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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살림 -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이세미 지음 / 센세이션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의 디자인이 너무 소박하고 예쁘다. 더군다나 친환경 용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저자의 세심한 배려와 무언의 주장이 느껴진다.
“‘살림’은 ‘살리다’라는 단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해도 티도 안 나는, 게다가 월급도 없는 그런 일이지만 살림은 나와 가족을 보살피고, 살리는 중차대한 일임에 틀림없다.”
책의 뒤표지에 있는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월급이라는 것을 받기 때문에 자신이 쏟아부은 노동에 대한 결과를 볼 수 있다. 매월 입금되는 월급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는다.
하지만 가정주부들은 어떤가?
아이들 학교, 학원 가는 것을 챙기고, 밥, 설거지, 빨래, 청소 등 해야 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이러한 정신적, 육체적 노동에 대한 대가는 없다. 월급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또는 비자발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요새 나도 회사 일을 쉬면서 집안일을 하고 있지만, 정말 끝이 없다.
빨래, 청소, 설거지, 조금 쉬고 나면 밥, 설거지 등. 아이들 학교와 학원은 왜 이렇게 빨리 끝나는지? 그나마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드라마를 본다든지 책을 읽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라면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가사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4차 산업 혁명에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로봇, 인공 지능에게 맡기는 이러한 시대에 아날로그라니?
저자는 “편리함을 거절합니다”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저자는 ‘세상을 살리는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고, ‘아날로그 살림’속에 숨은 가치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즉, 과도한 편리함이 세상을 망치고 살림의 재미를 없앤다고 말한다. 이제 그녀에게 살림은 일종의 소명이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SNS를 통해서 틈틈이 공개하던 노하우를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책은 총 7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고, 총 3부로 구성되어있고, 하기와 같다.
1장은 버림을 놓아 버리다, 2장은 살림이 재미있어지는 4단계 방법, 3장은 살림의 꽃, 부엌살림, 4장은 깨끗해지는 즐거움, 욕실 살림, 5장은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행동하는 살림력, 6장은 돈이 모이는 경제 살림, 7장은 아날로그 살림이 나와 살림을 살리다.
목차만 읽어봐도 살림을 다양한 각도로 해석하고, 도움을 주려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먼저 불필요한 소비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비가 이성적 판단의 결과라고 믿지만 결국 착각일 뿐이다. 우리의 뇌는 슬픔, 상실, 공허감이라는 감정을 채우기 위해 소비를 통해 물건을 소유하려 한다.” - p20
사실 기분에 내켜서 쓸데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업에서는 살림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해서 마케팅 활동을 한다. 할인을 한다든지, 1+1, 특가 등으로 유혹한다. 그래서 물건뿐만 아니라, 식품도 과도하게 많이 사서 냉장고의 한구석을 차지한다. 정체불명의 재료로 남은 채.
저자도 지적했지만, 요새는 공급 과잉의 시대다. 물건이 여기저기 넘치고 있다. 물론 예전에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행복한 고민이지만 점차 소비자들은 단지 유행이나 기분에 따라서 필요 없는 물건들을 사들이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저자는 ‘3일의 법칙’을 사용한다.
즉, 꼭 필요한 물건이나 생필품이 아니라면 3일의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단순 충동구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건전한 소비 활동은 필요하지만, 문제는 불필요한 물건들이 방출되면서 생기는 쓰레기다. 우리나라에는 120만 3000톤 규모의 쓰레기 산이 있는데, 이는 소각장과 매립장의 처리 용량을 초과한다고 한다. 심지어 불법으로 쓰레기를 수출(?)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운동도 결국 이러한 현상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서 환경 운동을 실천하고,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지혜를 얻었다. 그리고 구입한 물건은 아끼고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가치를 부여할 만한 물건을 오랜 고심 끝에 소유하고, 그런 가치 있는 물건들을 귀하게 다루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도, 삶도 가치 있게 쓸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 p41
그녀는 살림을 즐겁게 하기 위한 4단계를 설명한다.
‘첫째는 정리, 둘째는 만들다, 셋째는 잘 쓰다, 넷째는 꾸미다’이다.
정리는 요일별 구획을 나누는 것이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서 월요일은 싱크대, 화요일은 식탁 주변 등. 이는 적절한 체력 안배를 통해서 꾸준한 정리를 하기 위함이다. 또한 정리 후 처리할 물건들은 다양한 방법(중고판매, 이웃나눔, 기증)을 통해서 처리할 수 있다.
처음에 그녀가 환경운동을 위해서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주머니를 들고 다닐 때, 이를 특이하거나 괴이쩍게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점차 그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 일이다. 또한 저자는 거절을 당하더라도 시도를 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이 믿는 바를 스스로 실천하다. 그래서 집안의 살림도구도 점차 친환경살림으로 바꿔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하다가 막히면 항상 할머니나 어머니는 어떻게 하셨을지를 생각했다고 한다. 결국 조상들의 지혜를 토대로 집안을 아날로그적으로 꾸미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배기 살림살이로 바뀌자, 정돈되고 간추려져 좀 더 잘 익은, 은은하게 그 맛이 우러나온 한 그릇 밥처럼 소중한 것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 p73
이 외에도 저자는 무쇠밥솥, 수세미의 종류, 천연 밀랍랩, 낡은 행주, 커피는 콜드브루와 코튼 필터, 건강한 소금 암염, 천연 고무장갑, 옻칠 도마, 샴푸 비누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소개해 준다. 정말로 환경과 건강을 위해서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날로그 살림’은 살림의 즐거움도 느끼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의 편리함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것은 우리에게도 안 좋고, 또한 주위의 환경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나친 편리함의 결과들은 자심의 안락함은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엔 더 낫고, 좋게 해주지는 못합니다. 조금의 불편함을 누리며 자연과 사람에게 이로운 발전을 같이 이루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비단 살림을 하는 주부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고, 실생활에 적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모두 실행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저자는 난이도를 나눠서 제시한다. 미션 수행도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자동화, 디지털화가 되는 세상에서 ‘아날로그적인 삶’을 응원하고 싶다. 아날로그 삶을 통해서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