶은 적도 있다고 했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의 일에서 느끼는 행복이 무엇보다 컸다고 한다.
특히 미용업은 감정과 육체노동으로 힘든 직업이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역시 저자도 상상의 힘을 믿고 있고, 현재 사업을 더 키워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달리고 있다.
“지금의 일을 사랑하면서, 그 사랑이 날 가슴 뛰게 만든다. 그 사랑의 힘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든다. - p163”
이 책의 중간에 삽화와 글을 남긴 김미려 작가는 ‘롸잇나우 행동파’라고 한다.
발레, 도자기, 그림, 요트, 피아노, 가야금, 해금 등 정말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다.
나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해봐야 적성이 풀리는 경향이 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발레는 거울이다. 몸과 마음으로 나 자신에 온전히 집중하고 바라볼 수 있는 발레 수업. 발레는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한 명상이다. - p197”
그녀도 다양한 상상하고 기도를 하면서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한다.
역시 상상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저자가 취미 부자가 된 것은 할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다.
할아버지가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며 모은 수집품은 그녀에게 항상 기쁨과 할아버지의 온기를 느끼게 해줬다.
이 책의 말미에 이런 말이 있다.
“행복은 행위 자체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다.”
결국 행복은 우리가 물질적으로 이뤄서 얻어내는 결과물이라기보다는 나의 내면에서 발견한 ‘소소한 행복’이 먼저 있어야 한다.
물질적인 행복은 그 당시 일시적인 감정의 쾌락을 주지만 금방 사라지는 신기루와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들은 ‘상상의 힘’을 경험하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나비 효과’의 힘을 믿는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작은 상상이 결국 작은 행동의 변화로 왔고, 그것이 나의 인생 전체를 바꾸게 되었다.
이러한 소소한 행복과 변화가 나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이 책을 덮고 잠시 눈을 감고, 소확행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우리가 사는 인생은 정말 ‘찰나’와 같고, 거기서 소중한 행복의 ‘점’들을 찾고, 저자가 이야기한 바와 같이 ‘선’으로 연결하여 나만의 행복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오랜만에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학교, 사회생활에 지친 분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