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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글쓰기 수업
배학수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메이트북스 출판사에서 또다시 글쓰기 관련 좋은 책이 출간됐다.
이전에 이 출판사에서 나온《글쓰기를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다》는 글쓰기를 통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글을 쓰는 자세와 다양한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 책은 좀 더 구체적인 사례와 글쓰기의 기술에 더 집중되어 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의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한 전문가이고, 외국에서 오랜 시간 연구 활동을 한 후에 2017년부터 일반인을 위한 글쓰기 강좌 및 인문학 강의를 개설했다. 이렇게 상아탑에 계셨던 분이 자신의 노하우를 보통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보기 좋은 것 같다.
작가의 말대로 이제는 누구나 글쓰기를 배울 수 있어서 열심히 공부만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저자는 모든 글의 기본은 자신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한 에세이이고, 에세이를 잘 써야 다른 글도 잘 쓸 수 있다고 한다. 이 점은 나도 동의한다. 에세이는 모든 글의 기본이다. 나의 경험을 글로 써내려가지 못한다면 남의 얘기도 쓸 수 없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1장은 글쓰기의 기본이 되는 문장, 문단 쓰기, 에세이의 구조와 요소에 대해서 논한다. 2장은 구체적으로 에세이를 어떻게 쓰고, 영화 비평, 무용 비평 등 비평론을 쓰는 방법도 제시한다. 문득 얼마 전에 읽은 메이트북스의 또다른 글쓰기 관련 책인《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이라는 책도 연상된다.
먼저 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문장쓰기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의 요소를 강조한다. 1. 정확성: 문장은 어법에 맞아야 한다, 2. 명료성: 문장은 쉬워야 한다, 3. 경제성: 문장은 간결해야 한다. 4. 전문성: 문장은 세련되어야 한다.
문장들이 이루어져서 만들어지는 문단에 대해서 ‘형식, 통일, 유려’를 강조한다. 특히, 나는 통일성에 대해서 주목한다. 예전 내가 처음 글을 썼을 때, 가장 큰 문제점은 통일성이었다. 하나의 문단에 한 개의 주제로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데, 두 개의 주제가 섞여서 문단의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 여러 번 지적을 받고 나서 버릇을 고칠 수 있었다.
또한 유려함도 중요하다. 유려성이란 문장이 부드럽게 연결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문장과 문장이 끊어지거나 딱딱하게 연결되면 안 된다. 따라서 적당한 접속사를 잘 사용하여야 한다.
에세이는 보통 A4 용지로 1장의 분량이고, 서론-본론-결론으로 이루어져있다. 기본적으로는 5문단인데, 4문단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5문단에 꼭 국한될 필요는 없다. 1문단은 서론으로 훅, 배경정보, 논지진술로 구성된다고 한다. 특히 ‘훅’이 중요한데, 이 부분은 독자를 훅킹할 수 있는 요소다. 즉, 처음 문장이 너무 평범하면 독자의 관심을 끌기 힘들기 때문에 다양한 서론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첫, 두 문장이 쉽지 않다.
이 책의 저자는 여러 가지 형식의 ‘훅’ 문장을 제시한다. 1. 흥미 있는 일화, 2. 긴장된 문장, 3. 도발적 질문, 4. 논지와 관련 있는 인용(등장인물의 대화나 책, 보도기사 등), 5. 놀라운 사실, 6. 독자를 애태우는 문장 등이다.
나 같은 경우도 다양한 훅킹 문장을 고민한다. 명언, 영화, 음악 가사, 나의 경험, 대화 등 으로 구성해서 각 꼭지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한다. 저자가 언급한 부분 중에서 ‘독자를 애태우는 문장’은 신선한 시도로 보인다.
본론의 3문단은 논점문장, 지원문장, 종결문장으로 되어있고, 결론은 종합과 여음으로 구성된다. 특히 여음 문장은 독자에게 글의 인상을 남기는 부분이기 때문에 보다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결론에 대해서도 저자는 좋은 충고를 해준다.
먼저 우리가 일반적으로 결론에 사용하는 ‘따라서’ ‘결론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반에 따르면’ ‘요약하자면’ 같은 표지어는 연설에서는 효과가 있으나 글에서는 경직되고 진부한 표현이라고 한다. 즉, 이러한 표현을 최소화하라고 권장한다. 또한 결론에서 서론의 같은 문장을 반복하지 말고,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 도입도 지양하라고 한다. 왜냐하면 결론이 길어지면서 독자가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결론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하다.
첫째, 서론을 재론한다. 둘째, 미래를 전망한다. 셋째,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도 결론을 쓸 때는 주제를 강조하는데, 이 때 서론을 다시 재론하거나, 미래 전망, 그리고 질문으로 끝날 때도 있다.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역시 에세이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제일 어렵다.
이 외에 설명 에세이, 비교 에세이, 묘사문, 영화 비평, 무용 비평, 서사 에세이, 대입 및 입사 시 자시 소개서 등 다양한 에세이가 있다.
특히 묘사문은 요새 내가 부족한 부분으로 생각한다.
내가 최근에 쓰는 글은 묘사와 설명, 주장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글의 표현이 쉽지 않았다. 특히 묘사는 그 동안 잘하지 않던 분야라서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형용사’를 더 잘 사용할 계획이다.
이 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에서는 창조적 논픽션에 대한 내용도 있다.
이 중에서 ‘스토리텔링’에 대한 부분이 마음에 와닿는다.
글에는 정말로 스토리텔링이 있어야한다. 스토리텔링이 없는 글은 재미가 없다.
저자는 스토리텔링에는 ‘주인공-문제-해소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에세이를 읽을 때, 이러한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글에 더욱 집중하도록 만든다.
자기 계발서에서도 서론에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넣어서 독자들의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경우도 많다.
《닥터도티 삶을 바꾸는 마술 가게》,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이 그랬다.
“두개골이 갈라질 때면 두피는 특유의 소리를 낸다...”
“고등학교 2학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야구 방아이가 퍽 하고 내 얼굴을 강타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확실히 독자가 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주인공이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다양한 예문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글을 바르게 쓸 수 있을지 가르쳐준다는 점이다. 기존의 글쓰기 책들이 좀 더 개괄적인 내용이라면, 이 책은 좀 더 구체적인 ‘글쓰기’에 대해서 집중한다. 그런 면에서 글을 정말 잘 쓰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물론 내용은 쉽지 않기 때문에 초급자 보다는 중급자 수준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또한 한 번 읽어서는 전체적으로 소화가 힘들기 때문에 여러 번 읽어보고 스스로 예문을 써보는 연습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