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매듭
배미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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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모계전승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다섯명의 작가들이 풀어낸 단편모음집 <질긴 매듭>은 기괴하고 충격적인 서사를 풀어낸 저주 토끼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님 외에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신 다른 작가분들의 글 역시 각자의 개성과 흡입력 있는 필력으로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딸이 커가면서 엄마의 평생 친구가 된다는 모녀관계는 아들만 있는 내게 항상 딸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친정엄마가 떠오른다.

그만큼 엄마와 딸의 관계는 사랑을 근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질긴 매듭>은 단순히 엄마와 딸의 관계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어머니, 할머니의 할머니, 가족이 아닌 관계, 이모와 조카의 관계 속에서 조금은 다른 방식의 사랑을 보여주는 모계사회의 다양한 스토리로 풀어주고 있다.

'첫 딸이 딸을 낳아야 엄마가 살고, 아들을 낳으면 먹는다. 딸을 낳지 않으면 엄마가 죽는다.'

초경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이 되자 정체 모를 검은 형체가 나타나고, 엄마라고 알던 사람은 이모라고 말하며 딸을 낳아야 한다고 완이를 서서히 옥죄고 있다. 

아이를 낳는 것은 어디까지나 신성한 일이긴 하지만, 이들은 내가 살기 위해 아이를 낳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행위로밖에 치부되지 않는다.

사랑이 아닌 생존을 위한 태어나야만 하는 아이, 여성이 여성을 낳아야만 살아남는 저주 같은 삶을 끊어버리기 위해 스스로 엄마가 되는 길을 포기한다. 

아직은 어리지만 완이의 자신을 위한, 아이를 위한 결심이 굳건하다.


"내 삶을 갉아먹는 존재들은 다 버려도 됩니다." 

- 엄마의 마음 _ 정보라


다방면으로 두드러지게 잘하는 지인과 원인 모를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편한 지효, 쌍둥이 자매이지만 확연하게 다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꾀병이라는 의심을 사기도 한 지효는 점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지만, 엄마와 지인은 지효를 믿고 이해하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우연히 자신의 통증을 느낀 날에 누군가의 사고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이모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데..


나의 아픔이 타인의 아픔과 공유한다는 설정도 신기하지만, 통증이 시작한 계기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 특히 힘없는 어린 여자아이가 겪지 않아야 할 수치심과 공포는 사회적으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깜깜한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으신 분들에게 저마다의 새벽이 찾아오길..

- 거짓말쟁이의 새벽 _ 구한나리


범죄와 대기업의 모정의 거래로 인해 죄 없는 사람들의 희생을 파헤치는 '오랜 일'은 좀 더 풀어내서 억울하게 피해를 본 이들의 진실을 밝혀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열린 결말이 조금은 아쉬웠다.


작품 뒤에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글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고, 다양한 모계 관계에서 계속해서 연결되는 연결고리들을 보며 과거와 현재, 앞으로의 미래에서 그려질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많은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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