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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과 제이드
오윤희 지음 / 리프 / 2024년 11월
평점 :
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딸 제이드.
이민자에 외국어가 능통하지 않아서일까?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집안에만 있으며 딸의 음식을 챙겨주는 것이 일상인 어머니는 집을 나간 아버지가 병에 걸려 돌아왔을 때도 묵묵히 병간호를 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서먹서먹한 관계였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상자 속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해맑게 웃고 있는 젊은 시절의 어머니와 닮은 듯한 한국 남자가 다정한 모습이 찍힌 사진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이 남자는 누구일까? 사진과 함께 있던 쪽지에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의 주소가 적혀있는데..
내가 몰랐던 엄마의 과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미국에서 나고 자란 제이드의 시점과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었는지에 대한 사연을 풀어내는 영숙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시작된다.
제이드는 엄마가 죽었지만 슬픔보다는 덤덤함으로 이야기한다.
죽을 때까지 엄마에게 따스한 말보다는 미움과 증오가 가득 찼던 딸은 엄마의 과거를 파헤치면서, 세상에 벽을 쌓고 그 속에서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딸을 행복하고 평범한 삶을 원한 엄마의 간절한 소망이었단 것을 뒤늦게 깨닫고 오열한다.
엄마 영숙은 왜 남편의 모진 말에도 묵묵히 받아들여야 했는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며 고통 속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산사람이 제일 무섭다. 가난도 무섭고 병도 무섭지만 그래도 사람이 제일 무서워" _p.213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기지촌이라는 것이 형성되고 죄 없는 수많은 여인이 양공주라 불리며 인권을 유린당하고, 몸과 마음은 피폐해진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 채, 그들은 그렇게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고통 속에 가족에게 국가에 버림받았다.
"여러분들이 하는 일은 우리나라가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크게 이바지를 하고 있습니다.
긍지를 가지십시오. 여러분은 우리나라를 부자로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애국자, 애국자들입니다!" _ p193
나라를 위한 애국자라고 말은 하면서 실상은 수치스러워 가족까지 등돌리는 모순적인 모습에,
그들의 몸을 짓밟는 건 미군들이지만, 마음을 짓밟는 건 같은 민족이라는 것에 분통을 터진다.
처음엔 어머니의 과거에 대해 파헤치는 미스터리 추리물이라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읽으면서 점점 그녀의 고통과 슬픔, 안타까움에 마음 한편이 아려오고,
먹먹해지고, 부끄러워지고, 죄스러운 마음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녀 또한 잘못이 아닌 것을..
한국 근현대사의 치욕스러운 역사적 사실을 소설로 풀어낸, 소설보다 더 잔인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타락한 여자라 불렀고, 또다른 누군가는 피해자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이름은 불친절한 운명과 용감히 싸운 ‘생존자’이다.”
<본 포스팅은 책과 콩나무 카페를 통해 업체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