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희망 버리기 기술 -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9년 9월
평점 :
저자의 이전 책인《신경 끄기의 기술》을 워낙 인상적으로 읽어서 이 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역시 저자는 신랄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서, 이념과 종교에 대해서 논한다.
책의 구성은 1부에 희망의 역학, 2부에 희망 너머의 세상으로 되고 있고,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감정 뇌와 생각 뇌를 다루고,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뉴턴의 감정 법칙, 니체, 칸트, 아인슈타인의 철학에 대해서 논한다. 이들 위대한 과학자와 사상가뿐만 아니라, 종교, 베트남 전쟁, AI 등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다룬다.
이 전의 책보다는 좀 더 깊이가 있고, 쉽지 않은 내용을 다룬다. 그래도 저자의 특유한 신랄한 비평과 말투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화두는 다음과 같다.
과거보다 현대로 올수록 인간의 삶의 질은 훨씬 더 좋아졌지만, 왜 우울한 사람은 더 증가하는 것일까? 예전보다 위험에 대한 노출도 더 줄고, 안전해졌는데, 왜 더 불행해지는 것일까?
“기술의 진보로 수많은 고통이 해결됐으나,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더 이상 삶의 의미를 가져다주는 않는다. 역사상 가장 발전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세상은 엉망진창으로 돌아간다.” - p10
인간에게는 ‘감정 뇌’와 ‘생각 뇌’가 있는데, 저자는 감정 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즉, 이 세상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의해서 돌아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성에 따라서 판단을 한다고 믿지만, 그 근본에는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고통’에 대해서 주목한다.
고통은 보편 상수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좋아지건 나빠지건 항상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고통을 받아들일 것이지, 피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더 강해지는 시스템을 ‘안티프래질’이라고 하는데, 이는 외력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강해진다. 반면, 우리가 고통을 피하면 피할수록 우리는 ‘프래질’하게 된다.
즉, 스트레스와 혼란, 비극, 무질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피하면, 좌절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줄어든다. 그런데, 우리는 더욱 더 고통을 줄이려고 한다. 인간의 생물학적 취약성을 극복하고, 죽음의 가능성을 제거하지만 이것이 결국 심리적 재앙을 형상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죽음이라는 것도 잃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지, 싸워야 하는지, 포기하거나 희생해야 하는지를 알게 만든다. 만약 우리가 죽음과 상실의 고통이 없다면, 모든 관계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아무것도 못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람들은 과학의 발전으로 고통을 극복했다고 느꼈으나, 사실은 고통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회피할 뿐이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과학과 의학이 발전하면 당연히 사람들은 행복해진다. 이를 통해서 고난을 극복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면 이제는 ‘오락의 문화’가 발전한다. 결국 대중문화가 발전하고, 사람들은 보다 아름답고, 편리할 제품에 이끌린다. 사람은 결국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심리를 이용한 것이 현대의 마케팅이다.
반면, 우리가 운동과 육체노동을 통해서 근육을 만드는 것처럼 고통을 받아들이면 ‘안티프래질’의 삶을 살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치열한 명상’을 통해서 자신을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을 단련해서 끝없는 고통의 밀물과 썰물을 관찰하고 견디며 ‘자아’가 그 조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명상은 자신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두려움을 무릅쓰고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 p262
따라서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금욕의 삶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규칙적인 육체 운동의 고통, 투철한 직업의식에 따른 희생은 나에게 더 많은 돈과 이익을 얻을 자유를 주고, 타인과의 갈등을 피하지 않고, 고통을 선택한다면 누구와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결국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모순된 삶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했고, 우리가 옳다고 믿은 것이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가짜 희망이 아니라 진짜 희망을 말이다. 그리고 그 희망은 고통을 온전히 마주하고, 나의 삶에 헌신적이어야 비로써 나온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쓸데없는 희망을 갖거나, 또는 고통을 회피하는 것은 나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고통을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면서, ‘안티프래질’의 능력을 조금씩 키워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명상 그리고 운동, 규칙적인 삶 등을 강조한다.
어쩌면 나도 그 동안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서 고통을 외면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마주하니,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고, 명상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러면서 진정한 자유를 얻기 시작했다. 이러한 수행을 통해서 앞으로도 더 헌신하고, 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저자는 ‘희망 버리기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은 것을 희망하지 말라. 그냥 더 나아져라.” - p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