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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ㅣ 하룻밤 시리즈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평점 :
철학은 우리 삶 곳곳에 배어 있다. 어렵다고 생각하는 철학적인 단어, 명언 등을 드라마나 영화, 일상생활에서 곧잘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철학을 막상 공부하려면 막연한 느낌이 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렇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 책이 안내서 역할을 한다.
저자 토마스 아키나리는 일본인인데, 신학을 공부했고, 철학뿐만 아니라 역사를 쉽게 설명하는 강의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보니, 저자의 독자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어려운 철학 이론을 일상생활과 연결해서 최대한 쉽게 설명한다.
“한밤 중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타면 술이 거하게 취한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다가와 서 잘 알아듣지도 못할 설교를 해대는 장면을 가끔 볼 수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겠지만, 소크라테스 역시 청년들을 상대로 정의는 무엇인지, 선이라는 것은 어떤 건지 적극적으로 자신의 질문을 쏟아내듯 물어보곤 했다.” - p21
이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사색하는 사람의 기원_고대, 중세 사상, 2장은 신을 파헤치는 사람들_근대 사상, 3장은 인간에게 존재를 묻다_현대 사상이 그것이다.
시대순과 주요 철학자들의 철학과 논리를 설명한다. 고대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부터 근대의 데카르트, 스피노자, 현대의 니체, 프로이트 등 다양한 철학자의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물론 이 책을 통해서 이들의 깊은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수박 겉핥기를 하면서, 큰 그림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철학은 사유의 학문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의심하고, 생각해야 한다.
고대, 중세 철학은 보통 기원전 600년 ~ 서기 1000년의 시기에 형성되었다.
‘현명한 사람’이라는 뜻의 소피스트는 기원전 5세기 후반,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지식을 전수하고는 했다. 정치, 법률, 음악, 문학, 철학, 변론술 등 사회 전반적인 것들을 가르쳤다.
이들 소피스트는 상대주의에 입각해서, ‘나는 나, 너는 너’로 나와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한다. 반면 소크라테스는 반상대주의를 주장하면서 옳음의 기준이 사람 각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옳은 일을 행할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함을 아는 것이 진정한 앎’이라고 ‘무지의 지’를 전파했다. 특히 묻고 답하는 과정으로 논리를 획득하는 산파술은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플라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이데아를 논하면서, 현상계는 본질의 그림자일 뿐이라고 얘기했다. 또한 소크라테스가 주장한 ‘선, 정의’ 등도 일상을 초월한 다른 곳에 절대 기준의 이데아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 이데아는 모든 곳에 존재한 사물의 본질이다. 우리가 ‘미’를 추구하는 것은 나만의 절대적인 ‘미의 이데아’를 믿기 때문이다. 그것은 영혼과도 마찬가지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는 개체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개체에 내재해 있다고 생각했다. 즉,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조금 뜬구름 잡는 얘기일 수 있는데, 이를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설명한 것이 아리스토텔레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 자체를 연구하고, 사물의 존재방식을 ‘카테고리아’라는 체에 걸러 10개로 분류했다. 결국 이데아를 형상이라는 눈앞의 사물로 되돌려놓아서, 제1철학인 형이상학을 완성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행복을 철학의 핵심으로 두고, 모든 실천과 사유는 행복으로 향한다고 강조했다.” - p47
인간은 사실 영원한 행복을 원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그 누구도 지속 가능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이는 우리의 인생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영원한 사랑, 영원한 생명, 영원한 건강 등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이 교부 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이다. 그는 절대적인 존재로서의 신에 의해 구원받을 때 무한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9세기부터 15세기 동안의 중세 그리스도교 철학인 스콜라 철학은 그리스도교 교의를 이성의 힘으로 논증하고 체계화하는 대대적인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들 중 대가는 토마스 아퀴나스다. 그는 신학과 철학의 조화를 중요시 했다. 또한 신은 우주의 방아쇠 같은 존재로, ‘첫 번째 동자動者’라고 했고, 신 자체는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불변이며 부동이다.
반면, 데카르트는 인간이 이성을 이용하여 참된 것을 판단할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는 철저한 의심과 합리성에 근거를 둔 합리론이고, 이후 스피노자, 라이프니츠에게 계승되었다. 또한 그는 세계를 하나의 커다란 기계라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그의 사상을 기계론적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스피노자는 신과 세계는 질적으로 같다는 범신론을, 로크, 버클리, 흄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아는 것이 없는 백지 상태라고 주장하며 경험론을 주장했다. 이들 데카르트, 스피노자의 합리론과 경험론을 모두 비판한 것이 칸트의 비판철학이고, 이를 계승하여 정, 반, 합을 통한 완벽한 논리인 변증법을 주창한 것이 헤겔이다.
특히 변증법은 인류의 발전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다. 즉, 모순이 표면화되지 않은 안정된 단계인 ‘정’에서 모순이 드러나는 단계인 ‘반’을 거쳐서 결국 모순이 해소되어 ‘정’이나 ‘합’이 된다. 인류가 석기 시대부터 지금의 현대 시대까지 발전한 것도 끊임없는 ‘정반합’의 결과다.
하지만 헤겔의 철학은 역사라는 것이 이성적, 합리적 시나리오대로 나아가고 있으니, 다소 불편한 일이 일어나도 불평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철학은 약자가 강자를 위해서 희생해도 큰 인류의 발전의 흐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키르케고르, 니체 등의 현대 사상가들은 이를 비평하고, 극복하려고 했다.
현대 철학(1850년 ~ 1960년)은 인간을 다시 돌아본다.
키르케고르는 ‘절망을 아는 것은 덜 절망스럽다’고 했고,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는 말을 남겨서 영겁회귀를 깨달은 초인의 소망을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 속에서 초자아를 발견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비트겐슈타인의 기호논리학, 헤겔의 변증법을 수용한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 등도 인상적인데, 미국 철학자인 퍼스, 제임스, 듀이 등은 인간의 신념의 힘을 믿는다. 자기계발에 대한 시조라고 할 수 있다.
고대부터, 근대, 현대까지 이르는 철학자들의 주장을 명확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독자들이 어려운 철학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기 때문에, 이 책은 서양 철학에 대한 입문서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나만의 철학을 완성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