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던지는 위험 - 예측 불가능한 소셜 리스크에 맞서는 생존 무기
콘돌리자 라이스.에이미 제가트 지음, 김용남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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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더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정치와 경제의 연관성은 더 커졌다. 

이제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다른 나라에 미칠 영향성, 반대로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 사업에 미칠 영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저자 콘돌리자 라이스와 에이미 제가트는 이 책을 저술했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누구나 알 듯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의 제66대 국무장관으로 재직했고,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조지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정치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다른 공동 저자 에이미 제가트는 후버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며 스탠퍼드 대학교 산하 국제안보협력센터(CISAS) 공동 책임자이자 정치학 교수이다. 전문 분야는 사이버 보안, 미국의 정보, 외교 정책 정치적 위험 등이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정치적 위험을 다루고, 이를 분석하는 것, 그리고 위기 대응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실제로 겪었던 정치적 위험과 해결 사례를 다루는데, 페덱스, 로얄캐리비안 인터내셔널, 레고 그룹, 로열더치셸, 씨월드, 보잉, 소니 빅처스, 유나이티드 항공 등 다양하다. 비즈니스 외에도 핵 도발, 항공모함에서의 위험, NASA 우주왕복선 사고 등의 사례로 다룬다. 결국 위험관리의 성공과 실패는 ‘간발의 차이’라는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가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제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충분히 사회적인 이슈가 된다. 문제는 때로는 그것이 거짓인 경우다. 거짓 뉴스가 사람들을 혼란에 빠져들게 한다. 


“전에는 나와 상관없던 먼 곳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위기로 불쑥 다가오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중략) 21세기의 정치적 위험은 예전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 p19


즉, 각국의 수도, 군대, 정당처럼 ‘통상적인 곳’이 아닌 곳에서 위험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이를 ‘정부의 행위’ 대신 ‘정치적 행위’라고 명명한다. 정치적 행위는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특정 장소’의 제한이 없다. 


정치적 위험을 일으키는 주체들을 다섯 가지로 분류했는데, 개인(트위터 등 SNS 사용자,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사회활동가, 유명인사 등), 지역 조직, 중앙정부와 정부기관, 다국적 집단(사회활동가, 테러리스트, 해커, 범죄조직, 인종 또는 종교 집단 등), 초국가 및 국제기구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은 대표적으로 10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지정학적 사건, 내부 갈등, 정책 변화, 계약 위반, 부패, 법률의 영토 외 적용, 천연자원의 악용, 사회운동, 테러, 사이버 공격이 그것이다. 


이 책의 첫 번째 사례로 언급된 ‘블랙피쉬’는 그 중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씨월드 엔터테인먼트가 2013년 상장했을 때, 두 아이의 엄마가 만든 씨월드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 범고래를 다루는 방법, 범고래 쇼의 안정성 등에 이슈를 제기하면서 동사의 주가는 폭락하게 되었다. 많은 기업들이 후원을 철회하고, 관람객들이 감소했다. 그만큼 전혀 알지 못한 곳에서 발생한 행위가 기업의 사활을 결정한 것이다. 결국 이 회사는 향후 범고래 쇼를 점차 줄여서 없앨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강제적인 승객 퇴출로 인해서 승객이 감소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버부킹으로 자리가 모자라서 항공사에서는 4명의 승객을 임의로 정해서 내리게 했는데, 이 때 아시아계 의사가 환자 진찰로 내리는 것을 거부하자, 강제로 끌어내면서 의사가 다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우연히 동영상으로 찍히고, SNS에 실리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유나이티드 항공 탑승 거부로 이어졌다. 결국 항공사는 사과문을 내고, 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정보 위험 평가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주요 국가의 정치적 변화를 주시하고, 물리적, 경제적 평판 리스크를 분석하는 ‘소규모 사내 CIA’를 운영한다. 


따라서 이제는 정치적 위험을 관리하는 조직만이 살아남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이해 → 분석 → 완화 →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일 큰 문제는 정치적 위험을 무시하는 것이다. 페덱스 설립자이자 회장 프레드 스미스는 정치적 위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치적 위험에 취약한 사람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애써 무시하곤 한다. 심각한 위험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 p27


사실 페덱스는 1973년 첫 배송을 시작한 이후로 정치적 위험 관리가 회사의 DNA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전 세계에 배송 업무를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정치적인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정치적 위험 관리는 어렵다고 한다. 

보상의 어려움, 파악의 어려움, 측정의 어려움, 업데이트의 어려움, 소통의 어려움이 주요 원인이다. 


그래도 위기 상황을 적기에 대응해서 성공한 회사들도 있다. 

로얄캐리비안 인터내셔널이라는 크루즈 회사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호화 여객선을 아이티 근처에 정박시켜서 여행객들이 피서를 즐겼다고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사실 이들은 지진이 발생한 곳에 물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 회사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아이티의 근처 섬 라바디에 투자를 해서 관광지로 개발하고, 이 수익을 지역 주민들과 나누도록 했다. 당연히 회사의 가치는 올라가서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이 기업의 핵심 관계자, 예비 창업자, 각종 비즈니스 관계자, 정치인 등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위험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잘 관리하라고 조언한다. 결국 저자는 경영은 마음을 얻는 것이고, 고립되면 더욱 위험해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평소에 기업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고의 조직은 ‘운 좋게 지나쳤던 순간들’을 그냥 보내지 않고 교훈을 얻는다. 그들은 성공이 계속되리라고 가정하지 않으며 미래를 위해 계획한다. 재난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동시에, 발생할 경우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평소에 학습한다.” - p154


이 책은 많은 기업들, 정책 관계자 등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례와 전문가들의 조언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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