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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승무원 - 조금 삐딱한 스튜어디스의 좌충우돌 비행 이야기
김지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무언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멋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빨강머리 승무원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도 미술을 공부하다가 새로운 세계를 동경해서 승무원에 지원했다.
이 책이 좋은 점은 첫째, 승무원의 꿈을 꾸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좋은 정보와 지식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제공하고, 둘째, 승무원들의 노고를 가감 없이 전달해서 공감을 주고, 셋째, 어려운 내용을 만화로 표현해서 누구나 읽기 편하다는 점이다.
빨강머리 주인공의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토끼 캐릭터도 너무 귀엽고 다양한 모습이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저자의 승무원 준비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했는데, 1차 면접, 2차 면접의 어려움도 가감 없이 보여줬다. 2장은 ‘이번 생에 승무원은 처음이라는 것’으로 승무원으로서 첫 비행 경험을, 그리고 3장은 승무원은 비행기의 꽃? 이라고 얘기하면서 실상은 많은 실무적인 어려움을 묘사했다.
4장은 승무원으로서 여행을 떠난 것, 5장은 승무원에 대한 편입견, 6장은 회사를 그만두게 된 사연을 기술했다.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겉으로 보는 승무원의 삶과 실상은 많이 틀리다.
물론 전 세계 방방곡곡 다양한 도시를 방문하는 것은 매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 도시에 도착하면, 휴식 시간 포함해서 하루나 이틀 정도가 전부이기 때문에 시간적이 여유가 많지 않다. 특히 장거리 비행을 한 경우는 휴식을 취해야 되기 때문에 관광지를 다닐 엄두가 잘 안날 것이다.
저자는 또한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랜딩을 한 후에도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기를 원했지만 그렇지 않은 외향적인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면 당연히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고 피곤함이 쌓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저자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은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내적인 요인도 있지만, 신체적으로도 만성중이염, 불면증, 만성요통 등의 문제도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저자는 승무원의 삶에 대해서 장점, 단점을 모두 언급하면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공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승무원의 좋은 점은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첫째, 자기 시간이 많음(단, 자기 시간을 정할 수 없을 뿐), 둘째, 일과 쉼의 경계가 명확함, 셋째, 경험의 폭이 넓어짐
물론 승무원을 그만두고 났을 때의 장점도 제시한다.
첫째, 건강이 좋아짐, 둘째, 출근 준비 시간이 줄어 듦, 셋째, 스케줄이 예상 가능해서 삶을 좀 더 주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음, 넷째, 돈 쓸 일이 별로 없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승무원의 삶을 살다보면, 지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현지에서 예쁜 물건이나 좋은 상품을 보면, 당연히 구매 욕구가 생길 것이고, 또한 정신노동에 대한 보상 심리로 비싼 명품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다니다가 국적기를 타면 마음이 너무 편해진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항공사의 서비스나 기내식은 세계 톱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무원 입장에서 보면 그 만큼 더 까다로운 근무 환경일 수밖에 없다. 복장도 그렇고, 엄격한 규정도 마찬가지다. 또한 이렇게 승무원들의 좋은 서비스를 악용하여 ‘갑질’을 일삼는 승객들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갑질’ 승객들이 비상 시 과연 대피 매뉴얼을 따를지 우려한다.
긴급 상황 시에는 존댓말을 쓰지 않고, 반말을 써야 되기 때문에, ‘짐버려!, 양팔 앞으로! 뛰어! 내려가!’ 라는 말을 따를지 의문을 제기한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짐을 갖고 슬라이드를 타다가 미끄럼틀이 찢어지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승무원들도 이제는 ‘No’라고 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손님, 그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승무원들의 삶도 개선되고, 갑질 문화도 개선될 것이다.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사실 승무원의 가장 큰 역할은 ‘안전’이다.
승객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인데, 이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승무원이 되려면 비행기 설명서부터, 비상시 매뉴얼(Cabin Operations Manual)을 완전히 습득하고 몸에 익혀야 한다.
비행 전에는 객실 브리핑, 기장과 함께 진행하는 운항 브리핑이 있다. 브리핑에서는 비행기 기종, 안전, 도착지, 서비스, 승객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비행 전 모든 준비(보안, 장비점검, 서비스 아이템, 기내 면세품 등)를 마치는 것이 약 20분이다.
또한 저자는 경직된 조직 문화도 이슈를 제기했는데, 팀에는 팀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그 밑에 부팀장, SENIOR, JUNIOR, JUNIOR OF JUNIOR가 있다고 한다. 팀장은 팀원의 절대 평가를 할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이 있고, 자신만의 매뉴얼을 만드는 팀장도 있다. 팀원들을 편하게 해주면 다행이지만 어떤 팀장들은 단체 행동을 요구해서, 랜딩 후에도 모임을 같이 해야 한다.
이 외에도 다른 승무원들의 인터뷰 내용도 실려 있어서 승무원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에피소드도 종종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 승무원 분들의 노고에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고, 앞으로 이 분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요구하기 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수많은 감정 노동을 하시는 분들께도 이 책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