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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졸업여행 - 과학X추리 서바이벌 ㅣ 과학X추리
윤자영 지음, 이경석 그림 / 탐 / 2019년 1월
평점 :
과학x추리 서바이벌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겉표지부터 심상치 않다. 아이들이 모여서 멧돼지를 잡는 그림이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어떤 연유로 멧돼지를 잡아야 했는가? 벌써부터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이 책의 저자는 ‘추리 소설 쓰는 과학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고,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이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생명과학을 가르치면서 과학과 예술, 문학 등을 접목시키는 융합 수업을 진행한다. 추리 소설과 과학이라는 독특한 커리어가 눈길을 끈다.
총 6장으로 되어있는 데, 목차도 재미있다.
‘대왕 똥의 습격’, ‘졸업여행을 가다’,‘멧돼지 사냥’, ‘이 판국에 연애’, ‘육포 게이트’, ‘수수께끼가 있다면 풀어 주는 것이 인지상정’
주인공은 중학교 졸업반의 ‘탐정 삼총사’라고 불리는 리더 민경호, 과학에 관심이 많은 정창훈, 그리고 복싱 경력이 있는 길쭉한 전영상이다. 이들이 첫 번째 맞이한 사건은 여학생 화장실의 ‘대왕 똥’이다. 이들은 첫 번째 사건을 맞이하자 화장실에서 똥의 성분을 분석하고, 그 안에 고사리와 숙주나물을 발견하면서 범인이 전날 육개장을 먹은 것으로 추정한다. 왜냐하면 술을 마시면 소화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세포벽의 셀룰로오스 성분은 인간이 소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범인은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이들은 첫 번째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고, ‘소화 기능’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준다.
이렇게 학교생활 위주로 내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을 했으나, 내용에 대반전이 있다.
이들이 수학여행을 가려고 나섰는데, 버스가 사고가 나서 절벽을 구르다가 갑자기 낯선 섬으로 떨어진다. 30명의 학생들과 선생님은 무인도에 갇히고, 버스 기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이런 미스테리한 상황에서 과학 삼총사는 그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조사에 나선다. 마침내 그들은 길쭉한 섬에 갇혀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역시 과학의 귀재인 창훈이 태양의 각도를 재면서, 그들이 플로리다 쪽 버뮤다 삼각지대에 있음을 밝혀낸다.
선생님은 의식을 잃어서 반장 예슬의 주도하에 아이들은 식량을 모으고, 버스에 있는 천막을 치고, 화장실도 스스로 만든다. 마치 《파리 대왕》이라는 책과 드라마 〈로스트〉가 생각난다. 저자의 치밀한 전개와 유머 코드가 재미있다.
문제는 멧돼지가 나타나면서다.
멧돼지가 이들의 식량을 대부분 먹어치우면서 아이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아이들은 음식들을 숲속에 둔 반장을 원망한다. 하지만 다행히 과학 삼총사의 도움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멧돼지를 잡기 위한 온갖 과학적인 방법을 다 동원한다. 다행히 선생님도 의식을 차려서 도움을 준다. 선생님은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야생풀과 야채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다.
평소 무기력했던 선생님도 생기를 찾고, 삼총사와 힘을 합쳐서 멧돼지도 잡고, 섬 생활에 서서히 적응해 나간다. 그리고 이들은 이미 이 섬에 갇혔다가 탈출한 사람들이 있음을 발견하고 ‘쇼생크 탈출’을 감행한다. 그들이 어떻게 탈출을 시도하는지, 이 책의 첫 머리에 스티븐 호킹의 명언이 힌트를 준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모든 것을 내보내는 화이트홀은 사실 한 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흥미진진하다.
화학, 생물, 물리학 등 다양한 이론이 등장한다. 솔직히 나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참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과학, 생물, 우주과학 등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졌을 거 같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이 막상 생존을 위해서는 그다지 쓸모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가장 기본적인 서바이벌을 위해서는 정말 식물과 동물, 생태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저학년이 읽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고, 적어도 초등학교 3학년 또는 4학년 이상이 되어야할 것 같다. 부모가 아이들과 같이 읽어도 재미있고, 유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